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카메라를 쥔 손을 쭉 내뻗어 자신의 사진을 찍는 이른바 ‘셀카’는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2007년 미국의 한 관광지에서 한 커플이 ‘셀카’를 찍는 모습. 김외현 기자
[앱평 ⑥] 간단하게 사진 편집하기(1) - 아이폰편
일부분만 흑백 처리, 그림처럼 만드는 효과도
드넓은 합성 세계…‘천안함 1번’ 내 사진에 ‘쏙’
일부분만 흑백 처리, 그림처럼 만드는 효과도
드넓은 합성 세계…‘천안함 1번’ 내 사진에 ‘쏙’
21세기 들어 인류에게 찾아온 가장 큰 변화 중에 하나로 ‘사진 찍는 자세’를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디지털카메라(디카)와 휴대전화 카메라가 유행하면서 나타난 변화 얘기다.
과거엔 한눈으로 카메라의 작은 창(뷰파인더)을 들여다보며 숨죽여 셔터를 누르던 게 일반적인 ‘찍사’의 모습이었다면, 오늘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양손으로 네모난 디카를 앞으로 내밀어 화면에 뜬 피사체를 보며 찍거나 △한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화면을 바라보기도 하고 △디카나 휴대전화를 쥔 손을 쭉 내뻗은 뒤 렌즈 방향을 바꿔 자기 자신의 사진, 이른바 ‘셀카 사진’을 찍곤 한다.
부족한 카메라 기능 ‘앱’으로 채워
스마트폰 시대의 ‘찍사’는 어떤 모습일까? <앱평>은 사진 관련 ‘무료 앱’을 아이폰(6회)과 안드로이드·윈도모바일(7회)로 나눠 살펴본다.
애플 앱스토어에 사진 관련 앱은 무수히 많다. ‘사진’ ‘사진편집’ 같은 검색어를 한글, 영어 등으로 입력하면 헤아리기 힘들만큼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아이폰의 한계를 앱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인 셈이다.
아이폰에 달린 카메라의 기능은 사실 아주 단순하다. ‘화면에 뜬 셔터 버튼을 누르면 사진을 찍어 저장한다’는 것 뿐이다. 확대·축소(줌)도 없고 플래시도 없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앱이 나온다는 현실 자체가 이용자들이 얼마나 답답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하고 휴대전화에 카메라가 탑재된 지 10년 가까이 흐르면서, 이용자들이 당연스레 여겼던 카메라의 기본 기능에 대한 아쉬움이다.
‘카메라 앱’이라고 할 수 있는 고릴라캠(Gorilla Cam)이나 321포토(321Photo) 같은 앱을 보면, △셔터를 누른 몇초 뒤 사진을 찍도록 하는 타이머 기능 △여러장을 잇따라 찍을 수 있는 연사 기능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을 때를 기다렸다가 자동으로 찍히도록 하는 ‘손떨림 방지’ 기능 △‘셀카’ 등 촬영 때 꼭 화면에 뜬 셔터 버튼이 아니더라도 화면 아무곳이나 누르면 사진이 찍히는 ‘전체화면 셔터’ 기능 등을 갖췄다. 그밖에 고릴라캠에는 카메라의 ‘수평계’ 기능이 있고, 321포토에선 사진을 찍고 나면 자동으로 저장할지 확인 뒤 저장할지를 설정할 수 있다.
줌·플래시 앱은 아이폰에서 ‘무용지물’
물론 극복할 수 없는 한계도 많다. 예컨대 많은 카메라 앱이 확대·축소(줌인·줌아웃) 기능을 탑재했지만, 렌즈 자체가 확대·축소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화면 그림만 컸다 작아졌다 하는(디지털줌) 게 전부다. 이 경우 확대한 사진의 선명함을 기대하기 힘들다. ‘카메라플러스’(Camera Plus)와 ‘아이러브카메라’(iLuvCamera)는 플래시 기능이 있지만, 아이폰엔 플래시가 없기 때문에 실제 불이 들어오지는 않는다. 노출 조정으로 어두운 부분을 밝게 해주는 정도다.
어쨌든 예전 휴대전화에선 드물지 않던 이 모든 기능이 아이폰의 기본 카메라에는 없다. 당연하게도, 촬영한 사진에 대한 편집 기능도 없다. 때문에 사진 편집용 앱도 무수히 많다. 찍자마자 바로 ‘뽀샵 처리’(포토샵을 이용한 사진 편집)까지 가능한 셈이다.
