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혁
경제부 산업팀 기자
hyuk@hani.co.kr
경제부 산업팀 기자
hyuk@hani.co.kr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경제부에서 통신·아이티(IT)를 담당하는 이순혁 기자입니다. 반가워요~.
늦깎이로 ‘친절한 기자들’ 대열에 동참하게 됐는데, 제 소개부터 해야겠네요. “술(마시며), 살(찌우고), 돈(탕진한)이라는 세가지 치명적 약점을 매력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한겨레>에서도 가장 철없는 아저씨 기자랍니다. ^^;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요. 지난해 가을 ‘17만원짜리 갤럭시에스(S)3’로 상징되는 휴대전화 보조금 과당 경쟁을 기억하시는지요? 이 일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조사에 나섰고, 지난달 7일부터 엘지유플러스(24일), 에스케이텔레콤(22일), 케이티(20일) 순서로 신규 가입자(번호이동 포함) 모집 금지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한 곳이 꼼짝 못하는 동안 나머지 두 회사가 번호이동 쟁탈전을 벌이면서 또다시 보조금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보조금 전쟁에 따른 처벌이 또다른 보조금 전쟁의 불씨가 된 셈입니다. 참 해괴하죠?
사실, 보조금 과다 지급은 통신사에 손해입니다. 출고가가 99만4000원인 갤럭시S3 할부 원금이 최근 2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다는데, 이 경우 제조사가 내놓는 보조금을 고려해도 통신사 부담은 얼추 50만원가량 됩니다. 모든 가입자에게 이런 혜택을 준다면 통신사는 분명 적자를 면치 못할 겁니다.
그런데도 왜 보조금 전쟁을 벌이느냐? 그 답은 오묘한(!) 통신시장 구조 속에 숨어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는 5463만4254명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도 300만~400만명 더 많습니다. 과포화된 시장에서 통신사들의 경쟁은 ‘서로 뺏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 차이가 거의 없다 보니, 이용자는 보조금에만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결국 어느 한 곳이 의욕적으로 나서면 나머지도 ‘넋 놓고 빼앗길 수는 없잖냐’라며 함께 보조금 전쟁에 뛰어들게 됩니다. 자고로 악화는 양화를 구축하는 법이지요. 그래서 보조금 과다 지급과 관련한 제재를 받으면 통신사 주가는 되레 오릅니다. ‘헛돈’을 안 쓰니 회사 내실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보조금을 완전히 금지해야 할까요? 이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소비자 운동 진영 쪽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이사는 “보조금 지급은 통신사들의 영업 방식인데 왜 정부가 간섭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합니다. ‘보조금 과다 지급은 이용자 차별’이라는 방통위 논리를 두고서도 “때와 장소에 따라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이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 이용자 차별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누가 만들었느냐?”라고 묻습니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보조금 과다 지급은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다”며 보조금 규제는 필요하다는 쪽입니다. 과연 어느 쪽 말이 맞을까요?
분명한 것은 지금 구조 속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다수의 평범한 이용자들이라는 점입니다. 통신사를 자주 바꿔 타는 메뚜기족 일부야 혜택을 보겠지만 ‘충성도 높은 대다수 집토끼’들은 통신사들의 봉일 뿐이니까요. 엄밀히 보면 이용자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저는 통신사가 단말기 유통시장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고 봅니다. 수많은 전자제품 가운데 유독 휴대전화만 이통사를 통해 유통됩니다. 전국에 산재한 이통 3사의 대리점은 4500개가량, 판매점은 3만8500개(중복)가량입니다. 휴대전화를 제외한 모든 전자제품을 다루는 전자회사 대리점은 비할 바가 아닙니다. 편의점, 주유소보다도 많은 수치입니다. 이게 정상일까요? 점포당 직원 3명씩만 해도 10만명은 될 텐데 그 인건비와 유지비, 이윤 등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분기당 2조원 수준이라는 통신사 마케팅비 대부분이 이런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들어갑니다. 그 돈은 따지고 보면 결국 이용자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고요.
하지만 그런 방향으로의 개혁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통 부문까지 장악하고 힘을 휘둘러온 이통사들이 그 ‘힘’을 스스로 포기할 리 없고, 별도 유통비용 없이 수십만~수백만대씩 한꺼번에 내다 파는 구조를, 제조사들로서도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약 1년쯤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이통 3사에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출고가를 부풀린 뒤 깎아주는 것처럼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해당 업체들은 반박했지만, 똑같은 스마트폰의 국내 출고가가 외국보다 수십만원씩 비싼 것 또한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구의 ‘봉’인지 좀 아시겠죠?
이순혁 경제부 산업팀 기자 hyuk@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39살 노총각, 한가위 공개구혼장 그 후…
■ ‘아직도 강북에 사십니까?’ 이 말 한마디가…
■ MB “내 덕분에 한국 세계중심 됐다” 자화자찬 ‘구설’
■ 삼성, 불산가스 유출 없었다더니…거짓말 ‘들통’
■ 괴물로 살아야 했던 여자…153년만의 장례식
■ 39살 노총각, 한가위 공개구혼장 그 후…
■ ‘아직도 강북에 사십니까?’ 이 말 한마디가…
■ MB “내 덕분에 한국 세계중심 됐다” 자화자찬 ‘구설’
■ 삼성, 불산가스 유출 없었다더니…거짓말 ‘들통’
■ 괴물로 살아야 했던 여자…153년만의 장례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