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미국의 폐기물 가스화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2000만 달러(약 260억원)를 투자하는 등 석유화학 기업들이 폐기물 기술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엘지(LG)화학도 국내 공장의 폐기물 재활용률 95% 수준을 달성해 국제 인증을 받았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13일 “생활 폐기물을 가스화해 합성 원유를 생산하는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사(Fulcrum BioEnergy)에 2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지주회사인 에스케이는 지난해 말 국내사모펀드와 5000만달러(650억원)를 이 회사에 공동투자한 바 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확보하려는 폐기물 가스화 기술은, 폐기물에 산소를 주입해 고온·고압에서 폐기물을 분해해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것이다. 합성가스는 합성원유와 메탄올, 수소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인다. 펄크럼사는 미국에서 생활폐기물을 활용해 합성원유를 만드는 공정을 최초로 상업화한 회사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 쪽은 “향후 폐기물 자원화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폐기물 처리공정 중 하나인 폐기물 가스화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익산·나주 사업장 2 곳이 글로벌 안전과학회사 UL Solutions의 ‘폐기물 매립 제로(ZWTL, Zero Waste to Landfill)’ 인증을 획득했다고 13일 밝혔다. 엘지화학 제공
엘지화학은 이날 “전라도 익산 사업장 폐기물의 재활용률 96%를 달성해 골드등급을, 나주 사업장은 94%를 달성해 실버등급을 받았다”며 ‘폐기물 매립 제로’ 국제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삼양그룹의 화학사업 계열사인 ‘삼양이노켐’도 이날 기능성 화학소재 기업인 ‘국도화학’과 바이오매스 소재 연구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석유화학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이 재활용 산업이기 때문에 기술 선점에 나서는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사업 영역이라는 점에서 기업들은 경제성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히 따져 봐야 할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일부 기업들이 플라스틱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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