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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CR용? IR용?…이통사 실적 설명, 사업자·대상 따라 다르네

등록 2018-11-01 15:10수정 2018-11-01 16:30

Weconomy_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시아르(CR)용이네요. 앓는 소리부터 하잖아요.”

1위 이동통신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SKT)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3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에 대한 경쟁업체 쪽의 평가다. 에스케이텔레콤은 3분기에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4조1864억원, 영업이익 3041억원, 순이익 1조498억원을 이뤘다. 이 업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은 5.8%, 영업이익은 22.5% 줄었다”며 “이동통신 수익은 선택약정할인율 25%로 상승, 취약계층에 대한 요금감면 확대 등의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정책으로 영업이익이 22.5%나 줄 정도로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했다는 것이다. 이 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매출, 영업이익, 가입자당매출(ARPU) 모두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며 “좋은 시절 다 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후 3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컨퍼런스콜 분위기는 보도자료 내용과 큰 차이를 보였다. 우선 최근의 실적 부진을 “이동통신 세대가 바뀌고 ‘뉴 아이시티(ICT)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으로 간주했다. 선택약정할인율 증가와 기초연금수급자 요금감면 등에 따른 매출 감소폭이 축소되는 흐름을 보이면서 가입자당매출 감소도 완만한 추세이고, 내년 상반기에는 안정화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데이터 이용량 증가와 차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 등에 힘입어 내년 하반기에는 이동통신 매출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약정할인율 상향·요금감면 확대로
이통 매출·영업이익 다 악화했는데
SKT ‘앓는 소리’·LGU+ ‘성과 강조’

보도자료·컨콜 방점 다른 것도 눈길
업계, 상대·목적 따라 CR용·IR용 분류
“CR용은 요금인하 요구 차단·희석 목적”
사업자 간 손발 안 맞아 효과는 미지수
정치권·시민단체 “가계통신비 부담 더 완화해야”

SKT 3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 들머리 갈무리.
SKT 3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 들머리 갈무리.
현금 유동성도 좋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서비스(MNO) 사업의 현금 흐름이 좋고,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구축도 연초 제시한 투자(CAPEX)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차세대 이동통신망 확장 속도를 수익성이 보장되는 사업모델의 발굴 속도에 맞출 뜻도 내비쳤다.

에스케이텔레콤의 컨퍼런스콜 내용을 이동통신 이용자 눈높이로 요약하면, 정부의 이동통신 요금인하 정책에 따른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효과가 다시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내년 하반기에는 데이터 이용량 증가와 차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힘입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보도자료와 컨콜에서의 ‘뉘앙스’가 왜 이렇게 다른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이를 ‘시아르용’과 ‘아이아르(IR)용’으로 분류했다. 이른바 대상과 목적에 따라 방점을 다르게 찍어 설명하고 있다며, 새겨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아르용은 이동통신 요금 정책을 펴는 정부, 요금인하를 요구하는 정치권·시민단체를 겨냥하는 것이란다. 요금인하·감면 때문에 실적이 망가졌다고 ‘앓는’ 소리를 해 추가 요금인하·감면을 요구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언론이 에스케이텔레콤의 3분기 실적을 기사화하며 ‘요금감면 직격탄’, ‘요금감면으로 실적 휘청’ 등의 제목을 달았다.

이에 견줘 아이아르용은 주가 전망 보고서를 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어떤 경우에도 비관적인 분석과 전망을 해서는 안 된단다. ‘엎질러진 물’도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해 비관적으로 보이지 않게 해야 하고, 모든 호재꺼리를 동원해 미래 전망을 장밋빛으로 만들어야 한다.

LGU+ 3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 들머리 갈무리.
LGU+ 3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 들머리 갈무리.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업자 간에 손발이 안 맞는다. 3위 이동통신 사업자 엘지유플러스(LGU+)는 1일 3분기 실적 발표 보도자료를 내며 ‘홈미디어 사업 성과로 영업이익이 228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견줘 8.4%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역시 선택약정할인율 증가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대한 요금감면 확대 조처 등으로 3분기 무선매출은 1조33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3% 줄었고, 가입자당매출은 3만1965억원으로 3천원 이상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보도자료에 앓는 소리를 넣으려다가 낯 간지럽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뺐다”고 말했다.

사실 각각 이동통신 업계의 ‘맏이’와 ‘막내’인 두 업체가 실적을 두고 다른 모습을 보인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늘 정체 내지 감소한 점을 강조해 ‘요금인하 요구를 무마하려는 술책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아왔고, 반대로 엘지유플러스는 나아졌거나 증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앞세워 업계에서 ‘분위기 못 맞춘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다.

케이티(KT)의 3분기 실적 발표는 2일이다.

더욱이 상대가 이통사의 앓는 소리를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생경제연구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소비자연맹,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에스케이텔레콤 실적 발표 다음 날 공동으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8가지 입법정책 과제’를 제안했다. 보편요금제 도입, 알뜰폰 지원 확대, 선택약정할인율 30%로 상향, 분리공시제 도입, 저소득·고령층 요금감면 제도 홍보 확대 등이 포함됐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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