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대학이 스타트업 민나런과 함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 리터러시 프로그램인 ‘인공지능의 진실(Elements of AI)’.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 충격이 확산되며 각계에서 다양한 대응이 나오고 있다. 두 달여 만에 월 사용자 1억명에 도달해 역사상 가장 빠르게 보급된 기술답게 사회적 대응도 전례없이 신속하고 다양하다. 구글·메타·바이두·네이버·카카오 등 국내외 기술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응 서비스에 나서는가 하면 과제물과 시험 등 발등에 불이 떨어진 각급 학교는 사용금지와 활용영역 등 구체적 지침을 마련중이다. 챗지피티가 다른 기술과 구별되는 점은 특정 영역과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 거의 모든 영역, 모든 사람들에게 광범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과 문명의 핵심도구인 언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챗지피티에 대해 제시되는 사회적 대응방안을 살펴본다.
■ “6개월간 개발 중단” vs “실효성 없어”
지난달 29일 일론 머스크, 스티브 워즈니악, 요수아 벤지오, 유발 하라리 등 1000명 넘는 유명 인사가 미국 비영리단체 ‘미래삶연구소(FLI)’와 함께 공개편지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피티4보다 강력한 인공지능 개발을 6개월간 일시 중단하고 그동안 안전규약(프로토콜)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챗지피티와 같은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인 만큼 개발을 잠시 멈추고 안전망부터 만들자는 주장이다.
즉시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에릭 슈밋 전 구글 회장은 지난 6일 “개발 유예는 중국에만 이익이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지난 7일엔 인공지능 학계의 4대 석학인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와 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온라인 대담을 통해 비판을 보탰다. 두 석학은 인공지능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기술적 안전장치와 사회적 규제가 필요한데 이는 연구개발을 막는 게 아니라 제품에 대해 구체적인 규제를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앤드류 응은 “인공지능의 안전연구, 투명성 강화, 감사 등은 건설적 제안이지만 연구개발을 늦추자는 아이디어는 기술경쟁 상황에서 실행가능한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유럽·중국·미국 정부차원 규제
챗지피티에 대한 법적 규제도 시동이 걸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일 과학기술자문위원회를 열어 “인공지능은 질병과 기후 변화 해결에 도움될 수 있지만 잠재적 위협 문제도 해소해야 한다 ” 며 “기술기업들은 제품 공개 전에 안전을 확인할 책임이 있다 ” 고 말했다. 일주일 뒤인 지난 11일 미국 상무부 산하 국가통신정보관리청(NTIA)의 앨런 데이비슨 청장은 “인공지능이 책임있게 사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드레일을 설치해야 한다”며 “식품과 자동차가 안전 보증 뒤 판매되는 것처럼 인공지능 시스템도 대중·정부·기업에 보증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인터넷 규제당국은 지난 11일 중국의 인공지능 기업이 사회질서를 어지럽히거나 국가 권력을 위협하는 콘텐츠를 만들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엄격한 규제방안을 제안했다. 유럽연합은 특정한 유해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금지하고 제한하는 내용의 ‘인공지능 법률’을 검토중이다. 이탈리아 정보보호 당국은 지난달 31일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충족하고 만 13살 이하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20일 안에 내놓으라며 챗지피티 사용을 일시 금지했다.
한편 챗지피티를 개발한 오픈에이아이(OpenAI)의 실질적 대주주이며 챗지피티를 오피스 등 자사 제품에 결합해 서비스중인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정부의 인공지능 제품 안전성 규제 정책에 대해 “지지한다”는 성명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오픈에이아이도 “강력한 인공지능은 엄격한 안전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정부의 규제방안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블로그에서 밝혔다.
■ “AI 읽어낼 비판적 사고력” 교육해야
챗지피티에 대한 대응에서 연구개발·산업·정부·학교 분야를 넘어서 시민사회 전체를 고려한 포괄적 접근법도 눈길을 끈다. 챗지피티처럼 뛰어난 언어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이 각종 서비스와 제품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환경에서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속성과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면 피싱과 사기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지게 된다.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 최신호는 “컴퓨터프로그램이나 인공지능에 속거나 피해를 입지 않으며면 대중이 인공지능의 작동방식과 한계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인공지능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잘못된 정보를 매끄러운 표현으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사고능력을 가르치는 게 요구된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은 전세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리터러시 온라인강좌인 ‘인공지능의 진실(Elements of AI)’을 무료제공하고 있다. 이 강좌에서는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중점적으로 가르친다. 국내에서도 인공지능 산업정책을 넘어서 모든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시대의 새로운 리터러시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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