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 요양서비스 정보 플랫폼 케어닥 창업자 박재병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박재병(32) 케어닥 대표를 창업으로 이끈 감정은 ‘분노’였다. 2017년 부산 범일동 쪽방촌에서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노인 매매에 가담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불법 요양병원 브로커들을 보고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할만큼 화가 났다고 했다. “주말마다 만났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요양병원에 팔려갈 수도 있다니!” “노인들을 위해 만든 시설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브로커를 통해 팔려가는 노인을 내가 막을 수는 있을까?” “무슨 권리로, 몇 명이나 막을 수 있을까?” “요양시설에 있는 노인들은 행복할까?” 분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이어졌다. 결국 박 대표는 “뭐라도 해야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한다.
통계청은 우리나라가 2045년께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이 37%에 오른다고 전망한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다. 이런 고령화 속도에 견줘 노인 돌봄을 가족끼리 해결해야할 ‘효도’의 영역이 아닌 사회적 과제로 받아들여진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이 과제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과 정부 대응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까닭이다. 여기에는 공공이 예산 제약 등으로 노인 돌봄을 모두 떠안기 어렵고 그렇다고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에 어느 선까지 문호를 열어줘야 하는지도 명확히 알기 어려운 노인 돌봄 고유의 특징도 자리잡고 있다.
현실적인 노인 돌봄 방안은 무엇일까? 국내 첫 간병·요양 정보 플랫폼 ‘케어닥’을 창업한 박 대표와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케어닥 사무실에서 만나 그의 견해를 들어봤다. 케어닥은 간병·요양 서비스와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으이다. 노인 돌봄 수요자와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 해소를 목표로 내걸고 있다. 노인의 헬스케어 사업 진출도 꿈꾸는 중이란다. 이 회사에 모인 박 대표와 40여명의 직원들은 ‘어떻게 해야 우리 모두가 마음 편히 늙고 아플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꾸준히 스스로에게 던지며 하나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간병, 요양서비스 정보 플랫폼 케어닥 창업자 박재병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부산 범일동 쪽방촌에서 요양병원 브로커 마주한 뒤 만든 ‘케어닥’ 쪽방촌 자원봉사가 시작이었다. “이따금 찾아와 어르신들에게 선물을 주고 가는 낯선 사람들을 봤죠. 누구냐고 물어도 제대로 답을 않더라고요. 사회복지사도, 공무원도 아니라고는 했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요양원에서 일하던 친누나에게 묻자, 나중에 자신과 연결된 요양기관으로 어르신들을 보내고 중간에서 돈을 받는 불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어요. 저에겐 제대로 답을 안 했으니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당시엔 밤에 잠을 못 이룰 정도로 화가 났어요. 제가 창업에 나선 가장 큰 계기였습니다.”
노인에게 유독 눈길이 갔던 데에는 그의 가족사도 영향을 줬다. 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졌고, 할머니는 치매를 앓다 돌아가셨다. 아픈 가족을 돌본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다. “원래 26살에 삼성물산과 이랜드에 취업했지만 결국 출근하지 않았어요. 26년 동안 취업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지, 제대로 된 진로 고민은 해본 적이 없구나 싶었거든요. 무엇보다 취업 준비 기간에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셨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컸습니다. 대기업 첫 출근 대신, 장교(ROTC) 월급을 모아둔 돈으로 3년 동안 세계여행을 했고,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봉사활동과 창업을 했죠.”
2018년 4월 부산에서 ‘원모어스텝’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처음 내놨던 서비스는 ‘기부’였다. 걸으면서 광고를 보면 광고수익 일부가 노인한테 가는 서비스였지만 실패했다. 광고수익 자체가 작았고, 그 돈을 얼마의 비율로 나눠야 노인에게도 의미 있게 도움되고 회사도 성장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내 눈으로 봐서 내가 가장 잘 알고,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건 뭘까” 고민하다 노인 요양 서비스를 다뤄보자고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간병, 요양서비스 정보 플랫폼 케어닥 창업자 박재병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노인 돌봄 서비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돌봄 수요·공급자의 정보 균형 맞추기…요양기관 평가결과부터 공개 그 해 10월 맞춤 안심 돌봄 서비스 ‘케어닥’으로 창업에 재도전했다. 간병인, 요양보호사 등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과 요양병원, 노인장기요양시설 등 요양기관의 정보를 돌봄 수요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돌봄을 받는 노인에게 필요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자녀가 부모에게 주고 싶으면서,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가 실제로 해줄 수 있는 돌봄 서비스는 무엇인지 감안해 돌봄이 이뤄지려면 정보 비대칭 해소가 첫걸음이라고 봤다고 했다. 올 3월 현재 케어닥 회원은 3만여명, 케어닥의 교육을 받은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들은 600명 정도다. 전국 요양기관 4만1205곳도 등록돼 있다.
