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첫날은 ‘포용성장 시대: 기업과 사회의 혁신’이란 화두를 놓고 동서양의 서로 다른 모색을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교수와 야오양 중국 베이징대 교수(국가발전연구원 원장)가 선보인다. 기조강연을 마친 두 연사는 이근 서울대 교수(경제학)가 좌장을 맡는 원탁토론장으로 이동해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과 함께 독일, 중국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심도있게 토의한다.
점심 특강에서는 ㈜카카오의 이석우 대표가 최근 ‘메신저 한류’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국내 모바일 서비스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게 된 비결을 들려준다.
오후의 종합세션에서는 ‘혁신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 공유와 협력’이란 주제 아래 일본과 영국, 국내 기업과 지자체의 성공사례가 발표된다.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이 좌장을 맡아 심도있는 토론을 이어간다.
기조연설 1 >>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교수 한국, ‘히든챔피언’ 육성해 재도약을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창의성 있는 중소기업·중견기업 육성은 한국 경제 최대의 현안이다. 전체 기업 수의 99%,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성장의 한계에 봉착한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우리 사회에는 독일을 배우자는 열기가 뜨겁다. 국회에는 여야 의원이 두루 참석하는 포럼이 만들어졌고, 언론과 대학에서도 다양한 각도에서 독일 경제의 강점을 조명하고 있다. 독일은 미국 인구의 4분의 1, 일본 인구의 3분의 2에 불과하지만 수출은 미국보다 20% 이상, 일본의 2배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히든챔피언’이라 불리는 1000여개의 강소기업이 있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3위이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매출액 40억달러 이하의 우량기업을 말한다.
중소·중견기업 경쟁력 강화가 관건
기조 연사인 빈프리트 베버 만하임응용과학대 교수는 ‘히든챔피언’ 전문가다. 그는 “작은 것 자체가 강점”일 수 있다며 대기업에 눌려 제대로 크지 못하는 한국 중소기업도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 독일 히든챔피언의 생산성은 대기업보다 높다. 중소기업은 직원들이 서로 잘 알아 강한 일체감을 키울 수 있고 직원 한명 한명이 경영자와 똑같이 회사의 생산성 향상, 품질 개선, 신제품 개발을 생각해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히든챔피언이 성장하려면 그럴 만한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 사회적 신뢰, 자본, 교육시스템 등이 그런 것이다. 한 예로 한국은 유능한 인재들이 의대와 법대로 몰린다. 대기업의 꽉 짜인 분위기가 싫어 중소기업을 택해야 할 젊은이들이 고시, 공시(공무원시험)에 매달려 ‘노량진 폐인’이 되어 가는 곳이 한국이다.
교육시스템 등 제도적 뒷받침 있어야
베버 교수는 그래서 “한국의 중소기업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은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며 사내외의 각종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베버 교수는 교육제도와 산업시스템의 조화를 역설한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bhlee@hani.co.kr
기조연설 2 >> 야오양 중국 베이징대 교수 중국, 평등있는 자유주의로 개혁해야
중국은 첫 30년의 사회주의와 30년의 시장화 시대를 거쳐 중국 발전 모델의 3막을 펼쳐야 하는 지점에 도달했다. 무엇보다 중국은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지 않고는 지속성장의 발걸음을 떼기 어렵게 되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이지만 웬만한 자본주의 나라보다 더 불공평하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는 3.5배, 업종 간은 10배, 내륙과 연안의 차이는 23배나 된다.
국가 개입 줄이고 능력 발휘할 수 있게
경제·군사적으로 미국과 양강 구도를 꿈꾸고, 우리에겐 가장 큰 교역상대국이자 지정학적으로도 밀접한 중국이 어떤 방향을 잡느냐는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파수꾼 역할을 하는 중국의 지식인들은 시장과 민간의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우파와, 국가의 역할을 강화해 문제를 풀자는 좌파로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야오양 베이징대 교수는 이 논쟁을 주도하는 스타 논객이다. 그는 지금 중국이 국가와 시장 양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그가 제시하는 처방은 국가가 자의적인 개입은 줄이되, 국민들이 공정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로운 사회에는 최소한의 평등이 있어야 하며, 평등이 없으면 자유를 말할 수 없다”고 말하는 평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자이다.
