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인공지능(AI) 사업 강화 전략에 따라 연내 출시 예정인 ‘인공지능 전화’ 서비스를 두고 통화내용 녹음·엿듣기를 전제로 하는 등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통화 참여자 모두의 명시적이고 자발적인 동의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국가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에스케이텔레콤이 인공지능 전화를 통해 통화내용 요약·분석 기능을 제공하겠다며, 인공지능이 통화내용을 녹음하고 텍스트로 전환하는 거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맞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인공지능 같은 소프트웨어라고 해서 통신비밀을 보호하는 법(통신비밀보호법)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며 “동의 절차도 명시적이고 자발적 수준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간담회 뒤 한겨레와 따로 만나 ‘기업들이 인공지능 열풍을 등에 업고 정보인권 보호 둑을 허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어찌 보냐’는 질문에 “주무 부처로써 매우 중요한 이슈로 보고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려고 한다”며 “디지털 신질서 차원에서 중요하게 다뤄봐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앞서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인공지능 사업 전략을 소개하며, ‘통신 특화 인공지능’ 전략 차원에서 인공지능 전화 서비스를 연내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 전화에 대해서는 “통화 중 녹음된 대화 내용을 인공지능이 요약·분석한 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사람 간의 일정을 조율하고 식당 등을 예약하는 등 여러 업무를 대신 수행해 주는 개인 맞춤형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통신비밀과 사생활 침해 가능 우려가 제기됐지만, 에스케이텔레콤은 “국내 법에 따르면, 대화 당사자는 상대방 동의 없이도 자신이 참여한 대화나 통화내용을 녹음할 수 있다. 이런 기준에 비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인공지능 전화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며 강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 통화 상대방에게 통화내용을 녹음해 활용한다는 사실을 안내음 등을 통해서라도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아직까진 (그럴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김재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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