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삭제’(deletefacebook)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2016년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명의 개인정보를 분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에 이용했고 페이스북은 사실상 이를 방치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 확산과 이용자 정보 유출에 눈감아온 사실이 알려지며 이용자 탈퇴운동이 일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창업해 운영하고 있는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X)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모두 삭제하고, 페이스북 광고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의 유명인들과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고 있다.
지난해 말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이자 초대 사장을 지낸 숀 파커가 “페이스북과 소셜네트워킹은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착취하는 방법으로 성공을 일구고 있다”고 한 비판이 확인된 셈이다. 전직 페이스북 임원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도 지난해 말 “페이스북은 도파민에 의해 작동하는 단기 순환 피드백 고리로, 사회 작동방식을 파괴하는 도구”라고 고백했다.
곤경에 몰린 페이스북은 마크 저커버그 대표이사가 지난 21일 사과하고 개인정보 관리 페이지 개선에 나섰지만 미국과 영국 국회는 저커버그의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과도한 이용으로 인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로감에 이어 이용자 정보 유출 파문까지 마주친 일반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탈퇴에 동참할 것인가? 페이스북이 이번 사태로 어떠한 부침을 겪을지와 별개로 이용자들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의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로이터 연합뉴스
사회적 존재인 사람은 언제나 편리하고 더 강력한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나타날 때마다 열광적으로 채택했다. 카페, 싸이월드, 마이스페이스, 세컨드라이프 등에 이어 페이스북까지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역사는 더 강력하고 편리한 연결욕구의 제공과 충족으로 요약된다. 사회관계망 시대에 ‘던바의 수 150’은 무력화되고 인간은 끝없이 더 많은 연결을 추구하는 ‘울트라소셜’의 존재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더 강한 연결을 추구하는 본능은 우리가 사회관계망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걸 알려주지만 동시에 깊이 의존하는 도구일수록 더욱 투명하고 믿을 만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알려준다. 페이스북 탈퇴운동은 사회적 본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함을 일깨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