정보 균형을 위해 박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이 맨 처음 구축했던 서비스는 요양병원이나 노인장기요양시설의 평가 등급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전국의 요양기관 4만여개는 치킨집 수와 비슷한 수준이에요. 사람들은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를 시켜먹을 때도 리뷰를 살피고 맛집을 찾아보지만, 한 달에 200만원 이상 쓰는 간병, 요양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이보다도 정보를 찾아보지 않죠. 어르신 쪽이 간병인이나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 참고할 정보가 제대로, 쉽게 제공되지 않았던 탓이 큽니다. 엄청난 지출이 이뤄지는 데 비해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가 어려워 ‘알음알음’ 찾아보고 ‘시간만 맞으면’ 간병을 받는 점부터 바꾸고 싶었습니다.”
이에 활용 가능한 정보가 존재하는 요양정보 서비스 체계를 먼저 구축하고, 이후 간병정보로 발전시키자는 계획을 세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매년 공개하는 요양기관 평가결과부터 정리하려고 했지만 처음엔 불가능했다. “완벽한 지표가 아니더라도 건보공단의 평가 등급과 세부평가항목을 공개하면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건보공단이 이 정보를 넘겨주지 않았죠. 그나마 공개되던 정보도 일반인이 찾기 어려웠고,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지도 않았습니다. 평가결과 데이터를 어떻게 가져올까 방법을 알아보다 2018년 여름 보건복지부가 열었던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공모전에 참가했어요. 이 대회에서 입상해서 공공데이터에 접근할 권한을 확보했고, 전국 요양기관의 평가결과를 가공해 케어닥에서 보여줬습니다.”
케어닥의 ‘장기요양시설 찾기’ 서비스는 각 요양기관의 평가결과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돌봄 인력의 현황, 입소 인원수, 돌봄 프로그램, 수가 등 정보, 이용자들의 후기를 보여준다. 동네마다 있는 요양기관의 평가결과를 정리해 보여주자 각 요양기관에서 전화가 빗발쳤다. “보건복지부도 가만히 있는데 왜 공개하냐? 당장 정보를 내리라”는 전화였다. “고소하겠다는 말은 기본이었죠. 결국 안했지만요. 처음엔 반발이 컸지만 노인 돌봄이 점점 사회 이슈로 부각되니 인식이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은 무작정 항의보단 변경된 기관 정보를 반영해 달라는 연락이 많이 옵니다.”
간병, 요양서비스 정보 플랫폼 케어닥 창업자 박재병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노인 돌봄 서비스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자체 돌봄인력 ‘케어코디’ 양성하고 상호 리뷰 체계 구축…“간병인과 노인이 지킬 기준 세우죠” 케어닥이 운영하는 ‘케어코디’는 집이나 요양병원에 있는 노인을 돌볼 사람이 필요할 때 신청하는 케어닥의 자체 간병인과 요양보호사다. 해외 현황 등을 참고해 케어닥이 나름대로 정리한 ‘간병 서비스의 표준’을 학습한 인력이다. 간병인이나 요양보호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노인이나 환자는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 서로 무엇을 주고받으면 되는지 합의되거나 정해진 내용이 아직 없다. 간병인과 간병을 받는 노인(최종 소비자), 간병비를 내는 자녀(비용지불 소비자) 등 서비스와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도 모두 다르다. 이는 돌봄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다툼의 불씨가 되곤 한다.
