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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젖 먹이는 가슴 안되고, 으깨진 머리는 되고?

등록 2012-02-22 22:31

페이스북 사진 ‘검열기준’ 논란
외주업체 직원 ‘기준집’ 공개
혐오장면도 재밌으면 허용
성표현만 미국식 보수잣대
자의적 기준에 비난 줄이어

‘아이에게 젖을 먹일 때 어머니의 젖가슴이 노출되면 안 됨. 노출이 없더라도 성행위 장면은 금지. 그러나 키스와 애무는 동성끼리라도 허용. 머리나 사지를 으깨는 모습은 내부가 드러나 보이지 않는 선에서 허용.’

전 세계 8억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의 ‘콘텐츠 관리 기준’(Abuse Standards)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21살의 모로코인 아민 데르카위가 페이스북의 외주업체인 오데스크(oDesk)의 직원으로 일했던 시절 활용했던 기준집을 지난 16일 미국의 블로거 사이트 ‘고커닷컴’(Gawker.com)을 통해 공개하며 이 내용은 알려졌다.

전체 13쪽으로 구성된 관리 기준을 보면, 페이스북은 논란이 되는 콘텐츠들을 ‘섹스와 누드’, ‘불법적인 약물 사용’, ‘강도 파괴 사기’, ‘혐오 콘텐츠’ 등의 세부 항목으로 나눠 매우 꼼꼼히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예를 들어, 누드는 실사가 아닌 디지털이나 만화도 금지되지만(예술 작품은 예외), 마리화나를 피우는 모습은 허용되고, 혐오적인 표현이라도 재미가 있다면 괜찮다는 식이다.

기준이 공개되자, 페이스북이 제시한 기준의 자의성을 지적하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관리 기준을 처음 폭로한 고커닷컴의 기사 제목은 ‘여성 성기의 어느 구석이 으깨진 머리보다 더 불쾌한가’였고, 영국 <가디언>도 페이스북의 기준은 “누드와 포르노에는 엄격하지만 폭력과 고어물에는 관대하다”며 “이는 (성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미국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페이스북의 자의적인 검열이 누리꾼들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페이스북은 게이 키스, 예술적인 누드, 아이에게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여성들의 사진을 삭제해 큰 비난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이런 비난을 받아들여 기준을 수정했지만, 논란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알리아 마그다 마흐디라는 여대생이 블로그에 누드 사진들을 올려 양성평등과 표현의 자유 논란을 불러왔지만, 페이스북의 기준에 따르면 이는 검열 대상이 된다. 고커닷컴은 “페이스북을 (광고주들이 좋아하는) 깨끗한 공간으로 만드는 일과 과도한 검열 사이의 경계선을 그리는 것은 까다로운 일” 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페이스북은 21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매일 올라오는 수백만건의 콘텐츠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제3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을 뿐 문건에 담긴 기준 자체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한편, 이번 기준을 폭로한 데르카위는 고커닷컴과 인터뷰에서 “(페이스북의 외주 업체에서) 모니터링 작업을 하며 하루에 겨우 1달러를 받았다”며 “페이스북은 제3세계를 착취하고 있는데 이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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