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가 폭락 등 최악의 한해를 보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새해 전망도 어둡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은 나스닥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닷컴버블’ 이후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위기가 장기화할 조짐이 일고 있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미래 먹거리로 내놓은 사업들의 전망이 불투명해 올해에도 빅테크 거품이 계속 꺼지는 한 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시엔비시>(CNBC) 등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4개 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하며 1만466.48에 한해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가 4분기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건 2000~2001년 닷컴버블 이후 20년 만이다. 나스닥지수 연간 하락폭도 33%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38.6% 급락한 뒤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특히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아마존·메타 등 미국 5대 빅테크의 지난해 시가총액 합계는 약 3조달러(약 3783조원) 증발했다.
빅테크 위기는 경기 변수 외에도 시장은 성숙해지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구글·유튜브를 보유한 알파벳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의 경우 디지털 광고에서 대부분 수익이 발생하지만 매출이 계속 감소세다. 온라인 소비 감소는 아마존의 이커머스 부문에 직격타가 됐고, 클라우드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아마존 웹서비스(AWS)의 점유율도 점차 줄고 있다. 전세계 소비 둔화로 고가의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생산하는 애플의 위기론까지 거론된다.
구글·애플·엠에스 등은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당장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메타는 얼굴·시선 추적 등이 가능한 가상현실용 헤드셋을 출시했고, 애플도 내년을 목표로 혼합현실(MR) 헤드셋과 증강현실(AR) 글라스 등을 내놓기 위해 연구 중이다. 다만 가상현실을 경험할 수 있는 대중적인 플랫폼이 부재한데다 수익모델이 없다는 한계도 있다.
전세계 경쟁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도 빅테크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최근 메타가 이용자 정보를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는 등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는 예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본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면 연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낼 수 있다. 미국 정보기술업계 최대 인수합병으로 불린 엠에스의 블리자드 인수도 연방거래위원회(FTC) 반독점 소송에 직면해 인수 성사마저 불확실해졌다.
빅테크 긴축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아마존은 개발·인사 부문 등의 정규직·시간제 노동자 등 최대 2만명(약 1.3%)에 대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메타도 지난해 11월 이후 직원 1만1천여명(약 13%) 감원을 진행 중이다. 테크 기업들의 감원 현황을 집계하는 누리집 ‘레이오프’(Layoffs.fyi)를 보면 지난 한 해 전세계 1013개 테크 기업에서 약 15만3천여명이 해고됐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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