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로 다이음 통신소비자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박중수 이사(왼쪽부터), 강선화 사무국장, 최승현 이사장, 장남인 홍보국장이 총회 안건을 점검하고 있다.
“호갱들이 일으킨 반란이죠.” “합리적 통신 소비로 호갱을 없애야죠.”
최승현 통신소비자협동조합 다이음 이사장과 이용구 통신소비자협동조합(통구) 이사는 ‘호갱’을 없애는 게 목표다. ‘다이음’과 ‘통구’는 과도한 휴대전화 단말기 가격과 통신료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협동조합에 주목했다. 이들은 이용자들이 협동조합을 통해 ‘똑똑한 소비’로 ‘호갱’에서 벗어나는 실험을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역 근처에 위치한 다이음은 오는 19일이면 조합 설립 1년째를 맞는다. 지난해 지인들끼리 협동조합을 만들어보자고 하던 차에 휴대전화 조합을 만들어 ‘호갱’을 없애보자고 의기투합했다. 휴대전화는 용어와 요금제, 정책까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휴대폰을 사는 게 마트에서 햇반 사듯이 쉽지 않다. 조합을 만들어 이용자 입장에서 대신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해 주면 이용자들이 똑똑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다이음에 가입하면 적정한 휴대폰 요금제를 찾아주고 이용 실적에 따라 배당을 한다. 가입비는 1만원이다. 일반 판매점과 달리 조합원이 쓰는 만큼의 이용량에 맞춘 요금제를 제안하고 부가서비스 가입도 강요하지 않는다. 다이음은 이통 3사의 모든 단말기와 요금제, 알뜰폰까지 취급하고 있다. 아직 자체 매장이 없어 조합원이 휴대전화 개통을 원하면 계약을 맺은 통신 대리점을 통해 개통하고 있다.
다이음은 2월에 첫 배당을 할 예정이다. 지난 1년간 발생한 수익을 조합원들의 이용액에 비례해 배당한다. 일반 대리점이 가져가는 유통 마진 중에서 비용을 뺀 나머지를 조합원들에게 되돌려주는 셈이다.
다이음은 지난해 조합원 1000명 가입을 목표로 했으나 절반 조금 넘는 527명에 그쳤다. 최승현 이사장은 “조합 가입을 번거롭게 여기는 이용자들이 많다”며 “아직까지는 당장의 실익보다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협동조합의 취지에 공감해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 남동구 예술로 예술회관역에서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통구’ 점포와 이용구 조합 이사.
또다른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휴대폰 판매점 통구는 2015년 11월 인천 남동구 예술회관역 지하 1층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 8월부터 조금씩 입소문이 났는지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요즘은 하루 평균 50여명이 찾아와 총 가입자 수도 5천명을 넘겼다. 지난해 10월에는 광주 금남로에 2호점도 냈다.
2011년 100여명의 지인들이 모여 만든 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어르신 통신비 내려드리기 운동’을 시작했다. 정보에서 소외된 노인들이 ‘호갱’이 되기 쉽다는 판단에서다.
통구에서는 상담사가 이용자의 휴대폰 사용 현황을 ‘통신비 내려드리기 상담카드’에 꼼꼼히 적은 뒤 가입 요금제와 실제 납부 요금, 음성통화와 데이터 사용량 등 사용 패턴을 하나하나 따져본다. 그런 뒤 이용자에게 꼭 맞는 요금제를 추천한다. 이같은 사용내역 확인은 이용자가 직접 해도 된다. 가입한 이동통신사 안내(114)로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1기가바이트와 음성통화 30분을 쓸 수 있는 이통사 요금제에 가입해 월 3만8930원을 내고 있는 60대 김아무개씨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본 결과, 데이터는 전혀 쓰지 않고 음성통화만 한달에 10~15분가량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 상담 뒤 기본요금 1500원에 음성통화만 쓰는 만큼 내도록 했더니 요금이 3630원으로 대폭 줄었다.
30대 직장인 정아무개씨는 데이터 3.5기가바이트, 음성·문자를 기본으로 제공하는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월정액 5만1700원이지만 공시지원금 대신 20% 요금할인을 받아 매월 4만1360원을 냈다. 월평균 사용량을 따져보니, 데이터 3기가바이트에 음성통화 80분이었다. 정씨에게는 기본요금 1500원에 음성통화 80분 요금 7200원(80분×60초×1.5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사용하고 싶어해 10기가바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포켓파이(1만6500원)를 추천했다. 부가세 포함 총 2만6070원으로 1만5천원가량 요금을 절감했다.
통구에 근무하는 12명 모두 60살 이상 노인으로 이곳에서 교육을 받은 뒤 상담과 마케팅 일을 한다. 노인 일자리를 만드는 데도 일조하는 셈이다. 이용구 이사는 “통신비를 내리고 어르신들 일자리를 만들어 기쁘다”며 “통구와 같은 매장을 전국에 계속 확산시켜 가는 게 새해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충신 기자
cs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