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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타다는 혁신인가?’ 논쟁보다 더 중요한 것들 [더(The)친절한 기자들]

등록 2020-04-23 09:09수정 2022-08-19 10:36

더(the) 친절한 기자들
‘혁신의 비용’ 문제 던진 배민과 타다
독점적 지위 배민 수수료 논란
택시와 갈등 키운 타다 베이직
‘혁신’ 이해 부족한 정부도 제역할 못해

배달의민족(배민)과 타다.

한국의 대표적인 혁신 스타트업 두 곳은 이달 들어서 나란히 큰 ‘수난’을 겪었다. 배민은 지난 1일 새로운 수수료 정책을 도입했다가 “사실상 요금 인상”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개편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타다는 논란이 일던 서비스였던 ‘타다 베이직’을 지난 11일부터 종료했고 “택시를 할 생각은 없다”던 기존의 입장과는 다르게 택시와 손 잡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혁신적 서비스가 등장하면 으레 새로운 비용도 따르기 마련이다. ‘혁신’을 전면에 내걸었던 두 회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가 ‘혁신 비용’ 문제를 제대로 고민하고 토론하지 못한 사정도 있다. 과연 우리는 배민과 타다 논쟁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왼쪽)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우아한형제들 제공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왼쪽)과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우아한형제들 제공

■‘깃발꽂기’ 비판에서 공공배달앱까지

배민의 수난은 ‘깃발꽂기’의 폐해를 없애겠다며 정액 광고료를 받던 수익 정책을 정률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깃발꽂기는 자금 동원력이 있는 식당이 하나에 8만8천원인 ‘울트라콜’ 광고를 많게는 수십개까지 구입해서 식당 이름을 대거 노출하는 행위다. 깃발꽂기 때문에 매출 규모가 작거나 영세한 가게들은 광고 상품을 쓰면서도 광고효과를 볼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자, 배민은 해결방안으로 깃발꽂기를 3개로 제한하는 대신 매출의 5.8%를 수수료로 받는 ‘오픈서비스’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배민은 “비용 부담을 덜게 되는 자영업자들이 절반 이상(52.8%)”이라며 ‘오픈서비스’의 장점을 적극 홍보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배민에 내던 돈이 3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늘어나게 됐다”며 수수료가 외려 늘어났다는 논리를 폈다. 양 쪽은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숫자를 앞세우며 열흘 동안 완전히 엇갈리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 사이 소비자들은 ‘배민 불매운동’에 나섰고, 정치권과 각 지방자치단체는 수수료 부담 없는 공공배달앱을 직접 만들겠다면서 배민을 압박했다. 결국 배민은 새 수수료 정책을 시행한지 열흘만에 전면 백지화 방침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였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배민이 시도했던 새 수수료 정책의 표면적인 목적은 ‘깃발꽂기의 폐해 시정’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따로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시장 점유율을 늘려온 플랫폼 기업 배민이 이제 ‘독점 효과’를 누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다. 통상적으로 플랫폼 기업은 시장을 선점하면 이후에 더 큰 돈을 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독점을 지향하고 당장의 출혈도 감수하는 전략을 흔히 쓴다. 배달앱 시장 점유율 55.7%로 업계 1위(2018년 프랜차이즈산업협회 자료)인 배민이 이제 독점적 지위를 적극적으로 누릴 때가 됐다고 판단했으리라 보는 배경이다.

물론, 배민이 챙기는 수수료 수입이 정말 자영업자를 ‘약탈’하는 돈이냐는 또다른 쟁점이다. 배민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부담이 늘었지만 그만큼 매출도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 역시 배달료를 추가로 내게 됐지만 피자와 치킨을 뛰어넘어 종류에 상관 없이 거의 모든 음식을 편리하게 배달시켜 먹을 수 있게 됐다. 분명한 소비자 편익이다.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가 수수료 부담에 상응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누렸다는 말이다. 또한 정률 수수료 제도가 시행되면 자영업자들 부담이 커진다는 주장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정액 광고 요금제보다 합리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수수료는 버는 만큼만 내는 돈이지만, 광고 요금은 점주들을 ‘제한없는 비용 경쟁’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오른쪽)와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 대표. 연합뉴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오른쪽)와 타다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 박재욱 대표. 연합뉴스

■타다의 고집…모두 지키는 규제, 혼자만 거부

지난 10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서비스를 종료한 ‘타다 베이직’은 2018년 10월 출범 이후 1년6개월 내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타다 베이직의 영업 근거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시행령의 예외조항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때문이었다. 여객법은 렌터카에 기사를 붙이는 여객운송 영업을 기본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외적인 몇가지 경우에 한해서 렌터카에 기사를 알선할 수 있다고 열어두고 있고, 이 중 ‘11~15인승 승합차’를 활용하는 경우라는 조항을 활용해, 타다는 사실상의 택시 영업을 했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운영되는 동안 타다와 택시업계는 격렬히 부딪혔고, 지난달 국회에서 타다 베이직의 영업을 법률로 제한하는 여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큰 갈등은 한 차례 끝났다.

