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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IT

대기업 보도자료 기사가 포털 뉴스 화면 상단 독차지, 알고리즘 편집 부작용?

등록 2019-01-14 14:50수정 2019-01-15 14:57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포털, 뉴스 편집·배치 알고리즘에 맡기며 나타나
포털 “기사 수 많으면 중요 판단해 상단 배치
대규모 기자실 가동하며 스킨십 늘린 효과” 설명
언론사·독자 쪽에선 자본 잣대로 뉴스 걸러지는 꼴
‘포털이 뉴스 편집을 사람 손으로 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완전히 맡기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거 같은데.’

다음에 이어 지난해 3월 국내 최대 뉴스 포털인 네이버도 뉴스 편집을 ‘여론에 떠밀리는 형식’을 빌어 알고리즘에 완전히 맡기는 것을 보면서 가졌던 생각이다. 하지만 뒷받침할만한 근거나 배경 지식이 부족한데다 대안을 제시할 능력도 없어, 주요 언론사들이 기획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알고리즘 편집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로부터 얼마 뒤 한 포털업체 고위임원이 “알고리즘 편집 방식은, 포털들이 먼저 가고 싶어 했다. 부작용 발생 우려 때문에 조심스러워했는데, 언론이 길을 터줬다”고 털어놓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포털 임원은 이와 관련해 “스마트폰 앱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서 뉴스 보는 시간이 잦아졌고, 덩달아 뉴스 업데이트도 자주 해야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고 가며 뉴스를 보던 이용자가 버스로 갈아탄 뒤 다시 뉴스 화면을 찾았을 때 새로운 기사가 보여지게 하기 위해서는 사람 손으로는 안되고 알고리즘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후 다음·네이버 뉴스 화면, 그중에서도 내가 맡고 있는 분야의 뉴스가 모이는 ‘IT/과학’ 뉴스난을 중심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나나 관심을 갖고 지켜봤다. 이 얘기를 이어가기에 앞서, 아직은 통계나 심층 분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느낌’ 수준이고, 이를 ‘부작용’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지 확신이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 무엇보다 함께 생각해보자는 마음이 크다. 이를 갖고 카카오·네이버 쪽 관계자들과도 여러 차례 얘기를 나눴는데, 다들 “내부적으로 이미 파악해, 이게 어떻게 쟁점화하고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는 점도 알려둔다.

네이버 ‘IT/과학’ 뉴스난의 경우, 편집 방식과 화면 배치가 지금처럼 바뀐 뒤 대기업들의 보도자료 기사가 화면 상단에 배치되는 현상이 뚜렷하다. 특히 대규모 언론홍보 조직을 갖추고, 본사 사옥 안에 기자실을 대규모로 운영해 출입기자들이 붐비며, 언론사 쪽에서 이른바 ‘주요 광고주’로 꼽히는 대기업들의 보도자료 기사가 상단에 배치되는 사례가 잦다. 굳이 회사 이름을 꼽는다면, 삼성전자·에스케이텔레콤(SKT)·케이티(KT) 등을 꼽을 수 있다.

포털 쪽은 이에 대해 “많은 언론사가 해당 꼭지 기사를 송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사가 쏟아내는 꼭지 수가 많을수록 알고리즘이 해당 기사를 중요하다고 판단해 화면 상단의 ‘클러스터 영역’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지면에 실렸는지, 지면에 실린 경우 얼마나 비중있게 다뤄졌는지는 반영되지 않는다. 한 포털 관계자는 “보완 조치를 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꼭지 수가 많은 기사는 상단 클러스터 영역에 배치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대규모 언론홍보 조직을 갖추고 있는데다 대규모 기자실을 운영해 평소 출입기자들과 스킨쉽이 좋은 기업의 보도자료 기사가 화면 상단을 차지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기사가 클러스터 영역에 배치될 때는 1~4꼭지 정도만 제목이 노출되고, 나머지 기사들은 꼭지 수에 포함돼 숫자만 표시된다. 노출 기사 제목 오른쪽 옆에 ‘20’(해당 기사가 20꼭지라는 뜻) 같은 숫자가 표시되는 식이다. 포털 쪽에 따르면, 보도자료 내용에 충실하게 기사를 작성하고 제목을 뽑을수록 주요 꼭지로 뽑혀 제목과 언론사 이름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보도자료 내용에서 ‘홍보성’ 내용을 빼고 소비자 눈높이로 재가공하거나 다른 케이스와 묶어서 기사화하면, 메인 꼭지로 채택되지 않거나 별도 기사로 간주돼 뒤로 밀리거나 검색으로 찾아야 볼 수 있는 상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뉴스 배치가 왜곡되고, 심지어 기업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예를 들어, 여론의 비판을 받을 행위를 한 게 드러났거나 어느 언론사가 비판 기사를 쓰는 것으로 파악됐을 때 홍보성 보도자료를 내보내 해당 기사가 화면 상단에 배치되는 것을 막으려고 할 수 있다. 전직 대기업 홍보임원은 “악성기사를 밀어내는 수단으로 보도자료를 반복해 뿌리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자연스레 “포털의 뉴스 편집·배치가 알고리즘에 완전히 맡겨진 뒤 자본의 논리로 뉴스 배치가 이뤄지는 모습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 비판 기사가 걸러져 뒤로 숨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오간다. 기사를 쓸 때 보도자료 용어에 충실할수록 다음과 네이버의 뉴스난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것 같다거나 컴퓨터가 뉴스의 중요도를 재단하는 꼴 아니냐며 ‘자괴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요즘 들어 젊은 기자들이 기업(특히 인터넷·포털 업체)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잦은데, 이런 맥락으로 보는 해석도 많다.

요약하면, 기사가 포털을 통해 유통되는 과정에서 자본의 잣대로 배치되거나 걸러지면서 이미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의 손이 탄 것이면 사람을 바꾸거나 인력을 보강하면 된다. 부작용도 일회성 내지 단발에 그친다. 하지만 알고리즘 방식의 부작용은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사진은 네이버 ‘IT/과학’ 뉴스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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