“간병인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해진 게 없으니 어르신 쪽에서는 집안일 등 돌봄과 상관없는 일을 분별없이 시키는 일이 많죠. 극단적으로는 간병을 받던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간병인이 밥을 먹였으니 간병인 책임’이라는 공격마저도 받습니다. 간병인이 집안에서 폭력 등 부당한 대우에 쉽게 노출되기도 하고요. 반대로 간병인이 ‘일을 더 해줄 테니 돈을 더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서로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는 간병인을 구할 때부터 시작된다. 간병인이나 재가요양보호사는 주변에서 사람이나 센터를 추천받아서 전화로 구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돌봄을 받을 사람이 어떤 질환을 갖고 있고, 키나 몸무게 등 어떤 신체 조건 가졌는지를 면밀히 고려하기 어렵다. 간병인이 어떤 조건의 사람들을 잘 돌볼 수 있는지 경험이나 전문성도 정리된 게 없다. 간병인과 노인은 오랜 시간 함께 있으니 말수가 많은지, 종교는 무엇인지 등 인간적 특징이 잘 맞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점들을 고려하지 않고, 심지어 간병인의 성별도 모른 채 일정이 맞으면 그냥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간병인이 자기가 감당할 수 없는 환자라며 그냥 돌아가면, 노인 쪽은 당장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간병인은 생활비를 벌 수 없다.
“케어코디는 이런 상황을 최소화하고자 최종 소비자인 어르신을 우선 고려해 간병인과의 매칭이 이뤄질 수 있도록, 서로가 생각할 요소를 제시해줍니다. 현장에 나가는 케어코디에겐 어떻게 목욕을 시키고 밥을 줘야 하는지 알려주고, 추가로 돈을 달라고 요구해선 안 되며 휴가를 가야 하면 미리 말을 해야 한다는 등 기본적으로 지킬 내용을 정해주죠. 양쪽을 합리적으로 중재하는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알고리즘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든 나름의 표준이 돌봄 현장에서 실제로 잘 작동하도록 평가서비스도 제공한다. “어르신 쪽은 케어코디의 서비스 품질에 대해 별점 평가와 후기를 남길 수 있습니다. 케어코디도 무리한 요구를 받았다면 회사 쪽에 알리고요. 물론 플랫폼 차원에서 어르신 쪽에 강제 조처를 하긴 어렵습니다만, 집안일 등 돌봄을 벗어나는 일을 지속해서 요구하면 경고 메시지를 전합니다. 서비스가 불가하다고 판단되는 악성 이용자라면 강제로 이용을 종료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 회사가 현재 운영하는 수익모델은 회원 간병인으로 등록한 ‘케어코디’에게서 받는 월 10만원 정도의 회비다. 간병비를 적게 받는 간병인에게는 회비를 받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지불하는 간병비에서도 일부 수수료가 나가지만 결제 대행 수수료 등이 대부분이다. 요양병원 등 기관과 관련된 수익모델은 아직 실행하지는 않지만 광고를 받을 계획이라고 한다.
간병, 요양서비스 정보 플랫폼 케어닥 창업자 박재병 대표가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간병정보 활용해 시니어 헬스케어 사업도 계획…“데이터 활용, 규제완화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죠” 정보 비대칭 해소 다음으로 케어닥이 진출하고자 하는 사업은 노인의 헬스케어다. 안 아픈 노인이 더 오래 건강하도록 돕는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노인의 건강 데이터가 필수지만, 현재는 간병 받는 노인 등에게 활용 가능한 데이터가 없다. 그동안 간병 받는 노인의 건강 정보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지 않은 탓이다. 이에 케어닥은 케어코디들에게 매일 간병 일지를 쓰도록 해서 정보를 만드는 작업부터 하고 있다. 간병 받은 노인의 정보는 1차적으로 당사자들에게 제공되고, 그다음은 보험·금융사의 상품 개발을 위한 컨설팅 재료로도 쓰일 예정이다. 보험·금융사가 노인들의 건강 서비스 수요 정보를 제대로 알고 현실성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노인 쪽에게 이익이 되는 적절한 상품을 매칭하는 방향이라고 한다. 현재 하나은행, 라이나생명 등과 시니어 상품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보험사 등에게 노인의 건강 정보를 직접 넘기는 제3자 제공이나 가명처리된 정보의 판매는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간병 받은 노인의 정보는 케어닥(개인정보처리자)과 노인(정보주체)의 관계에 더불어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는 자녀(비용지불 소비자)가 더해져서, 데이터 보호냐 활용이냐를 두고 산업계와 시민사회가 부딪히는 것보다 더 복잡한 맥락을 만들기 때문이다. “부모님을 어떤 요양병원에 보냈는지는 건강정보 이상이거든요. 