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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다음달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스마트폰용 앱(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비교하는 기사를 동영상과 함께 내보낼 계획입니다. 이에 앞서 스마트폰과 앱이 가지는 의미 및 전반적인 동향을 짚어보는 기사를 두 차례에 나눠 싣습니다.(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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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톱 컴퓨터는 ‘검색’이 관건이었다. 돈을 벌어도 거기(검색시장)서 벌 수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에선 지금껏 검색이 일어난 적이 없다. 검색은 관건이 아니다. 사람들은 모바일을 데스크톱 같은 검색도구로 쓰지 않는다.”
이달 초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운영체제(OS) 4.0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나온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이 발언은 구글에 대한 공세로 풀이하는 이들이 많다. 명실상부 ‘검색의 제왕’인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겨냥했다는 의미다. 올 들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 단말기가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본격 출시되면서, 아이폰 하나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애플과 경쟁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배경이다.
사실 모바일에서도 검색은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용 웹브라우저 오페라미니를 통해 지난
1월과
2월 가장 많은 방문수를 기록한 미국 웹사이트 순위에는 구글(1위)과 야후(3위) 등 검색엔진이 상위에 올랐다. 오페라미니의 이용자들이 방문한 웹페이지 가운데 상당수는 검색엔진을 거쳐 방문한 곳이었다. 구글은 지금껏 몇차례에 걸쳐
미국의 모바일 검색시장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티브 잡스, “모바일은 검색도구 아니다” 참뜻은?
이를 모를 리 없는 스티브 잡스의 “모바일에선 지금껏 검색이 일어난 적이 없다”는 말은, 따라서 그 예봉을 다소 누그러뜨려 ‘모바일에선 검색이 대세가 된 적이 없다’는 의미로 뜻풀이를 하는 게 나을 듯하다. 실제 검색창 하나를 딸랑 띄워놓고 최대 방문자 수를 자랑하는 구글의 현실에 견주면, 현재 가장 성공적인 스마트폰으로 꼽히는 아이폰만 봐도 ‘검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낮다.
스마트폰에는 흔히 ‘손 안의 컴퓨터’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걸고 받는 전화기’의 기능적 한계를 넘어섰다는 의미다. 동시에 이 표현은 컴퓨터 이용 문화의 새로운 시대를 뜻하기도 한다. 스마트폰은 일반적으로 키보드, 마우스 등의 입력기와 모니터, 프린터 등의 출력기, 그리고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등 주변기기가 나뉘어져 있는 ‘컴퓨터’와 다르다.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한 하나의 단말기에 모든 기능이 한꺼번에 들어가있다. 심지어 위성신호를 이용한 위치 정보 추적도 가능하다. 원조 ‘손 안의 컴퓨터’ 격인
‘팜톱’(Palm-top: 손바닥에 올려놓고 쓰는)형 컴퓨터(허벅지에 올려놓고 쓰는 ‘랩톱’(Lap-top)보다 작은)와도 다르다. 스마트폰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항상 전원이 들어와 있어 시·공간적 제약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이용 환경이 바뀌었으니 그 행태나 사람들의 습관과 문화가 뒤따라 바뀌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도스(DOS) 시스템을 버리고 윈도우 운영체제를 처음으로 쓰던 시기나, 인터넷 대중화로 뉴스 소비나 정보 유통 및 쇼핑 문화가 급격히 바뀐 지난 10여년을 생각하면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국내에서 출시한 지 몇달 안 된 아이폰이 이미 컴퓨터를 대체하기도 한다. 케이티(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의 최근 자료를 보면 아이폰 이용자 59%가 집에서 컴퓨터를 쓰는 시간이 줄었다고 답했다. 컴퓨터를 굳이 켜지 않아도 필수적인 전자우편 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습관적 웹서핑으로 시간을 허비해 허탈감을 느끼는 이른바 ‘플로’(flow) 현상도 줄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 단말기의 기본 바탕화면에 깔려있는 ‘기본’ 앱의 아이콘 배열. 터치스크린이 적용돼 아이콘을 누르면 해당 앱으로 연결된다. 윈도 체제의 바로가기와 같은 역할인 셈이다. 운영체제별로 아이폰(애플), 안드로이드 기반 모토로이(모토로라), 윈도우모바일 기반 티(T)옴니아2.
“시작페이지 더이상 네이버 아닐 수 있다”
달라진 이용 환경이 가져올 문화적 변화의 중심은 앱(App, 응용프로그램을 뜻하는 Application을 줄인 말)이라는 게 중론이다. 예컨대 아이폰이 유용하다고 하는 이들은, 대개 유용한 앱을 다양하게 쓸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엠에스 윈도우 운영체제와 유사한 환경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윈도우모바일 단말기 이용자나 바탕화면에 구글 검색창을 띄우곤 하는 안드로이드 단말기 이용자도 마찬가지다. 결국은 어떤 앱을 이용하는지에 따라 쓰임새가 결정되는 게 스마트폰의 현실이다.
