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는 물론 서비스 이용 행태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해 활용하면서 정작 이용자들의 정보 열람 요구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라이더들의 위치정보뿐만 아니라 로그인 정보와 조회 이력 등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해 보관하면서 ‘영업 기밀’ 등의 이유로 라이더들의 개인정보 열람 요구를 거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 라이더유니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플랫폼의 비밀 알고리즘과 개인정보 열람청구권’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4월 정보인권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는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이 이용자 개인정보를 얼마나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들 기업을 상대로 개인정보 열람을 요구했다. 하지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개인정보 열람 요구에 전혀 상관없는 답변을 보내오거나 아예 응하지 않자, 지난 6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개인정보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개인정보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되자 그제서야 개인정보 열람 요구에 응했다. 지난 8월 개인정보분쟁조정위는 카카오와 네이버를 상대로 한 개인정보 열람요구에 대한 분쟁조정을 ‘조정 전 합의’로 종결 처리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는 “현행 법상 카카오와 네이버는 이용자의 개인정보 열람 요구에 처음부터 제대로 응해야 했지만, 분쟁 조정 신청이 접수되니 그제야 요구에 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네이버와 카카오를 상대로 개인정보 열람 내용을 받아본 마나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열람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세부적이고 방대한 이용행태 정보가 표적광고 및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활용되고 있었지만, 개인정보처리 방침에는 서비스 내 방문기록, 활동 로그 기록 등 추상적인 용어로만 설명되어 있을 뿐”이라며 “이용행태 정보가 표적광고 및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활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경우,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 역시 제공되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요기요·쿠팡이츠·바로고 등 일부 배달 플랫폼 기업들은 배달 라이더의 위치 정보, 로그인 정보, 조회 이력 등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해 활용하면서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라이더의 개인정보 열람 요구를 거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라이더유니온 소속 라이더들은 주요 배달 플랫폼에 자신들의 어떤 개인정보를 얼마나 수집해 활용 중인지 열람시켜 달라고 요구했으나 답변을 거부당하자 플랫폼을 상대로 개인정보 분쟁조정 신청을 했다.
라이더들이 받아본 열람 내용을 보면, 주요 배달플랫폼 기업들은 라이더의 위치 정보는 물론 실시간 이동거리와 시간을 비교해 속도까지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배달 라이더 정보를 알고리즘 학습에도 일부 활용하면서 알고리즘을 활용한 배차 기준을 알려달라는 요구에는 ‘개인정보와 무관하다’거나,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며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배달 업무 수행실적에 따라 라이더에게 적용되는 고유의 패널티 적용 기준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김병욱(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변호사는 “신청인은 알고리즘 공개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일반 기준 또는 기본 원리 수준에서 배차 기준, 수수료 기준, (라이더들에 대한) 패널티 부과 기준 등에 대한 공개를 요구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러한 정보가 공개되더라도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내년 3월부터는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라 인공지능(AI) 등 자동화된 결정이 정보주체의 생명·신체·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 정보주체가 해당 결정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보주체가 기업·기관 등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경우, 해당 결정 내용과 그 결정에 사용된 주요 개인정보 유형 및 영향 등을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제공해야 한다. 정보주체의 권리·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도 사전에 공개한 기준과 절차 등을 활용하여 정보 주체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정보주체의 요구 내용이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거부할 수 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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