이 정보를 외부에 제공 또는 판매하면, 적법한 처리 과정 등을 거쳤더라도 ‘내가 부모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불효를 한 사실을 남에게 알린 것이냐’는 반발에도 부딪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데이터 활용·보호에 대한 인식과 합의를 새롭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는데, 노인의 건강정보에 대해서는 생각할 지점이 더 많습니다. 일단은 사업을 운영해보면서 데이터 판매 사업 등은 안 하는 쪽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노인 돌봄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돌봄은 공공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둘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세금을 써서 모든 역할을 다 하는 쪽도 현실적이지는 않다. 그동안 한국은 고령사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고, 돌봄을 맡아왔던 민간 영역도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긴 어려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치매국가책임제’를 약속하고 2018년 11월 정부는 ‘사회서비스원법’을 발의하는 등 민간에 맡겨져 있던 돌봄의 공공성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있긴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정부가 노인 돌봄의 재원을 마련하고 운용하는 것보다 노인이 증가하는 속도가 더 가파르기 때문에 정부의 움직임이 고령화를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가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정부 예산으로 채울 수 없는 돌봄의 영역을 민간이 맡을 수 있도록 규제 풀고, 정부는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병, 요양서비스 정보 플랫폼 케어닥 창업자 박재병 대표(왼쪽 둘째)가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사무실에서 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방 출신의 한계?…나만의 강점 찾고 ‘역량 차트’의 빈 곳 메웠죠” 박 대표는 경남 진주 출신으로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케어닥도 처음엔 부산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다. 가능한 부산에서 사업을 키워보고 싶었지만 결국 서울에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방 스타트업의 한계를 느꼈달까요. 일단 ‘스타트업 붐’이 형성된 서울과 달리 부산은 아직도 창업하려는 이들이 많지 않아요. 경영학과 출신인데도 동기 중에서 저만 창업을 했으니까요. 투자자, 기관, 고객 등 업무 미팅을 위해서도 한 달에 20번씩 서울에 와야 했어요. 인력 채용도, 시장 규모도 서울이 훨씬 유리했고요. 법인 설립 후 6개월 만에 결국 서울에 자리를 잡게 됐습니다.”
‘화려한 스펙’이 아니었던 점도 고민이었다. “한 투자사 대표가 제게 카이스트 출신이 아니라는 점을 직접 지적하기도 했거든요. 공동 창업자들도 모두 명문대 출신이 아니다 보니, 나중에 채용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는 말도 들었죠. 명문대만 안 나왔을 뿐이지 모두 실력은 자신 있었는데. 좌절감이 들기도 했지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투자금을 주는 쪽에서는 과연 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중요하게 볼 텐데, 학벌이 바로 그 ‘믿는 구석’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제 해법은 강점을 찾고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었습니다. 노인에 대해 잘 알고 쉽게 포기하지 않을 의지가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스스로 파악했고, 학벌, 경력, 전문성, 배경, 네트워크 등 요소를 방사형 그래프로 그려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자 했어요.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듣는 것도 그런 노력이죠. 등록금은 에스케이의 지원프로그램으로 해결했고요.”
그는 케어닥의 궁극적인 목표는 “노인을 건강하게 만들며 돈을 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병, 요양을 알아봐야 하는 때면 그땐 이미 ‘돈은 매달 수백만원이 깨지지만 건강은 회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간병, 요양 업체들은 노인이 오랫동안 많이 아파야 돈을 벌고요. 이 사실을 슬프게 받아들이고 개선해보고자 합니다. 회복 가능한 만성 질환을 가진 노인들이 미리 검진이나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건강한 기간이 길어질 것 같아요. 노인이 안 아파야 보험사도 돈을 벌고, 정부도 세금을 아끼고, 미래 세대에도 부담을 줄일 수 있죠. 무엇보다 노인과 그 가족들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