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혁 경제부 산업팀 기자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안녕하세요. 인상은 험악(!)하지만 알고 보면 친절하고 부드러운 이순혁 기자입니다. 오래간만에 뵙게 돼 반갑습니다.^^;
오늘 제가 들려줄 이야기는 ‘공룡’ 네이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들 소식 들어 알고 계시죠?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를 운영하는 엔에이치엔(NHN)을 상대로 고강도 조사를 하고 있답니다. 독과점적인 지위를 이용해 부당 거래행위를 했는지 알아보고, 또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할지 여부도 검토한다죠.
피시(PC)와 모바일에서 엔에이치엔의 검색 점유율은 70%가 넘습니다. 독보적인 1위죠. 글로벌 무대에서는 구글이 그런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독점·탈세·개인정보 취득 등 혐의로 몇몇 나라에서 당국의 조사를 받더군요.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하고요. 이런 점을 보면, 점유율 70%가 넘는 엔에이치엔이 조사를 받는 건 너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공정위의 조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7년 엔에이치엔을 조사하고, 이듬해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면서 불공정 거래를 제재했습니다. 그런데 서울고등법원에서 패소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이미 한차례 나섰다가 자존심을 구긴 공정위가, 최종 결정을 기다리다 갑자기 다시 달려들었다는 얘기입니다. 모양새가 좀 거시기하죠? (자신들이 기소한 정치적인 사건에서 무죄 선고가 확실시되자 별건 수사에 착수해 추가 기소한 ‘엠비(MB) 시대 검찰’이 떠오르기도 하네요.^^;)
‘대-중소기업 공정거래’ 등이 사회적인 이슈고 대통령의 관심도 각별하니, 최근 수장을 새로 맞은 공정위가 의욕이 넘치나 봅니다. ‘온라인 골목깡패인 네이버를 심판하겠다!’ 표현이 너무 심한가요? 참, 혹자는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도입으로 온라인 독자 유입이 많이 줄어든 일부 ‘기득권 언론’들이 네이버를 때려댄 게 공정위 조사로 이어진 것 같다는 이야기도 하더군요.^^;
여하튼, 이런 배경과 맥락은 차치하고 문제 자체를 생각해봐요. 네이버의 독과점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네이버는 높은 검색 점유율에 바탕해 광고, 게임, 쇼핑, 부동산 등 각종 영역에 진출했고, 최근엔 만화·소설 등 각종 콘텐츠로도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가수 조용필의 신곡 발표 공연도 네이버를 통해 생중계됐죠.
이렇듯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과 성공은, 네이버가 ‘성공한 벤처이면서도 독과점을 이용해 젊은 벤처들을 죽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엔에이치엔의 사업 욕심이 유별나긴 한데, 찬찬히 살펴보면 문제가 은근 복잡합니다. 우선 검색이란 게 일반 상품과 달라 법률적인 독과점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2009년 서울고등법원도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검색 점유율만으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엔에이치엔의 주장을 받아들여 “개별 서비스별 점유율로 시장지배력을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소비자가 원치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이용하도록 만드는 게 독과점 폐해의 핵심인데, 검색은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 다른 사이트로 옮겨가면 그만입니다. 부동산·온라인 쇼핑몰 등 새로 진출한 영역도, 따지고 보면 중소 벤처가 아닌 대형 금융기관 또는 다국적 기업 등과 경쟁하는 시장입니다. 최근 삼성과 구글이 기존 업체들이 각축하고 있는 음원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한 것을 보면, 엔에이치엔만 ‘골목 상권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비난을 퍼붓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엔에이치엔이 뒤에서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겠죠. 또 세상에 ‘착한 독과점’이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네이버의 경쟁자인 다음이나 네이트가 좀더 분발하길 간곡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1등 업체를 규제하기보다는, 2~3등 업체들이 선전해서 시장 균형을 찾는 게 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공정위 조사를 계기로 ‘기득권 언론’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 경쟁상황평가 대상에 포털 등 부가통신사업자를 포함하려는 점을 크게 부각시키더군요. 경쟁상황평가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영향력을 평가해 서비스·요금제 등에 각종 제한을 가하는 제도입니다.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배분받은 허가사업자(통신사)한테 해오던 규제를, 자유경쟁이 기본인 인터넷사업자들(포털 등)에도 부과하려는 게 합당할까요?
본질적으로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인터넷에서의 규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인터넷산업 규제는 곧바로 인터넷 이용자 규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 공산당이 울고 갈 정도로 강력한 인터넷 규제를 가해온 정부 이력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설 뿐입니다.ㅠㅠ;
이순혁 경제부 산업팀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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