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출시한 초고속 휴대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T9’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의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고성능 소비자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에스에스디)를 출시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에스에스디 영역을 공략해 커지는 적자 폭을 메운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풀에이치디(HD)급 4GB(기가바이트) 분량 영화 1편을 2초 만에 저장할 수 있는 초고속 포터블 에스에스디 ‘티(T)9’를 출시한다고 4일 밝혔다. 소비자 판매용인 해당 제품은 큰 용량에도 불구하고 신용카드와 비슷한 크기로 제작해 휴대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에스에스디는 낸드플래시를 여러 개 합쳐 만든 차세대 저장 장치로 기존 에이치디디(HDD)보다 데이터 처리속도가 빠르고 안정적이어서 판매 단가가 높다.
이 제품의 가장 큰 강점은 빠른 데이터 처리 속도다. 삼성전자는 4테라바이트(TB) 모델 기준 최대 초당 2천 메가바이트(MB) 연속 읽기·쓰기 속도를 지원해 전 세대 제품(T7) 대비 속도가 약 2배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고용량 데이터를 다루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영상·사진 촬영자 등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유에스비-시(USB-C) 타입 표준 전력사용 규격에 맞춰 설계돼 안드로이드, 윈도우, 맥 운영체제(OS) 기반의 다양한 기기에 자유롭게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 시 발생하는 열을 분산하는 열관리소재(TIM) 소재를 적용해 제품 표면 온도가 최대 60℃가 넘지 않게 설계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체는 에스에스디가 최근 부진한 낸드플래시 시장의 반등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전자 기기에서 에스에스디 사용 비중이 늘고 있고, 고용량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소비자용 에스에스디 시장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조사 결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에스에스디 비중(응용처별 탑재량)은 올해 53.72%에서 2027년 62.96%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소비자용 에스에스디 시장도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36.1%(매출 기준)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에스에스디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이 점유율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조사 결과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기업용 에스에스디 점유율은 35.2%,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24.9%다.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키옥시아가 각각 14.3%, 13.6% 점유율로 우리 기업을 추격 중이다.
한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에 반도체 사업에서 각각 4조3600억원, 2조9천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재고가 쌓인 낸드플래시 감산을 확대한 상황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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