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야?” 이 글을 올린 지 4년10개월 만에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를 전격 인수했다. 55조원짜리 쇼핑의 끝은 대규모
구조조정이었다. 아침에 출근하던 직원들은 영문도 모를 해고 통보를 받고 접속이 차단됐다. 지역 사무소가 통째로 날아가고, 핵심 개발자들이 줄퇴사했다. 두 달 뒤엔 트위터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치르치르와 미치르는 파랑새를 떠났다. 그 시간 동안 머스크는 무엇을 쫓았나.
그의 입은 거칠어졌고, 속은 옹졸해졌다. 올해 3월엔 디자인 담당 수석 임원에게
막말을 쏟아내 입길에 올랐다. 그 직원은 근위축증을 앓고 있었는데, 머스크는 장애를 조롱하고 일방적 해고 통보를 내렸다가 뒤늦게 사과했다.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인스타그램이나 마스토돈 등으로 떠났을 땐 인스타그램과 마스토돈을 트윗으로 홍보하는 계정을
일방적으로 차단해 빈축을 샀다. 4월 초에는 콘텐츠 구독 플랫폼 서브스택이 트위터와 비슷한 ‘
노트’ 기능을 내놓자, ‘안전하지 않은 링크가 포함됐다’는 이유를 들어 서브스택 링크를 트위터에 공유하는 걸
막기도 했다. 자기 트위터 계정 이름을
갑자기 바꾸거나, 트위터 로고를 파랑새에서 도지코인의
시바견으로 교체하는 건 애교에 가깝다.
머스크는 언론과도 끊임없이 마찰을 빚었다. 트위터 인수 후 그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트위터 블루’를 꺼내들었다. 진짜 계정임을 인증해주는 대가로 월 7.99달러를 받겠다는 심산이었지만, 그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다. 4월 초엔 미국 공영 라디오
<엔피아르>(NPR) 트위터 계정에 ‘국영 미디어’(state-affiliated media)란 딱지를 임의로 붙였다가 “우리는 정부와 독립돼 운영되며, 연방 기금은 전체 예산의 1% 미만”이라는 <엔피아르>의
항의를 받고 ‘정부 출연 미디어’(Government-funded Media)로 수정했다. 그 뒤로도 일론 머스크의 조롱 섞인 대응이 이어지자 <엔피아르>는 4월12일
트위터를 떠났다. 주요 언론사 가운데 첫 사례다.
이 일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번엔 영국
<비비시>(BBC) 계정에 ‘정부 출연 미디어’ 딱지를 붙였다가
항의를 받았다. <비비시>는 “영국 국민에게 수신료를 지원받고 있을 뿐, 과거도 지금도 독립 언론”이라는 항의 메일을 일론 머스크에게 보냈다. <뉴욕타임스>가 블루 계정 인증 거부 의사를 밝혔을 땐 “
그들의 선전은 흥미롭지도 않다”며 <뉴욕타임스>를 깎아내렸다. 논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묻는 메일을 언론이 보내면 똥 이모티콘(아래 그림)으로
회신했다. 맥락도, 해명도 없는 머스크의 기행은 트위터의 가장 큰 위험자산이 됐다.
법인으로서 트위터(Twitter Inc.)는 이제 없다. 최근 한 트위터 이용자와 소송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자신이 설립한 엑스코퍼레이션(X Corp.)에 합병시켰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엑스’는 머스크가 각종 브랜드에 즐겨쓰는 알파벳이자, 그가 앞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슈퍼앱’ 이름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일론 머스크의 럭비공 행보를 쫓아가는 게 버거울 정도다.
12살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으로 깨우친 천재 개발자. 세계 최고의 전기차 제조사와 우주 개발 기업을 만든 기업가이자 미래형 이동 수단인 초고속 진공 열차를 기획한 혁신가. 세기가 낳은 천재가 인류의 말썽꾼으로 전락했다. 꿈을 쫓던 그의 말들은 잡음과 분노를 부르고, 과감한 실행력은 분별 없는 독선으로 바뀌었다. 일론 머스크, 도대체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니?
이희욱 미디어랩부장
asada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