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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헤리리뷰

벼랑 끝 ‘프레카리아트’ 기본소득이 희망 줄 것

등록 2020-11-25 15:32수정 2020-11-26 10:29

코로나, 기본소득, 그리고 이후

가이 스탠딩 기조·특별강연

불로소득 자본주의 세계
취약노동자 갈수록 급증
팬데믹에도 불평등에도
기본소득은 효과적 해법
가이 스탠딩. 한겨레 자료사진
가이 스탠딩.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례 없는 사회 정책을 실시한 나라다. 지난 5월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은 전국민에게 직접 소득을 지원한 첫 사례였다. 애초 이 정책은 ‘재난 시에 일시적인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공교롭게도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감염병 최고 등급인 ‘팬데믹'으로 선언한 지난 3월11일,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 공동창립자이자 대표적인 기본소득 연구자인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학 동양아프리카학(SOAS) 교수 역시 지금 상황에 적절한 대책은 기본소득이라고 주장했다. 그날 스탠딩 교수는 스페인의 유력 매체 <엘 파이스>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1918년 발생해 4천만명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은 지금 퍼지기 시작하는 코로나19의 피해를 왜소하게 만들 정도로 극심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 위기는 이번이 더욱 클 것”이라며 구조적으로 취약계층의 삶이 더욱 불안해진 현실을 꼬집었다.

올해 아시아미래포럼 첫 날인 12월2일 ‘코로나, 기본소득, 그리고 이후'라는 주제의 원탁토론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의 대유행 시대에 관심이 모아진 기본소득이란 의제가 코로나 이후의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집중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 토론의 기조연사로 나서는 가이 스탠딩은 기본소득의 강력한 옹호자이자, 저임금 불안정 노동계층을 의미하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용어를 널리 알리며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을 날카롭게 꼬집어 온 경제학자다.

스탠딩 교수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핵심 이유는 불안정하고 취약한 처지에 놓인 노동자 계층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과 관련이 깊다. 그의 진단은 상대적으로 덜 개방된 경제, 점진적인 기술 변화와 산업 고용에 기반해 작동했던 복지국가의 전성기보다 지금의 경제 구조가 취약한 것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전지구적으로 개방된 경제로 인해 자본은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국경을 넘나들고, 파괴적인 기술 변화는 대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형태로 작동한다. 그가 지금의 경제체제를 규정하는 용어는 ‘불로소득 자본주의'(rentier capitalism)이다.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불평등, 경제적 불안, 빚, 스트레스, 불안정 노동계층, 기술자동화, 동·식물 멸종, 파시즘적인 포퓰리즘 등 8가지를 꼽고 있다. 그는 이 8가지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도 기본소득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자국인 영국의 경제 정책에 대한 논평과 토론을 피하지 않는 논객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코로나 대응에 있어서도 고용유지지원금, 해고자 지원 등을 중심으로 짜인 영국 정부의 정책에 대해 ‘프레카리아트 계층은 아무 지원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에게 남겨진 선택지는 ‘집에서 굶어 죽거나, 밖에 나가 일거리를 찾다 코로나에 걸려 죽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은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팬데믹에 대처하는 단기적인 수단으로도 효과적인데다 장기적으론 불평등과 기후위기, 권위주의적 포퓰리즘의 부상에 대응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역설한다.

스탠딩 교수가 열정적으로 토론에 참여했음에도,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시기의 정책 수단으로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팬데믹 시기에 거의 전국민에게 정부가 직접 소득을 지원한 국가는 한국과 미국, 일본 등으로 제한적이다. 특히 경제 규모에 비해 복지가 발달하지 않았다는 점이 이들 국가의 공통점이다. 그렇다면 복지가 발달한 국가에선 기본소득이 필요 없을까? 기본소득은 복지와 상충되고, 복지를 위축시키는가? 스탠딩 교수의 노력으로 이미 유럽에선 이런 질문들이 오래 전부터 제기되고 토론돼 왔다. 스탠딩 교수는 “이런 주장은 이성이 아닌 감성에 기초한 것”이라고 일축한다. “왜냐하면 오늘날 기본소득을 지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공공사회서비스와 필요에 기초한 복지수당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기본소득: 일과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 가이 스탠딩 저 77쪽 인용)이다.

스탠딩 교수는 인도와 아프리카에서 기본소득 실험 설계와 영향을 연구한 당사자기도 하다. 한국 사회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모색되고 있는 정책실험에도 시사점을 제시할 전문가인 셈이다. 이날 원탁토론은 스탠딩 교수의 기조연설 이후 구인회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다. 토론자로는 김세연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이원재 랩2050 대표가 참석한다.

윤형중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philyoon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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