타다가 반발을 샀던 핵심적인 이유는 예외조항을 활용해 영업을 하면서 면허값과 규제 부담에서 온전히 비껴나 있었기 때문이다. 택시는 차량 대수와 요금은 물론, 차종, 차량의 외관까지도 정부가 정해놓은 틀 속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철저한 규제 산업이다. 하지만 타다는 베이직 영업을 하는 동안 어떤 규제도 받지 않았다.

개인택시의 반발이 거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사들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면허값은 9천만~1억여원에서 한때 6천∼7천만원까지 떨어졌다. 다른 모빌리티 스타트업들도 타다에 반감이 컸다. 렌터카와 카풀로 이미 갈등을 한 차례씩 겪었던 우버와 카카오모빌리티는 “한국에 맞는 모빌리티 혁신은 택시와 함께 가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규제에 발맞춰가며 사업을 하려던 참이었다. 겉으론 혁신을 내세웠지만, 법의 사각지대를 이용해 모든 규제를 회피하는 타다가 덩치를 키워갈수록 다른 기업의 사업은 위태로워졌다.

정부의 책임도 컸다. 국토부의 ‘협상테이블’은 여객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갈등 상황을 정리했지만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늦어도 너무 늦은 것이었다. 타다가 처음 서비스를 출범했을 때 국토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나중에 갈등이 커지자 타다 베이직을 제한하는 여객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7년 전 우버가 한국에 진출했을 때부터 ‘렌터카 유상운송 관련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내내 방치하다 타다 갈등이 커지자 뒤늦게 움직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정부 안에서 의견 정리가 제대로 안됐던 점도 혼란을 키웠다. 국토부는 타다를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검찰은 타다를 ‘여객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타다는 혁신”이라며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고 스타트업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중기부는 이 갈등 과정에서 사실상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의 소통 방식이 갈등을 키우는 한 축이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전 대표는 타다 베이직에 대한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소비자의 편익을 증대하는 자신의 사업만이 옳다’는 취지의 거친 주장들만 늘어놨고 모든 것을 정부와 국회의 탓으로 돌렸다. 이런 모습에 대해 김현명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지난 3월 여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민간기업인 타다가 할 일은 아니지만, 현재의 규제와 정부가 풀어가려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반대만 할 게 아니라 자신들이 생각하는 합리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한 번쯤 제시했으면 어땠을까 아쉽기도 했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혁신 기업의 매끄럽지 못한 소통 방식이 타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전제로 업계 분위기를 설명한 한 인사는 “사업을 하다보면 풀어야 할 규제가 있기 마련이고, 기업의 뜻대로 안되면 무엇이 부족했던 건지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들은 ‘선한 존재인 약자를 위하는 선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사업 환경을 선악으로 바라보면 내 사업을 방해하는 것들은 악이 되니 떼쓰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이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이재명 경기지사. 이 지사 페이스북 갈무리

■한국 사회가 ‘혁신’을 말하고 받아들이려면

배민과 타다에 대한 평가 중에는 “앱 하나 만든 것이 뭐 그리 대단한 혁신이냐”는 말도 있다. ‘공공 배달앱’은 이런 식의 일면적 평가와 결을 같이 하며 배민 수수료 갈등 국면에서 전면에 등장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배민 수수료 논란에 불을 붙이면서 언급한 뒤, 전국의 지자체는 너도 나도 수수료 없는 배달앱을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공공 배달앱에 대해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이라며 기대 섞인 반응도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배민은 길거리를 발로 뛰며 전단지를 모으고 앱을 만들어서 자영업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서비스를 알리고 설명하며 사업을 키워왔다. 공공앱을 만들겠다는 지자체들은 ‘우리가 배민을 하겠다’는 건데, 배민이 한 것만큼의 에너지를 지자체들이 공공앱에 들일 수 있을지, 그런 방식이 얼마나 공공성을 갖는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민간 기업이 운영하던 플랫폼 사업에 관이 개입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도 공공배달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의 근거다. 서울시가 택시 승차거부를 근절한다며 지난해 6월 내놓았던 ‘에스(S)택시’ 앱은 한달만에 운영을 중단했고, 서울시의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도 출범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활성화되지 못했다.

김두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과 다르게, 생각보다 뻔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뻔한 걸 바꾸면 좋아지겠다는 걸 포착해내는 것이 기업가의 능력”이라며 “이 지사가 배민에 대해 '혁신이 아닌 단순한 앱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은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이 얼마나 혁신에 대해 이해를 못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배민과 타다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다면 진지하게 문제를 제기해야지 ‘이게 무슨 혁신이냐’는 식의 비아냥은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 뿐더러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맞지 않는 무책임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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