그는 과도한 금융화에는 부정적이지만, 중국에는 아직도 금융이 ‘포용성장’을 위해 해야 할 역할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다. 관치와 결탁, 그림자 금융이 활개를 치는 지금의 금융 시스템을 갖고는 인민들이 골고루 잘사는 나라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은 낙후한 시스템을 바로잡는 과감한 개혁조처이다.
이익집단과 거리 두는 중성정부 바람직
그가 말하는 바람직한 정부는 ‘중성 정부’다. 이는 이익집단과 거리를 두며 사회의 장기적 이익을 목표로 하는 정부를 말한다. 올해 내내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진핑의 새 체제가 그에게는 어떻게 비치는지 그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종합세션 >> 혁신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 전북 완주 로컬푸드 등 각국 혁신 사례 소개
세계적으로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나라마다 대안적 경제사회 운영 원리를 모색하는 논의가 활발하다. 경쟁과 효율의 날카로움이 아니라 나눔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자상하고 부드러운 변화, 즉 사회혁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 해결 힘은 아래로부터 나와야
사실 유럽에서는 1990년대부터 국가와 시장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는 것을 깨닫고, 생활의 마당인 지역사회의 역량과 연대를 강화하려는 노력들이 전개되었다. 여기서는 국가 또는 시장권력이 주도하는 양적 발전 모델보다는 지역 기반의 네트워크와 협력을 강화해 아래로부터의 혁신 지향적인 제도와 문화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종합세션에서는 국내외 지자체와 기업, 사회적기업들이 각자 지역공동체와의 협력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보여주고, 경제·사회·환경을 고려한 새로운 발전 모델들을 제시한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한국 농촌 사회의 위기를 극복해가는 5년간의 노력 과정을 소개한다. 완주군은 지역산업이 침체되고 소득 양극화가 심각해지며 지역사회가 붕괴될 위기에 직면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로컬푸드를 도입해 지역사회의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고 마을공동체의 활력을 되살리게 된 과정과 협동, 공유에 기반을 둔 지역순환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하라 아키히로 일본 오히사마 진보에너지주식회사 대표는 지자체와 사회적기업, 시민들의 노력이 합쳐진 자립형 마을에너지 모델을 소개한다. 일본 이다시는 1996년부터 지역의 자체 에너지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 태양광 발전 보급사업을 추진해왔다. 초기 막대한 투자금을 위한 오히사마 시민펀드의 성공적인 조성과 시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된 과정은 원전 불안감이 높아지는 지금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포스코는 사회적기업 설립으로 지역 내 장애인, 새터민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전문 인력 육성에 기여한 사례를 소개한다. 포항, 광양, 인천 지역에 국내 첫 자립형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게 된 계기와 지역사회 인프라와 자원을 지역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박원순 시장이 좌장 맡아 토론 진행
영국의 글로벌 유통업체인 마크스앤스펜서의 조 대니얼스 지속가능커뮤니티팀 매니저는 지역사회의 경제·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접목한 사례를 소개한다. 마크스앤스펜서는 2007년부터 ‘플랜A’라는 환경윤리 프로젝트를 선포하고, 7대 분야의 180가지 공약을 회사 전부문과 매장에서 실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 사회 이슈에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지역주민들의 참여율을 높이고 의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침체된 지역 영세상권과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오와 함께 운영한 공급업체 지원 사업과 전문 직업 교육 사업도 함께 소개한다.
토론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좌장으로 동네에서 확산되는 ‘생활민주주의’ 패러다임과 지자체, 기업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정루 중국 칭화대 교수가 합류해 지역사회 혁신과 발전 방안에 대해 발표자들과 의견을 나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원 ekpark@hani.co.kr
기조연설 1 >> 빈프리트 베버 독일 만하임응용과학대 교수 한국, ‘히든챔피언’ 육성해 재도약을
기조연설 2 >> 야오양 중국 베이징대 교수 중국, 평등있는 자유주의로 개혁해야
종합세션 >> 혁신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 전북 완주 로컬푸드 등 각국 혁신 사례 소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