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자율주행차의 ‘눈’ 라이다 vs 카메라, “우리는 둘 다” 외치는 한국 기업

등록 2021-07-22 15:16수정 2021-07-22 15:36

서울로보틱스 이한빈 “라이다에서 카메라까지 ‘불변의 3D 인지 기술’을 고민합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자율주행차의 눈, 웨이모의 라이다(Lidar, 레이저를 쏴 사물에 반사돼 돌아오는 것을 받아 물체까지 거리 등을 측정하는 기술)와 테슬라의 카메라 중 무엇이 대세가 될까. 자동차가 정확하게 앞을 보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인지’와 관련된 기술 경쟁이 뜨겁다. 정확하지만 비싼 라이다 진영과 가격이 저렴하지만 정확도는 떨어지는 카메라 진영으로 시장은 나뉘었다.

이같은 기술 경쟁의 와중에 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1991년생 이한빈 대표가 2017년 창업한 서울로보틱스다. 자동차 등 기계에 부착된 다양한 3D 센서가 받아들인 정보를 기계가 이해할 수 있는 정보로 해석해주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3차원 비전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 업력이 짧지만 베엠베(BMW), 볼보, 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회사 설립부터 지금까지 3D 라이다 센서에 집중했지만 이제는 카메라를 포함한 다양한 3D 센서의 데이터를 읽을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고도화를 준비 중이다. 이런 전략 변화는 최근 테슬라가 공개한 ‘버전9’ 운행체제의 3D 카메라 데이터를 확보하면서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교대 곱창거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캡틴’ 이한빈 대표를 만났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미지의 영역 인공지능, ‘팀 코리아’ 동료들과 연구하며 자율주행의 세계로

조기유학 붐이 불던 2004년, 이 대표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기계공학과에 진학했다. 공부해보니 미래 로봇의 핵심은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전공을 바꿀지,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할지 등 로봇 연구 진로를 놓고 고민했다.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이제 막 열린 인공지능 분야에는 아직 전문가가 없다고 봤어요. (당시에) 라이다 논문을 검색하면 전 세계에서 딱 하나만 나왔거든요.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보단 스스로 연구해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취업하고 싶은 회사에 팔아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첫걸음은 2016년 가을, 페이스북과 슬랙 등 온라인 공간에 만든 인공지능 스터디 모임 ‘팀 코리아’였다. 40여명 멤버들과 최신 논문을 함께 읽고, 각자가 짠 코드를 공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자율주행 인지’로 연구 분야도 정했다. “로봇이 정확히 상황을 인지한 뒤의 프로그래밍은 어렵지 않아요. 자율주행 차량이라면 앞에 놓인 사물이 사람인지, 가드레일인지를 정확히 인지하는 게 가장 어렵고 핵심 기술이라고 봤어요.”

스터디모임은 ‘팀 코리아’, 회사는 ‘서울로보틱스’. 이 대표가 만든 그룹에는 이름에 한국이 들어간다. 애국심이 대단히 큰 것은 아니지만, 긴 유학생활을 거치면서 “한국이란 공동체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책무”를 자연스럽게 느낀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창업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2017년 7월, ‘팀 코리아’ 멤버 10명과 미국에서 열린 자율주행경진대회에 나가면서다. 자율주행 차량에 부착된 3D 라이다 센서가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인지 소프트웨어를 출품했다. 전 세계에서 참가한 2천팀 중 10위에 올랐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창업 (성공) 가능성도 봤어요. 그때까지 3D 인지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만드는 곳은 전 세계에 없었거든요. 미래에 큰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아직 뛰어든 기업이 없다면 우리가 먼저 해보자 생각했습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사람, 도로표지판, 신호등을 자율주행차에게 이해시키는 소프트웨어, BMW가 알아봤다

이 대표가 3명의 동료와 함께 2017년 8월 세운 서울로보틱스는 완성차 업체나 라이다 하드웨어 생산 업체들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는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한다. 3D 컴퓨터 비전 소프트웨어인 센스R(SENSR)과 이 프로그램을 작동시킬 수 있는 하드웨어 엘피유(LPU, LiDAR Processing Unit)가 대표상품이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수억원 수준이고 직원은 30여명인 작은 규모다.

