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카카오택시 서비스가 멈춰 주말 오후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합뉴스
직장인 전아무개씨는 서울 출장을 왔다가 복귀하던 중 카카오택시를 잡지 못해 예약해둔 기차를 놓쳤다. 휴일을 맞아 마트를 찾은 양아무개씨는 스마트폰에 등록된 카카오페이가 먹통이 돼 장을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이아무개씨는 카톡으로 받기로 한 자료를 받지 못해 30억원짜리 거래를 놓쳤다.
15일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에 따른 카카오톡 등의 먹통으로 이용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금전적인 손해를 본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이 겪은 불편과 손실에 대한 피해보상이 이뤄질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업계에선 카톡이 무료 서비스이고, 이용약관에 서비스 장애 시 이용자들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일부 유료 서비스 이용자에 한해서만 이용료 감면 같은 간접 보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한 때 ‘국민 메일’로 꼽히던 한메일 운영업체 다음이 서버 교체 작업 과정에서 실수로 이용자 메일을 삭제했을 때도 무료 서비스라는 이유로 이용자들의 보상 요구가 거절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12월 대형 부가통신 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조치를 의무화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하 넷플릭스법) 시행 이후 카카오톡에서만 최소 11차례 장애가 발생했다. 카카오톡 메시지 수·발신 장애를 비롯해 뉴스 서비스 접속 중단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무료 서비스란 특성 탓에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 사업자들은 기간통신 사업자 배상 기준인 ‘2시간 이상’ 장애 발생 시 배상하게 돼 있는 기준을 배상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가 장애를 인지한 시점부터 서비스를 정상화한 시점’을 기준으로 서비스 장애 시간을 산정한다. 보상을 피하기 위한 꼼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서비스 이용자에 대해선 이용료 감면 등 간접적인 보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전에도 카톡 이모티콘 플러스 같은 유료서비스 이용자나 카톡 채널을 통해 브랜드 광고를 하는 업체에 대해만 이용료 감면과 아이템 제공 등 간접적인 보상만 이뤄졌다. 카카오 선물하기에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수차례 카카오톡 장애에도 보상 기준이 없어 판매 손해를 감수했다. 플랫폼에 상품을 공급하는 을의 입장에서 보상해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장애가 광범위하고 오랜 시간 지속돼 이전과 다를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에스케이씨앤씨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현행법상 카톡 같은 서비스들은 부가통신서비스로 분류돼, 기간통신서비스에 비해 중요도가 낮다고 여겨져 왔지만, 어제 모두가 경험했듯이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지면 국민들이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도 이번 상황을 엄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나 택시기사, 카카오톡 로그인 연동 서비스를 통해 외부 유료서비스(티빙, 웨이브, 멜론 등) 가입자 등이 향후 카카오 쪽 보상규모에 따라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케이티(KT) 서울 아현지사 화재 당시 피해자들을 대리한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카카오 서비스 중 메시지 전송 등 무료서비스는 여러 대안이 많은 상황이라 손해가 발생했다고 논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카카오가 이용료를 받는 유료서비스의 경우, 카카오가 화재에 대해 면책받을 수 없는 경우라면 손해배상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카카오가 복구 중인 데이터베이스가 100% 완전히 복구되지 않을 경우 소송 가능성은 더 커진다. 조정희 변호사(법무법인 디코드)는 “카카오의 고의나 과실, 실제 손해의 입증이 없다면 손해배상 성립이 쉽지 않을 것이다. 다만 카카오가 보관하고 있는 고객의 데이터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고 손실된다면 카카오의 의무 위반이 될 수 있어 손해배상청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에도 집단소송 등을 통한 손해배상이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채다은 변호사(법무법인 시우)는 “카카오 서비스가 제공이 안 됐더라도 택시 운행이나 메시지 전달이 다른 수단으로 가능했고, 손해의 정도를 입증하기 어려워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서더라도 승소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법적으로 손해배상이 인정되려면 카카오의 고의 과실과 피해자의 손해가 입증돼야하며, 이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성립돼야한다. 손해 증명 문제 등을 고려하면 카카오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카톡 등이 부가통신 서비스이지만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이동통신 같은 기간통신 서비스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부가통신 사업자에게도 서비스별 이용약관 신고 의무 등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해 보완하는 장치를 통해 피해 보상 등 이용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부가통신 사업자에게도 기간통신 사업자에 준하는 책임과 장애 배상 규정 등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와 네이버 등이 이용약관을 과기부 장관에게 신고하면, 이를 보완하도록 하는 제도를 통해 이용자를 보호하기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이날 오후 6시께 원인 조사와 보상 대책 마련 등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홍은택 카카오 각자대표 겸 공동체 센터장)를 꾸렸다. 카카오는 “곧 피해 신고 채널을 마련하고 접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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