피시(PC) 환경에서의 사진 편집이 어느 정도 익숙한 이용자라면 어도비(포토샵의 제작·판매사)가 만든 ‘포토샵 모바일’(PS Mobile)이 오히려 쉬울 것으로 보인다. 잘라내기(Crop), 수평조절(Straighten), 회전(Rotate), 색조(Tint), 노출(Exposure), 채도(Saturation), 대조(Contrast) 등의 용어가 모두 영어로 돼있다는 점은 작은 걸림돌이다. 하지만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도 각 값을 조절하는 방법이 쉬워, 사용법을 스스로 깨치기에 부족함이 없다. 각 기능을 선택한 뒤 화면 위에 손가락을 대고 오른쪽으로 움직이면 값이 올라가고, 왼쪽으로 움직이면 내려가는 식이다.
‘포토위저드’(Photo Wizard)에선 ‘마스크’ 메뉴가 눈에 띈다. 포토샵 이용자들이 자주 쓰는 ‘레이어마스크’(Layer mask)처럼, 사진에 여러 효과들을 입힐 때 특정 부위를 제외시키는 기능이다. 예컨대 인물사진에서 사람만 선명하고 나머지 배경은 흐리게 찍는 효과(아웃포커스)도 편집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대부분 바로 전송 가능
일일이 직접 설정하는 게 어렵다면, 별도로 설정할 것 없이 미리 입력된 값으로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한 앱도 많다. 가장 간단한 앱으로 꼽을 수 있는 ‘스마트캠’은 밝기, 색조 등의 변화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를 작은 사진(썸네일)으로 미리 보여주기 때문에 그 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비슷한 형태인 ‘포토필터스’(Photo Filters)는 로모카메라, 폴라로이드, 흑백, 낡은 사진 등 많이 쓰이는 네가지 효과를 담았다. 전문적으로 낡은 사진 효과를 만들어주는 ‘레트로카메라’(Retro Camera)에선 필름 종류 선택을 통해 빛이 바래는 정도를 정할 수 있고, 얼룩 및 잡티(노이즈)를 일부러 넣거나 사진 전체를 흐리게 만들 수 있다. ‘대시오브컬러’(Dash of Color)를 쓰면 사진의 일부만 흑백(또는 컬러)으로 처리하는 게 가능하다. ‘포토캡션스’(Photo Captions)는 사진에 액자, 글자, 이모티콘 등을 덧붙일 수 있게 해준다.
아이폰 사진이 아닌 것처럼 만드는 앱도 많다. ‘포토퍼니아’(Photo Funia)는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을 마치 건물 외벽에 걸린 걸개그림이나 화가가 스케치중인 밑그림인 듯 만들어준다. 사진의 얼굴 부분을 자동으로 인식해 그림이나 영화포스터의 일부로 만들기도 한다. ‘커버카메라’(Cover Camera)는 아이폰의 사진을 잡지 표지로 만들어주는 앱이다. ‘레고포토’(LEGO Photo)나 ‘엘이디포토’(LED Photo)를 쓰면 사진이 레고 조립이나 발광다이오드(LED) 그림으로 구성한 것처럼 바뀐다.
합성의 세계도 드넓다. ‘3D갤러리’(3D Gallery)는 3차원 가상공간의 벽에 이용자가 정한 사진을 액자로 걸어놓을 수 있게 한다. 아이폰에서 사진을 주루룩 열람할 때와는 달리 집안을 거닐며 액자를 감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고스트캡쳐’(Ghost Capture)는 유령을 합성시켜 이른바 ‘심령사진’을 만들어준다. ‘조선사진기’를 쓰면 지난달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이 ‘결정적 증거물’로 내놓은 어뢰추진부에 적힌 파란글씨 ‘1번’을 어느 사진에든 합성할 수 있다. ‘파운틴펜’(Fountain Pen)을 쓰면 펜글씨를 직접 써서 사진에 덧댈 수 있다. ‘포토찹’(Photo Chop)은 사진의 일부만 오려 다른 사진에 붙일 수 있게 해준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앱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전자우편으로 사진을 전송할 수 있도록 한 기능도 눈길을 끈다. 인터넷 환경만 괜찮으면 사실상 언제든지 마음껏 사진을 찍고 편집해서 즉시 지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시대인 셈이다. 다음 편에서는 아이폰 외 플랫폼의 사진 관련 앱에 대해 살펴본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고릴라캠(Gorilla Cam) 화면. 왼쪽에 확대·축소(줌)를 할 수 있는 막대가 있고, 몇가지 간단한 기능버튼이 눈에 띈다. 아래쪽에 있는 기능버튼을 누르면 타이머,시간차촬영,손떨림방지,수평계 등의 메뉴가 뜬다.
포토샵모바일(PS Mobile) 화면. 기능 버튼의 각 메뉴에는 피시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용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포토필터스(Photo Filters)의 네가지 효과. 왼쪽부터 로모카메라, 폴라로이드, 흑백, 낡은 사진.
포토퍼니아(Photo Funia)로 꾸민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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