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소통…“아는 연락처, 카톡 프로필뿐”
금융서비스부터 인증까지 먹통
자영업자·택시기사 등 생계 문제까지
금융서비스부터 인증까지 먹통
자영업자·택시기사 등 생계 문제까지
카카오가 멈추자 카카오 주요 서비스로 연결돼 있던 시민들의 생활도 멈췄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이틀에 걸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전국적 디지털 블랙아웃(대정전)을 방불케 했다. 채팅 메신저로 시작한 카카오 서비스가 금융과 쇼핑, 이동수단 등으로 무한확장하며 일상생활 전반에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대체재를 찾지 못한 시민들은 우왕좌왕하며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와 기업들도 피해를 입었다.
서비스 장애가 하루를 넘긴 16일 카카오톡 메신저가 주요 소통 수단인 이들은 고립감에 가까운 기분을 느꼈다. 문자나 통화로 소통을 대체하니 “스마트폰 이전 2G 휴대전화 시대로 돌아간 기분”이라는 글이 쏟아졌다.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기보다 카톡 프로필을 주고받는 Z세대에게는 ‘소통 단절’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벌어졌다. 대학생 최제환(20)씨는 16일 “전날 저녁 8시에 카카오톡으로 팀 프로젝트 과제를 하기로 했는데 팀원 연락처가 카카오톡 프로필밖에 없어서 연락하지 못해 과제 제출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 주말에 밀린 업무를 처리하던 직장인들의 불편도 컸다. 송도희(30)씨는 “업무 관련 내용도 카카오톡에 많고, 자료 백업용으로 카카오의 업무 툴 ‘아지트’를 쓰고 있어서 난감했다. 출력한 문서와 이메일 등을 뒤져 업무 자료를 찾아내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고 했다.
카카오 서비스를 기반으로 영업하는 자영업자들은 ‘고객 단절’을 경험했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예약을 받던 1인 자영업자들은 인스타그램 등 다른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받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경기도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일하는 최주은(19)씨는 “하루에 20건 정도는 기프티콘을 이용한 주문이 들어오는데, 기프티콘 주문도 번호 조회도 되지 않는 상황이라 매출에 타격이 있다. 상황을 잘 모르고 ‘왜 기프티콘 사용이 안 되냐’며 항의하는 손님도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카카오페이나 카카오뱅크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민도 불만을 쏟아냈다. 김지우(28)씨는 “비상금을 카카오페이로 충전해 사용하는데 이번 사태로 돈을 다시 계좌로 뺐다”고 했다. 특히 카카오페이의 경우 지문·안면 인식으로 개인인증을 할 수 있는 인증서를 운영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앱이나 쇼핑몰, 각종 핀테크와 대행사이트 접속을 카카오로 해놓은 사람들과 카카오 인증서로 관리하는 사람들은 토요일 오후 5시부터 거의 주민등록 말소 상태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인증을 통해 로그인하는 음악 스트리밍서비스 멜론, 새벽배송 플랫폼 마켓컬리,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등도 공지를 통해 로그인이 불가능하다고 알렸다.
모빌리티 서비스도 중단되며 각종 이동수단도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카카오티(T) 택시 플랫폼을 이용하던 택시기사들은 “하루 장사 공쳤다”고 푸념했다. 법인택시 기사 김영호(60)씨는 “카카오콜을 이용하지 못하니 적절한 코스로 손님을 태우지 못해 수입이 평소의 60% 수준이었다. 5년 차 이하 택시기사들은 카카오콜로 손님을 태우는 데 익숙해서 길에서 타는 손님이 어디에 많은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아예 하루 영업을 접었다”고 했다.
코로나19 환자 병상 배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수도권긴급대응상황실 병상배정반과 각 지역 보건소, 병원 관계자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환자 발생을 보고하고, 병상 수를 확인하는 소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송명제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병상배정반과 병원 의료진 20여명이 함께 있는 단체 카톡방에서 병상 배정을 논의해왔다. 새로 들어온 코로나19 환자 상태를 보고하면, 배정반이 병상을 지정해주는 식이다. 그런데, 어제(15일) 오후부터는 카카오톡이 되지 않아 개별 의료진에게 문자와 전화로 통보가 오고 있어 병상 배정이 매우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병상 배정이 늦어져 20시간 넘게 병원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에스엔에스(SNS)에는 카카오 킥보드 반납이 이뤄지지 않아 이용 요금이 수십만원 나왔다는 사례, 내비게이션을 이용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배달 라이더, 카카오대리 이용이 안 돼 대리운전 영업을 하지 못했다는 사례 등이 공유됐다. 카카오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도 함께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디지털 블랙아웃은 한국사회가 단일 플랫폼 사업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카톡공화국’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카카오처럼 시민 수천만명의 생활 전반에 침투해 정부와 기업, 시민을 하나로 묶어놓는 플랫폼을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정 민간기업 서비스에 대한 국민 의존도가 높고, 공공재처럼 작동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카카오가 유일한 사례로 보인다. 지난 10년간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연결돼왔기 때문에 시민들도 별다른 방법 없이 카카오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게 될 것이다. 독과점이 무서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신소영 기자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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