구글의 웨이모가 채택한 3D 라이다 센서는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정확히 거리값을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가격이 비싸고 차량 지붕에 설치해야 해서 미관상 보기좋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면서 카메라만으로도 충분히 자율주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동안 테슬라가 사용했던 2D 카메라 센서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정확도가 떨어져서 완전자율주행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사업 초기부터 서울로보틱스는 3D 라이다 센서의 데이터를 읽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왜 ‘3D’이고 왜 ‘라이다’일까. “모든 자율주행 차량에 필요한 것은 결국 ‘3D 거리값’입니다. 2D 카메라는 물체들의 거리값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죠. 그래서 카메라도 결국 3D로 넘어올 거라고 보고, 2D 카메라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라이다는 서울로보틱스가 출범할 당시 가장 정확하고 시장에서 제일 잘 나가던 3D 센서였습니다. 비싸다는 단점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았어요. 디지털카메라가 처음엔 수천만원이었지만 발전을 거듭할수록 가격이 낮아져서 이제는 스마트폰마다 다 들어간 것처럼요.”

서울로보틱스는 2019년 BMW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재 납품계약을 맺기 위한 과정을 밟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기술력이 있어 보이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파트너십을 맺은 뒤 수년에 걸쳐 검증을 한 뒤 납품계약을 맺는다. “2018년 핀란드의 스타트업 행사 ‘슬러쉬’에서 BMW를 처음 만났어요. 하드웨어가 아닌, 인지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는 회사라는 점에 흥미를 보이더라고요. 이후 1년 동안 미팅을 하면서 구현 가능한 기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보여줬고 정식 계약 과정으로 이어졌어요.” BMW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에겐 보통 티어2를 지정하지만 서울로보틱스는 이례적으로 티어1으로 분류한 점도 화제였다. 높은 등급일수록 BMW와 직접 제품을 제작하거나 납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후 벤츠와 볼보, 국내 자동차 부품사 만도, 3D 라이다 센서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인 벨로다인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테슬라의 3D 카메라 데이터 확보하며, 라이다에서 카메라로 호환성 확대 시동

최근 시도하는 새로운 도전은 라이다뿐만 아니라 3D 카메라로도 소프트웨어 호환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택하게 된 계기는 지난 9일 테슬라가 내놓은 새로운 자율주행 체제 ‘버전9’의 운행 데이터를 확보하면서다. “전 세계에서 최초로 확보한 테슬라의 3D 카메라 데이터이고, 앞으로도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다만 이 대표는 데이터 확보 과정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3D 라이다’로 시장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온 서울로보틱스가 다른 센서로 확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3D 센서에 호환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계획은 원래 있었어요. 하지만 초기엔 우리 팀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죠. 시간이 지나며 점점 다른 센서들이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 적극 대응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테슬라가 3D 카메라 센서를 개발 중이라고 했을 때부터 고민했고, 최근 데이터를 확보하면서 본격화했습니다. 테슬라 데이터를 며칠간 분석해보니 생각보다 정확도가 높아서 놀랐어요. 3D 라이다 센서의 초기 모습과 비슷해 보였죠. 앞으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팩토리 구축 분야도 눈여겨 보고 있다. 서울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가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 자율주행차 말고도 다양하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이 가능한 도시인 미래의 스마트시티에는 도시 곳곳에는 라이다 센서가 설치되어 자율주행 차량 운행을 가능하게 하고 각종 교통 정보를 처리한다. 스마트팩토리에 설치된 라이다는 자동화 시스템 운영과 직원들의 안전한 근무를 가능하게 한다. 이미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퀄컴의 스마트시티 사업에 참여하고 지난 2월에는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팩토리 사업을 추진 중인 만도와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기술은 쉴새없이 발전하지만, ‘불변의 가치’를 만드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인터뷰 중 이 대표는 ‘테슬라’를 자주 언급했다. 테슬라를 한편으론 경쟁하지만 한편으론 협력할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테슬라는 그동안 2D 카메라를 썼으니 3D 센싱 분야에선 아직 시작 단계예요. 저희는 지난 4년간 쌓아온 노하우가 있죠. 테슬라에 서울로보틱스의 소프트웨어를 납품할 수 있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테슬라가 보유한 막대한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더 좋은 인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납품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만요. 긴장 되지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서울로보틱스의 생존 전략은 “불변의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시장과 기술은 빠르게 바뀌죠. 하지만 미래에는 결국 모든 분야에 로봇이 필요할 겁니다. 핵심은 인지 기술이고요. 어떤 기기가 등장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는 인지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이 서울로보티스의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무엇이 본질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겠습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