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공식 출시 예정인 갤럭시노트7 제품 모습 삼성전자 제공
“제품이라고 부르기엔 아깝다. 작품이다.” 오는 19일 출시되는 삼성전자의 새 대화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7’에 대한 한 벤처기업인의 평가다. 새로운 시도에다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해 스마트폰의 최고봉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갤럭시노트7은 스마트폰으로는 처음으로 사용자 눈동자(홍채)를 읽어 본인 확인을 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지문에 국한됐던 스마트폰의 생체정보 인식 기능을 눈동자까지 확대했다. 갤럭시노트7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에스(S)펜은 물속이나 소낙비 상황에서도 메모를 할 수 있고, 외국어 글자 가까이로 펜을 가져가면 번역문을 보여주는 등의 부가기능이 추가됐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갤럭시노트7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어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고 으스댔다. 또한 “우리에게 냉소적이었던 미국 언론들도 ‘올해 최고의 패블릿(5.5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 ‘기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운 제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일단 써보라”는 식으로 대대적 체험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가 갤럭시노트7을 고를 때는 몇 가지 따져봐야 할 게 있다. 출고가는 98만8900원(부가세 포함)으로 전작 ‘갤럭시노트5’보다 2만3100원 비싸다. 스마트폰 출고가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는데, 갤럭시노트7은 거꾸로 올라갔다. 월 4만~5만원대 요금제 가입 때 기대할 수 있는 단말기 지원금이 10만원을 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갤럭시노트7을 사용하려면 90만원가량 부담해야 한다.
새 기능 가운데 한 가지라도 시급히 꼭 필요하다거나, 새 단말기를 남보다 먼저 사용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소비자라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진다면, 눈동자 인식이나 물속 메모 등의 기능이 90만원 가까운 목돈을 들일 정도로 꼭 필요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알뜰 소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금은 중·저가 스마트폰이 숱하게 나와 있다. 삼성전자도 출고가 20만원대 스마트폰(갤럭시J)을 판매하고 있다.
갤럭시노트7이 사용자 눈동자 정보를 제대로 보호·관리하는지 등도 살펴봐야 한다. 유출되면 바꾸면 되는 비밀번호나 패턴인식 정보와 달리, 눈동자는 사용자 생체라 절대 바꿀 수 없다. 완벽한 수준의 관리·보호와 뒤처리가 요구된다. 삼성전자는 “홍채 정보는 가장 안전한 곳에 보관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적어도 기술의 세계에서 계속 안전한 곳이란 존재할 수 없다.
경험상 새 고가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한두 달 지난 뒤에는 어김없이 “속아서 골랐다”는 내용의 제보가 쏟아진다. 자신의 이용 행태와 가성비를 따지지 않고 ‘친구 따라 장 가듯’ 골랐다가 엄청난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청구받고 후회하는 것이다. 이통사 유통점들이 리베이트(가입자 유치 수수료)를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모바일 메신저조차 제대로 못 쓰는 어르신들에게까지 고가 스마트폰을 권하고, 지원금을 더 받을 수 있다며 고액 요금제에 가입하게 하는 것도 이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갤럭시노트7 사용자 중에는 이런 사례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봤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