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이 지난해 6월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디지털 플랫폼 업계 간담회에서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왼쪽부터), 박대준 쿠팡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권남훈 건국대 교수, 이원우 서울대 부총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 남궁훈 전 카카오 대표, 김범준 전 우아한형제들 대표 등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 또는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기업들의 자율규제로 푼다는 정부 기조에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다만, 독과점 등 기업과 기업 사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별도 입법 추진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공정 경쟁과 이용자 보호 등에 필요한 조치를 자율규제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할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오는 21일부터 10월31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엔 온라인 플랫폼 운영 기업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자율규제 기구를 만들고, 이 기구가 건전한 거래 환경 조성, 혁신 촉진, 이용자 보호, 상생 협력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자율규제를 지원할 수 있는 부가통신사업자 요건과 자율규제 지원을 중단할 수 있는 경우도 명시했다.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부가통신사업자들이 법령을 위반해 과기정통부·방통위·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재 조치를 받아야 하는 경우, 그동안 자율규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과를 냈다면 정상을 일부 참작해 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플랫폼과 입점업체, 그리고 이용자 사이의 거래 질서를 사전 규제보다는 민간 기업들의 자정 노력에 맡겨 유지한다는 ‘자율규제’ 기조를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꾸준히 유지해 왔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사전 규제가 자칫 구글·메타 등 국외 플랫폼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네이버·카카오·구글·메타·쿠팡·우아한형제들 등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해 8월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출범한 데 이어, 지난 5월 오픈마켓 입점 업체들과의 갑·을 관계를 개선하고 검색 결과 노출 순서 및 추천 기준을 공개하는 등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마련했다.
다만, 지금까지 기업들이 마련한 자율규제안과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플랫폼 기업과 입점업체, 플랫폼 기업과 소비자 간 관계만 다룰 뿐,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과 같이 기업과 기업 사이에 벌어지는 불공정 문제를 다루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 규제만 별도 입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입법) 규제 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면서도, “플랫폼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책 방향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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