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EU, 대우조선해양 인수 불허 비합리적…매우 유감”

EU 경쟁당국, 현대중공업·대우조선 결합 불허
현대중공업 “경쟁기업 많아 독과점 우려 없어”
대우조선해양 “회사 경쟁력 유지 노력” 밝혀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13일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허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대중공업 쪽은 즉각 입장문을 내어 “유럽연합 공정위원회 결정은 비합리적이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는 세계적인 전문성을 가진 법률 자문사와 경제 분석 컨설팅 기업으로부터 자문을 받아 지난 2년에 걸쳐 조선 시장은 단순히 기존 시장점유율만으로 시장 지배력을 평가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유럽연합 공정위에 내 왔다”며 유럽연합 결정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점유율이 60%로 올라가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두 회사 결합에 반대했고, 현대중공업 쪽은 “액화천연가스선 시장의 경우, 이미 삼성중공업과 중국 후동조선소, 일본 미쓰비시, 가와사키 등 대형 조선사와 러시아 즈베즈다 등과 같은 유효한 경쟁자들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현대중공업은 입장문에서 “액화천연가스선을 건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액화천연가스 화물창(LNG 보관 탱크) 기술은 프랑스 지티이(GTT)사와 노르웨이 모스 마리타임사가 독점권을 갖고 있고, 이들로부터 기술 이전(라이선스)을 받아야 액화천연가스선을 건조할 수 있다”며 “액화천연가스선 화물창 기술 라이선스를 보유한 조선소가 세계적으로 30개사 이상이고, 언제든지 입찰 경쟁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 업체의 독점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펴온 사실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설령 두 기업의 과거 시장점유율이 높더라도 조선 산업의 경쟁은 입찰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며 “입찰 승패 여부에 따라 점유율이 크게 변하기 때문에 단순히 높은 점유율만으로 섣불리 독과점을 판단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또한 “입찰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단 하나의 유효 경쟁자라도 실제 존재하는지’ 여부”라며 “심사 결과 한국의 삼성중공업뿐 아니라 중국 후동조선, 일본 미쓰비시와 가와사키 등 복수의 유효 경쟁자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기업 결합은 독과점 우려가 없다”고도 했다.

현대중공업은 이어 “유럽연합 공정위가 오래 전 조건 없는 승인을 내린 싱가포르와 중국 공정위 결정에 반하는 불허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당사는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유럽연합의 최종 결정문을 자세히 검토한 후 유럽연합 법원을 통한 시정 요구 등 가능한 대응 방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그룹 인수를 통한 민영화가 무산된 대우조선해양 쪽은 “정부의 새로운 방침에 맞춰서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박종오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