강성용 서울대 교수가 1일 오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인도는 공략하기 어려운 나라입니다.”
강성용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은 최근 중국 대안 지역으로 떠오른 인도에 대해 “거대한 소비 시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도 현실에 대해 냉철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인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로 명성을 얻은 강 교수의 첫 일성은 의외로 ‘인도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준비’였다. 그를 지난 1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만났다.
강 교수는 인도에 중산층 비중은 아직 적다는 점을 강조했다. 총인구는 14억명에 이르지만 정작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여력이 있는 계층은 폭넓지 않다는 뜻이다. 강 교수는 “외국 제품을 사는 사람들은 인도 인구 중에서 극소수다. 주로 외국 기업에서 근무하거나 외국 기업의 협력사에서 근무하는 이들”이라며 “인도는 제조업 발달이 느린 탓에 중간 소득을 얻는 계층도 수입품을 살 여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1인당 국민소득(약 2300달러)이 중국 수준(1만3천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을지도 현재로선 장담하기 이르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인도의 전통적인 정치·사회·문화 제도가 다른 국가와는 차별점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외국의 물산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시장에서 경쟁하는 ‘세계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전통적인 카스트 제도와 현대적인 능력주의가 공존하면서 사회는 한층 복잡성을 띤다고 했다.
강 교수는 “기득권층은 카스트 제도에 기반한 계급 세습에 대한 사회 불만을 누르기 위해 극단적인 힌두주의를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힌두주의로 대표되는 국수주의가 널리 확산·강화되고 있어 세계화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국수주의와 시장주의가 혼재되어 있는 게 오늘날 인도의 현주소”라며 “동시에 전반적인 부정부패 수준이 높고 (정부의) 의사결정이 느리다. 이곳에서 안정적인 기업 운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인도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이 여전히 ‘자립’에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 교수는 말한다. 그는 “인도의 산업정책은 여전히 ‘자립 인도’다. 내수 시장 중심으로 생각하고 수출 지향 산업정책도 낯설다. 꾸준히 높은 수준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활용해 취약한 인프라를 개선하고는 있지만 외국인 직접투자가 꺾인다면 급격히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며 “(인프라 투자 재원이 되는) 재정 수입이 취약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인도 현지에선 상대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인도에서 한국은 ‘안물안궁’(관심이 없다는 뜻)인 존재다. 인도는 스스로를 세계 3대 강국으로 자부하기 때문에 한국을 낮춰 본다”고 했다.
이러한 난점과 복잡성에도 인도에 대한 관심은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인도는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지정학적 이점이 있는데다 여전히 잠재력을 낮춰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인도 투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선 인도의 복잡한 사정에 밝은 이들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강 교수는 “한국에는 인도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가 너무 부족하다. 인도를 잘 아는 현지 파트너를 구축해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효율적인 인도 공략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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