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본사 앞. 성남/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지난달 2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네이버 직원 사건과 관련해,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네이버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다.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 등 계열사 직책은 유지한다. 노조는 “꼬리 자르기”라며 회사 쪽을 비판했다.
네이버는 25일 사내망을 통해 자체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하면서, 최 시오오가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최 시오오를 포함해 가해자로 지목됐던 리더 등 4명은 이달 초부터 직무정지 상태였다.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져야하는 인물로 꼽혔던 최 시오오는 도의적 책임을 지는 뜻에서 네이버의 모든 직책에 대해 사의를 표명했고, 네이버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이사를 포함해 네이버클라우드, 웍스모바일 등 네이버 계열사 7곳에서 겸직하던 이사, 감사 등 직위는 유지한다. 네이버를 완전히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숨진 직원을 오랫동안 괴롭힌 것으로 지목된 책임리더에게는 해임이 권고됐다. 네이버 쪽은 “최 시오오가 네이버 본사의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은 맞지만, 그 외 인물들에 대한 조사·징계 내용은 대외비라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조사 결과,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네이버 이사회는 또 티에프(TF)를 조직해 올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을 구축하는 등 경영 쇄신 계획을 네이버 쪽에 제안하기도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네이버가 생각하는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는 어떤 것일지 등을 고민하고 세워나가는 노력을 시이오(CEO)의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도 본격적으로 마련하고 바꿔 나가겠다”며 “이사회의 제안도 깊이 공감하며, 네이버의 미래에 걸맞는 새로운 조직문화와 리더십을 세우는 일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이날 회사가 발표한 조처에 대해 “꼬리자르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 시오오는 해고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을 정도로 잘못한 가해 임원을 채용하고 관리해야하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 고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원들을 직장내 괴롭힘 상황에 처하게 한 책임은 ‘도의적 책임’과 ‘경고’만으로 다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해피빈 재단과 네이버 파이낸셜 대표 등 각 계열사의 경영진으로서 활동을 보장한 것은 책임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는 징계 결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민영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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