야후코리아 모바일사업부 김용수 이사는 최근 한 강연에서 “피시의 웹브라우저는 시작페이지를 네이버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모바일에서는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은 팟게이트(Podgate)나 아이스타트(iStart) 등을 시작페이지로 삼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팟게이트와 아이스타트는 새로 나온 앱이나 유용한 모바일웹페이지 등을 소개하고 추천 및 평가를 공유하는 페이지다. 김 이사는 “(모바일에선) 검색도 검색창에 텍스트를 입력하는 게 아니라, 증강현실(카메라를 통해 화면에 비친 실제 세계에, 위치 확인 등을 통해 추가적인 세부 정보를 화면상에 덧대어 보여주는 기술)이나 음성검색 등 다양한 형태의 검색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피리 연주하고, 외국어 도사 되고…
앱은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기능과 이용자의 필요를 적절히 성공적으로 배합한 결과물이다. 아이폰 앱 ‘오카리나’는 피리를 불 수 있게 해준다. 앱을 실행하면 화면에 손가락으로 짚을 수 있는 구멍 모양의 아이콘 몇 개가 뜬다. 정해진 운지법에 따라 ‘구멍’을 짚으면서 마이크(송화기)에 대고 바람을 불면 정해진 음이 난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최근 공개석상에서 몇차례 보여줬듯이 간단한 연주도 가능하다. 따져보면 이 앱은 아이폰의 터치스크린과 마이크, 그리고 스피커(수화기)의 특징을 적절히 배합해, 사용자가 재미를 추구하는 욕구까지 고려한 결과물이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시작한
‘구글 고글스’라는 서비스의 앱은, 스마트폰에 달린 카메라로 사물이나 책 등을 찍었을 때 그 형태나 겉표지, 심지어 글자까지 인식해 구글의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예컨대 숭례문을 찍으면 숭례문에 대한 검색결과가 곧장 화면에 뜨고, 시사주간 타임지의 겉표지를 찍으면 잡지의 해당호 정보를 볼 수 있는 식이다. 외국 여행 중 도대체 알 수 없는 표지판·메뉴판을 찍어서, 구글을 통한 자동번역 결과를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와 구글의 데이터베이스, 그리고 사용자의 검색 요구를 결합한 서비스다.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소개된 ‘서울 버스’는 서울시 버스 운행 정보와 스마트폰을 통해 인식한 위치정보의 결합이다. 공개된 정보만 있다면 이런 서비스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텍스트와 소리, 사진, 영상의 입·출력이 모두 가능하고 위성신호를 통해 위치 정보가 인식되는 동시에, 거의 시·공간적 제약 없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가 가능해진 덕택이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2월23일 서울 리더스플루트오케스트라 모임에서 아이폰의 오카리나 앱을 실행해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를 연주하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아이폰이 업무용 기기 될까
앱이 거래되는 대표적인 ‘시장’인 애플의 앱스토어가 개장한 건 2008년 6월이었다. 뒤이어 같은 해 가을 구글이 안드로이드 마켓을 열었고, 이듬해 엠에스의 윈도 모바일 마켓플레이스와 노키아의 오비스토어가 등장했다. 스마트폰 업계 주요 기업의 자체 앱 유통 체제 모두가 아직 채 2년도 되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 앱 시장은 수많은 실험이 진행되는 초기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연히 그 발전의 향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지난 22~23일 서울 강남역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는
아이폰 앱 동향 및 케이스 스터디 2010’이란 행사가 열렸다. 포털과 게임, 미디어, 출판, 의료·건강, 전자상거래, 금융,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아이폰 앱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자리였다. 참가비가 24만원을 웃도는 유료행사에 200명 가까이 참석했다. 개인적 관심으로 온 이도 있었지만, 다수는 기업이 보낸 정보통신 또는 마케팅 담당자였다. 소속사 분야도 유통, 통신, 언론, 공공기관, 교육, 정보통신, 홍보, 컨설팅 등으로 폭이 넓었다. 관심의 초점에서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아이폰 앱에 대한 기업 차원의 접근이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출간된 <돈버는 모바일 아이폰앱스토어>에서 정보통신 블로그 ‘킬크로그’ 운영자 박병근씨는 “현재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은 게임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라이언트, 간단한 유틸리티 위주”였으며, 앱스토어가 초기에는 “재미와 단순함”으로 소비자를 매료시킨 게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박씨는 “향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이동통신망과 접목된 업무용 또는 콘텐츠 위주의 애플리케이션이 늘어날 전망”이며, “아이폰을 업무용 기기로 인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이용자들이 아이폰 앱을 소비하는 목적이 개인적 취미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심화 콘텐츠 분야와 업무 영역까지 확장할 것이란 뜻이다. 이는 곧 쓰임새의 확장이다. 본격 스마트폰 시대에는 가정, 일터 및 학교 같은 외부 환경 또는 스마트폰 모델 같은 이용자 환경 등 어떤 상황에서든 다양한 용도를 찾게 될 전망이다.
저 푸른 바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됐다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는 만큼, 그 법칙도 새롭다. 2008년 3월 스티브 잡스가 앱스토어를 처음 소개할 때부터, 개발자의 범주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장됐다. 빛나는 아이디어와 실력을 갖춘 개인 개발자라면 대기업을 두려워하거나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 됐다. 수익 모델도 당장은 앱 판매 수익에 집중되지만, 위치정보나 개인정보 등에 기반한 광고 모델도 다양한 연구와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참여·개방·공유의 웹2.0 시대에 걸맞게 이용자들도 필요한 서비스를 적극 요구한다. 앱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해당 앱에 대해 스스로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숱한 앱이 쏟아지다보니 다양한 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소개하는 역할에 대한 수요도 생겨난다. 아직은 빼어나게 성공적인 모델도 뛰어나게 격차를 두고 달리는 선수도 없다. 이른바 ‘블루오션’에 가깝다.
푸른 바다도 아름답지만은 않다. 과연 새로운 시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신라 향가 <안민가>에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 안이 태평하나이다”라는 대목이 있다. 안타깝게도 지금부터는 임금과 신하, 백성이 새 판을 짜야 할 시기다보니, 당분간 ‘태평성대’와는 거리가 먼 ‘혼란의 시대’가 되지 않을까.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