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박스네트워크 권고사직 대상자로 구성된 ‘구조조정 노사협의체 추진위원회’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네트워크 본사에 규탄문을 붙여 사측에 항의 뜻을 전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구조조정 노사협의체 추진위원회 제공
도티, 유병재, 침착맨 등 크리에이터들이 소속된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가 최근 경영 상황 악화를 이유로 일부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인력을 감축하기로 한 데 대해, 권고사직 대상으로 꼽힌 직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직원들로 구성된 ‘구조조정 노사협의체 추진위원회’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샌드박스네트워크 본사 정문에 “이필성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의 무책임하고 방만한 구조조정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규탄서를 붙여 회사 쪽에 항의의 뜻을 전했다.
앞서 샌드박스네트워크는 지난달 27일 “시장 상황이 변함에 따라 성장 중심 전략에서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전환이 불가피해졌다”며, 콘텐츠 글로벌 유통, 국내 미디어 판매, 출판, 이(e)스포츠 대회 운영 대행, 자체 브랜드 커머스 등 일부 사업을 중단하거나 외부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당 사업부문에 종사하던 직원 일부가 권고사직 대상이 됐다.
노사협의체 추진위원회는 규탄서에서 “이필성 대표 등 경영진의 무능·방만 경영의 대가를 왜 직원들만이 감당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영진 교체와 이 대표이사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어 “회사가 최근 네이버 라인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경영진이 이를 받아들였다”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와 합의가 없었던 데 대해 회사와 투자자들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퇴사 직원 3인, 현 직원 3인, 투자자 3인 등 9명이 참여하는 노사협의체를 꾸려, 구조조정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을 협의체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네이버 라인으로부터 투자받는 것을 전면 재검토하고, 권고사직 대상 직원 가운데 30% 이상이 복직하는 데에 동의하는 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구조조정의 과정을 담은 ‘샌드박스네트워크 구조조정’ 백서를 만들어 모든 직원과 소속 크리에이터, 주주들에게 공개할 것을 제안했다.
노사협의체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샌드박스네트워크뿐 아니라 그동안 방만한 경영을 일삼아 온 여러 스타트업 경영자들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해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네트워크 쪽은 노사협의체 추진위원회 요구사항을 받아들일지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진위 쪽에선 권고사직 대상자가 300여명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전체 직원 562명 가운데 10% 안팎인 50여명이 권고사직 대상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라인 쪽은 <한겨레>에 “샌드박스네트워크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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