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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의 농협같은 의미”…SVB 사태, 스타트업에 어떤 영향?

등록 2023-03-14 17:16수정 2023-03-15 02:48

“국내 스타트업 직접 영향은 제한적”
“대안적 자금 공급 모델 위축” 우려도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건물로 고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UPI연합뉴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건물로 고객들이 들어가고 있다. UPI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각) 대국민 성명을 통해 “실리콘밸리은행(SVB)에 예금한 모든 고객이 이날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자, 실리콘밸리 현지 스타트업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번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장기적으로 벤처 투자회사(VC)와 스타트업들의 행태를 ‘도덕적 해이’로 보는 관점이 생겨나며 부정적 인식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한국인 개발자는 1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 스타트업의 절반 가량이 실리콘밸리은행과 거래하고 있다 보니 모두 조마조마하며 주말을 보냈다. 내가 몸담은 회사도 투자금의 절반이 실리콘밸리은행에 들어가 있다. 일단은 정부 발표 이후 다들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좀 더 지켜보긴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벤처투자 업계 종사자들은 “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국내 스타트업들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지에 따로 법인을 설립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실리콘밸리은행과 직접 거래 관계에 있는 국내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국내에서 투자받은 돈을 굳이 미국 은행에 예치하는 경우는 많지않다 보니, 지난 주말 유동성에 영향을 크게 받은 국내 스타트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내 주요 스타트업 중에는 미국에 설립된 한국계 벤처캐피털의 투자금을 수혈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다른 국내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유사한 상황이 다시 발생한다면, 미국 쪽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는 국내 스타트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특화 은행’의 헛발질로 대출 등 금융 규제가 강화돼 스타트업이나 벤처캐피털들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진다면, 그 간접적 영향이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에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과 실리콘밸리 양쪽에 기반을 둔 초기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 대표는 “미국 테크 스타트업들에게 실리콘밸리은행의 의미는, 우리나라로 치면 ‘농업인들에게 농협’ 만큼이나 컸다”고 평가했다. 이어 “스타트업의 미래 성장 가치를 재무제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보니 전통 은행에서는 대출은 커녕 법인카드 발급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반면 실리콘밸리은행은 투자 유치 때 기업가치 등을 근거로 스타트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대안적인 모델을 만들어 미국 테크 업계 성장을 이끌다시피 했다. 실리콘밸리은행을 다른 누군가가 인수한다면 이런 면모를 얼마나 잘 이어갈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보니 (시장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대표는 “실리콘밸리은행의 대안적인 신용 평가 모델이 잘못됐다기보다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 은행이 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더 크다”며 “이번 사태 하나만으로 스타트업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를 계기로 국내 스타트업들도 언제든지 유동성 경색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업무 자동화 툴 스타트업 올거나이즈의 이창수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다행히 다른 은행 계좌에도 자금을 예치해 둬 당장 유동성이 끊기지는 않았지만, 현금 흐름의 중요성을 제대로 느꼈다”며 “(자금 경색이 예상됐던 지난 주말 동안) 줄일 수 있다고 판단이 된 비용은 그대로 줄여서 현금 흐름에 더욱 민감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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