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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세대비관론’ 번진 불평등 앓이 …정치로 균형 잡기

등록 2019-10-17 09:41수정 2019-10-17 10:34

【2019 아시아미래포럼】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안에서
피어나는 삶을 위한 상상력
특별세션
노동자 소득·고용의 양극화 심화
환경 파괴로 일자리 증발 위기

기득권층에 포섭된 정부 신뢰도 하락
국가 간 협력도 안돼 정책 전환 더뎌

의사결정 민주화·참여 예산 증액과
지대추구 방지·노동 환경 구축 시급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위기 신호들에도 오직 성장만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와 각 나라 정부 지도자를 향해 직설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하지만 실제 변화는 더딘 이유는 뭘까.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속에서 ‘피어나는 삶’이 가능한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한겨레> 자료 이미지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최근 위기 신호들에도 오직 성장만을 추구하는 기성세대와 각 나라 정부 지도자를 향해 직설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새로운 경제·사회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하지만 실제 변화는 더딘 이유는 뭘까.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속에서 ‘피어나는 삶’이 가능한 날은 과연 언제쯤 올까. <한겨레> 자료 이미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인구 증가와 환경 파괴, 도시화와 불평등의 확대….

20세기 유산 속에서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시스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지만 실제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세계 각국은 여전히 국내총생산(GDP) 성장 경쟁과 ‘우상향하는 성장의 그래프’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의 확대와 기후변화의 심화, 변화하는 산업구조 속에서 많은 나라가 청년실업 등으로 홍역을 앓고 있는데도 사회·경제적 패러다임 전환은 왜 찾아보기 힘들까?

포럼 첫날 오후의 특별 세션 ‘경제·사회·환경의 균형 안에서 피어나는 삶을 위한 상상력’에서는 이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레토릭(수사) 넘어: 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경제, 사회, 환경적 전환의 진전은 느려졌는가’라는 발제문을 통해 최근 더욱 심화한 구조적 문제들의 현황을 들여다보고, 그 원인과 탈출구를 조심스레 모색한다.

우선 현실. 21세기는 또 다른 ‘자본의 시대’다. 글로벌 국내총생산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몫은 2004년 53.7%에서 2017년 51.4%로 줄어들었다. 노동 안에서 편중도 심화했다. 국제노동기구 추정자료(2019)를 보면, 전세계 노동자(급여소득자) 상위 10%는 전체 임금의 48.9%를 받아갔지만 하위 50%의 몫은 6.4%에 그쳤다. 선진국 클럽이랄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고용률은 1990년 65%에서 2017년 70% 수준으로 높아졌지만, 노동시장 양극화에 따라 ‘중간층’은 크게 줄었다. 또 산업화에도 불구하고 비공식 고용이 크게 늘었다.

지속가능 분야는 어떤가. 유엔은 ‘일자리를 위한 기후행동’(2019.9) 보고서에서 녹색경제로의 전환이 일자리 수백만개를 창출하고, 열 스트레스(기후변화로 인한 온도상승) 증가로 일자리 8천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반영하듯 북미와 유럽 등을 중심으로 ‘세대 비관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의 아이들이 자라서 경제적으로 부모세대보다 어떨까’라는 질문에, 미국에서는 ‘나빠질 것’이란 답이 58%로 ‘나아질 것’(37%)이란 답을 압도했다. 캐나다에서는 그 차이가 69%-24%로 더 벌어졌다.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도 ‘나빠질 것’이란 답변은 70%를 오르내렸지만, ‘나아질 것’이란 답은 20%대에 턱걸이했다. 프랑스에서는 ‘나아질 것’이라는 답변 비율이 9%에 그쳤다.

위기는 고조되는데 정책 전환은 왜 지지부진한 것일까. 이상헌 국장은 두 가지를 지목한다. 먼저 불평등에 맞설 법적 개입이나 정치적 결정을 끌어낼 도시 저소득층의 정치적 영향력 축소, 그리고 문제 해결 주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그것이다. 실제 세계 각국에서 기득권층에 포섭돼 지대 추구나 독점을 용인하는 정부에 대한 믿음이 줄어들고 있다. 다자주의가 퇴조하면서 세계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가 간 협력 또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가 최근 지적한, 교육 수준이 높은 엘리트인 ‘브라만 좌파’와 수입·재산이 많은 ‘상인 우파’ 사이 대결로 변질된 정치의 장에서 덜 가진 다수가 소외되는 ‘새로운 현실’도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그럼 어떻게 해답을 찾을까?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그 해결은 단순한 것일 수 있다. 우선 사회적 자원 배분을 결정하는 정치에서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 능력과 목소리를 끌어내는 것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의사결정의 ‘민주화’ 및 ‘참여’ 예산을 대폭 늘리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금융·부동산 시장 등에서 지대 추구를 막기 위한 정교한 제도 설계,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시하는 노동환경 구축도 시급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좌장으로 세션을 이끌어가며, 세계적인 도시사회학자인 사스키아 사센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와 노나카 도모요 로마클럽 집행위원이 토론자로 참여해 전 지구적 불평등 해소 방안의 중요성, 지속가능한 경영과 기업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해 논의한다. 서울 성수동에 소셜벤처를 위한 공동공간 헤이그라운드를 연 정경선 루트임팩트 최고상상책임자(CIO)와 정원오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장(서울 성동구청장)도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끌어낸 사회혁신 사례, 도시 안 격차문제 해결 등에 관한 제언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순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수석연구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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