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IT

통신사 긴축경영? 지금은 되레 일거리 풀 때다

등록 2020-04-07 14:28수정 2020-04-07 16:44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통신사들 “코로나19 상황 전개 예측 안돼
긴축경영…4월 사업추진·비용지출 불확실”
통신사 투자는 전후방 산업 생태계에 ‘젖줄’
“코로나19 핑계 긴축경영은 혼자만 살겠다는 것
수십년 ‘황금알’ 낳게 해준 사회·국민 배신 행위”
“지금이 바로 사회적 책임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3개 이동통신가입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용산구 전자상가 일대 3개 이동통신가입 대리점 앞 모습.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최근 통신사 임직원들을 만나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와 관련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코로나19 대응 상황과 경험 등을 공유하는 자리가 몇차례 있었는데, 한 통신사 팀장이 “코로나19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지 몰라 일단 긴축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3월에 이어 4월에도 거의 모든 사업 추진과 비용 지출이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말해 화들짝 놀랐다.

통신사도 기업이다. 앞 날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긴축경영에 나서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수십년 동안 ‘황금알’을 낳을 수 있게 해주는 사업기반이자 고객인 사회와 국민 쪽에서 보면 “배은망덕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니나 다를까,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금은 모두가 고통분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가장 앞장서야 할 통신사들이 긴축경영을 하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리는 행태다”라고 일갈했다.

통신사 매출은 100% 국민 호주머니에서 발생한다. 매달 정해진 날에 현금으로 꼬박꼬박 쌓인다. 에스케이텔레콤(SKT·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 포함)·케이티(KT)·엘지유플러스(LGU+) 등 이른바 ‘통신 3사’는 지난해 통신서비스로(단독 기준) 42조3444억원의 매출을 올려 2조50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통신사 쪽에서 보면, 매달 3조5천여억원의 현금이 쌓이는 구조이다. 올해는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확대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마케팅비 지출 감소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의 증가세가 예상된다.

통신사 투자는 통신장비 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통신공사 업체, 서비스·콘텐츠 제공업체 등 전후방 산업 생태계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젖줄’ 구실을 한다. 5세대 이동통신과 4차 산업혁명 등 새로운 산업·흐름을 여는 쪽 생태계 기업과 종사자들에겐 더욱 절실하다. 통신사들의 긴축경영은 이들에게 마중물·젖줄·윤할유가 마르는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통신사들의 긴축경영은 매달 통신요금이란 이름으로 국민 호주머니에서 지출된 3조5천여억원의 자금을 전후방 산업 생태계 기업과 종사자들 쪽으로 돌게 하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는 꼴이다. 이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침체에 빠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급하기로 한 ‘긴급재난지원금’ 가운데 상당부분도 통신요금으로 지출돼 통신사에 쌓이게 된다.

1898년 우리나라에 전화가 들어온 이후, 정부의 통신정책은 원가보다 비싸게 받은 요금을 재원으로 삼아 통신을 대중화하면서 새 세대 서비스를 한발 앞서 도입하는 동시에 전후방 산업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초점을 둬 왔다. 초기에는 시외·국제전화 등 부자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 요금을 비싸게 책정하는 대신 서민들에게 대중화한 시내전화 요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런 목적을 이뤘고, 이동통신이 완전 대중화한 뒤에는 ‘십시일반’을 통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통신요금을 10% 인하하면, 이용자 개인에게는 월 자장면 한그릇 값 밖에 안되지만, 모으면 조 단위가 돼 전후방 산업 하나를 만들거나 경쟁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는 논리로 정치권·시민단체 쪽의 통신요금 인하 요구를 가로막았다.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요구가 거세졌을 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들이 함께 “요금을 내리면 5세대 이동통신 설비 투자가 어려워진다” 논리로 맞섰다.

이런 정책 덕분에 우리나라는 통신강국이 됐고, 통신사들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왔다. 이동통신 서비스는 ‘황금알 낳는 거위’에 비유되기까지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통신사들의 수익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가 좋다고 통화를 마냥 더 하지 않는 것처럼, 경기가 나쁘다고 통화를 덜 하지 않는다. 통신이 기본 생활·생계수단으로 자리잡은 터라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어렵다고 가입을 해지할 수도 없다. 오히려 코로나19 사태로 통신사간 가입자 쟁탈전이 잠잠해지면서 마케팅비 지출 감소와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대유행 사태로 통신 전후방 산업 생태계가 ‘돈맥경화’를 겪고 있는 요즘, 통신사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 사회와 국민에게 은혜를 갚을 때다. 통신장비·통신공사·콘텐츠 업계는 물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들도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럴 때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조기 집행해 전후방 산업 생태계에 단비 구실을 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과기정통부에 딸린 한 진흥원 임원은 “통신사들이 엘티이(LTE) 통신망 개선과 5세대 이동통신 반경 확대 설비투자 일정을 1~2분기씩만 앞당겨도 당장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자금이 전후방 산업 생태계 기업과 종사자들에게 풀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통신공사업체 사장은 “공기업과 통신사들 모두 코로나19 사태를 핑계로 일꺼리를 묶고 있는데, 이럴 때는 일꺼리를 왕창 풀어야 한다. 투자 확대로 올해 영업이익이 줄 수 있지만, 요금을 내리는 게 아니라서 바로 회복되는 게 확실한만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말로 통신사들이 행동으로 사회적 책임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는 지적도 나온다. 안진걸 소장은 “통신사들이 그동안 사회적 책임, 사회적 가치를 강조해오지 않았냐. 코로나19 극복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설비투자 확대와 더불어 소상공인·학생들의 통신비를 감면해주는 조처도 취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통신사들이 신뢰를 쌓을 때”라고 말했다.

전례도 있다. 1998년 구제금융으로 기업들이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던 때, 통신장비 제조업체와 통신공사 업체 등이 정보통신부 장관 초청 조찬모임 등을 열어 통신사들의 투자 확대를 독려해줄 것을 요구하고, 장관이 통신사 최고경영자들을 불러 설비투자 확대를 독려한 바 있다. 케이티 전직 임원은 “투자 확대 및 조기집행을 위해 광케이블 설비를 당장 필요하지 않은 지역까지 깔았다. 필요한 시점이 되니 장비의 소프트웨어 버전이 구형이라 새로 깔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수업, 재택근무, ‘방콕’ 등이 일상화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신사들에겐 통신 이용량 증가와 새로운 서비스를 펼칠 수 있는 ‘기회’이다.

“통신사 최고경영자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위기에 몰린 생태계 활성화 차원에서 설비투자 규모를 대폭 늘리고 집행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올해 영업이익 감소도 감수하기로 했다…이에 시민단체들은 통신요금 인하 요구를 당분간 자제하기로 했다.” 이런 기사 쓸 날을 기다려본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