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북미 지역 웹툰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국내 법인을 청산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로고. 연합뉴스
주식 공개매수를 통한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를 추진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타파스코리아 청산 방침을 밝힌 것을 두고, 벌써부터 에스엠 인수를 전제로 국외사업 조직 개편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산 대상으로 꼽힌 타파스코리아 직원들은 “일방적인 해고 통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4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타파스 직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4월1일 타파스 한국 법인을 청산하고 소속 직원 30여명을 정리해고할 방침이다. 타파스는 201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북미 지역 최초의 웹툰 플랫폼 기업으로, 2021년 북미 웹소설 업체 래디쉬와 함께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타파스와 래디쉬는 지난해 8월 합병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자회사로 편입됐다. 타파스코리아는 타파스 출범과 함께 설립돼, 플랫폼 운영 및 마케팅을 담당해왔다.
박종철 타파스 공동대표가 직원들에게 밝힌 한국 법인 청산 이유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경영 효율화와 조직 재정비”다. 박 대표는 지난주 직원들과 화상회의를 통해 “글로벌 경제 불황으로 북미 시장의 환경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어 경영 효율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조직개편을 하지 않고는 타파스의 미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타파스코리아의 업무를 이어받는 구조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타파스코리아 직원들은 “협의도 없이 추진된 일방적인 해고 통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직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지난달까지도 본사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안을 협의했는데, 이달 초 갑자기 일부 개발자에게만 이적을 제안하고 법인청산을 통보했다”며 “지난주 화상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직원들과는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엠 경영권 인수를 가정해 본격적인 사업·조직 재편에 착수했다고 본다. 그동안에는 웹툰과 웹소설 중심의 ‘스토리 부문’이 카카오 국외 진출의 첨병 구실을 해왔다면, 에스엠 경영권 인수 뒤에는 ‘뮤직 부문’을 앞세우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할 것으로 예상한다. 카카오 내부에선 지난해말 이후 이승윤 래디쉬 창업자(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글로벌전략 담당)와 김창원 타파스 창업자(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최고전략책임자) 연이어 회사를 떠난 것을 사업 재편의 신호탄으로 보는 분위기다.
에스엠 인수 뒤 상장 절차를 재추진하기 위해 여러 자회사에 대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배력을 키우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스엠과 함께 북미 시장을 겨냥한 합작 법인을 세우기로 한만큼, 향후 케이(K)팝을 중심에 둔 새 성장 전략이 가동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타파스코리아 청산은 에스엠 인수와 별개로 진행되는 것으로, 급변하는 북미시장에서 경영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며 “타파스엔터의 북미사업에 적극 협조해 글로벌 사업의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하는 목표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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