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6일 경기도 성남 분당구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연구실을 둘러보고 있다. 당선자 대변인실 제공
윤석열 당선자가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 신설을 공식화했다. 신약 개발의 장애물로 여겨지던 복잡한 규제 문제를 풀어줄 컨트롤타워가 탄생할 수 있을 지 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바이오·제약 업계는 그동안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연구·개발과 임상 절차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를 세워 ‘케이(K)-바이오’를 반도체 뒤를 잇는 미래 먹거리로 키워야 한다”고 제안해왔다.
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윤 당선자의 혁신위 설치 계획에 대해 “보건 안보와 국가 경제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며 환영하는 모습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한겨레>에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각 부처 정책을 조율할 혁신위 설치를 정책 공약으로 제안해왔다”며 “제약·바이오 강국 실현을 통한 보건 안보 강화와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혁신 의약품 개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일관된 청사진을 만들어 지원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기구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25일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 혁신위 신설을 국정 과제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병원과 제약 업계, 관련 정부 부처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혁신위를 만들어 규제 적용을 일정 기간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와 디지털이 연결되는 4차산업혁명 흐름에 맞춰, 정부가 100만명 분량의 바이오 빅데이터를 만들어 민간에 개방해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메가펀드를 조성해 개발비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수위는 “기초 연구와 개발, 임상, 제품화 절차를 지원하고 규제하는 정책이 여러 부처로 분산돼 신약 개발·제품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업계 요구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많게는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 개발 및 임상 과정에 스타트업 등 자금력이 부족한 기업들도 뛰어들게 하기 위해서는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해왔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는 “올해 기준으로 17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 의약품 시장을 겨냥해 국내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규제 정비와 지원이 필요하다”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권한을 갖는 대통령 직속 혁신위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제약·바이오 분야를 산업적 측면으로만 접근해 빠른 규제 완화와 개인정보 활용을 허가할 경우, 국민 건강과 안전을 해치는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처럼 연구 시간과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식의 규제 완화와 뛰어넘기 허용은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이고, 국민 건강정보의 빅데이터 활용은 개인정보 유출과 보험 가입 등에서 차별로 이어지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제약회사 연구원 출신 대학교수는 “옥상옥 규제는 정비할 필요가 있지만, 신약 개발 이익 측면에서만 접근해 빠르게 규제를 완화할 경우 실제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의 건강 문제에 직결되는 위험이 있다”며 “빅데이터 활용 계획도 어떻게 개인정보 유출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문가와 정부 부처 등의 신중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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