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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대중 반도체 핵심규제 고수한 미국…삼성·하이닉스 ‘딜레마’

등록 2023-09-24 18:51수정 2023-09-25 02:44

미 ‘반도체법 가드레일’ 확정 파장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수령 기업의 중국 생산 설비 확대를 제한한 내용의 반도체법 가드레일 확정안을 22일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보조금 수령 기업의 중국 생산 설비 확대를 제한한 내용의 반도체법 가드레일 확정안을 22일 발표했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공장의 생산능력을 10년 동안 5%를 초과해 확장하지 못하게 하는 ‘반도체법 가드레일’(안전장치) 규정을 최종 확정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적용받을 수 있는 규정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 등의 증설 기준 완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십조원을 들여 투자한 중국 공장의 생산능력 확대 등 신규 투자가 사실상 제한되면서 두 기업의 반도체 생산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24일 미국의 ‘반도체법 가드레일’ 최종안에 대해 “최근 미·중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이번 규제안이 지난 3월 초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은 게 다행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중국 공장의 현황 유지는 가능하겠지만, 우리 기업들의 향후 중국 투자 확대는 불가능해졌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심경석 케이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도 지난 20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 강화로 인해 “중국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중국 생산량을 대체할 수 있는 공장 증설 완료 시점까지 중국 내 메모리 생산물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등 전략 모색이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출구 전략까지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10만 달러 이상 거래 제한 조치 등 초안 규정이 유연하게 변경된 부분도 있다”면서도 “사실상 중국 공장 증설이 제한된 문제도 동시에 있다. 가드레일안 분석을 토대로 세밀한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상무부가 22일(현지시각) 공개한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 최종 규정에는 미국에 진출해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중국 등 안보 우려 국가에서 허용 기준 이상으로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장할 경우 보조금을 반환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 정부는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약 52조1200억원)와 반도체 생산과 연구 및 인력 개발에 527억 달러(약 70조4300억원)의 대출 및 대출 보증을 기업에 제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어 보조금 대상이 되고, 에스케이하이닉스도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가드레일의 구체적 기준을 보면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미만으로 생산 능력 확장이 허용되고, 28나노 이상 범용(레거시) 반도체는 10% 미만까지 확장이 가능하다. 첨단반도체 생산뿐 아니라 후공정(패키징) 설비와 클린룸 같은 기타 물리적 공간 확장 시에도 이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다만 중대한 거래 상한선을 10만 달러로 했던 초안 규정을 삭제해 투자 제한은 일부 풀렸다.

지난 3월 가드레일 초안 공개 뒤 첨단 반도체 생산량 10% 확장 등 우리 정부와 기업이 내걸었던 핵심 요구는 미 정부가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조처도 국내 기업에겐 올 10월까지 1년간 한시적 유예를 해줬지만 더 연장하는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는 중국 내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처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투자 제한 조처로 인해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중국 공장 경쟁력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128단 낸드플래시를 생산하고 있고, 쑤저우에 패키징 후공정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하이닉스는 중국 다롄과 우시 공장에서 각각 96~144단 낸드플래시와 10나노 중후반의 디램을 생산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우시 공장에서 디램의 약 40%를 생산할 정도로 중국 공장의 생산설비 운영이 중요하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변화에 따른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 기존 설비를 첨단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중국의 반격으로 인한 우리 산업의 불이익도 우려된다. 중국 정부가 미국 규제에 맞서 지난 7월 차세대 전력반도체와 전지 등의 소재로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 조처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규제로 중국 정부가 55조원의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설비 투자에 나서면서, 우리 반도체 수출 비중 가운데 약 40%에 달하는 중국 시장을 점차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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