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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8천명 숨진 2013년 필리핀 태풍, 화석연료 기업에 책임 있다”

등록 2022-07-14 15:50수정 2022-07-14 16:02

2013년 태풍 관련 그린피스 2016년 청원
6년 만인 지난 5월 필리핀 인권위 결론
“화석연료 기업, 고의로 피해 은폐해”
“한국 기업과 인권위 판단에도 영향”
태풍 생존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2013년 11월26일 화요일 필리핀 중부 레이테 지방의 타클로반 시에서 대규모 대청소를 계속하고 있다. 기록상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인 태풍 하이옌이 11월8일 동부 해안을 강타하여 광범위한 파괴를 남겼다. AP/연합뉴스
태풍 생존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2013년 11월26일 화요일 필리핀 중부 레이테 지방의 타클로반 시에서 대규모 대청소를 계속하고 있다. 기록상 가장 강력한 폭풍 중 하나인 태풍 하이옌이 11월8일 동부 해안을 강타하여 광범위한 파괴를 남겼다. AP/연합뉴스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지구 온난화를 가속하는 기업들은 태풍 피해에 어떤 책임이 있을까?

14일 필리핀 인권위원회가 5월6일 공개한 ‘기후변화에 관한 국가조사 보고서’를 보면, 주요 탄소 배출 기업들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할 도덕적, 법적 의무”를 진다. 필리핀 인권위는 이 보고서를 통해 “(주요 탄소 배출 기업들은) 독자적 또는 간접적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배출되는 온실가스로 인한 온난화 현상 등) 기후과학을 고의로 무시해, 대중이 올바른 정보에 따라 결정을 내릴 권리를 침해했고 환경과 기후 시스템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는 것을 은폐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지난 2013년 태풍 하이옌으로 필리핀에서 약 8천여명이 사망하자, 2016년 그린피스 동남아시아 지부에서 피해자들을 모아 필리핀 인권위에 청원한 데 따른 결과물이다. 필리핀은 한해 20여 차례의 태풍이 들이닥치는데, 온난화로 열대지역에 태풍 발생 빈도가 늘고 세기도 강해진다는 기후과학자들의 경고와 무관치 않다며 그린피스는 석탄·석유 기업 등 세계 47개 기업이 인권을 침해했다며 필리핀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후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필리핀 마닐라 등에서 공청회가 이어졌고, 필리핀 인권위는 6년 만에 최종 보고서를 펴냈다.

47개 기업에는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오스트레일리아 비에이치피 빌리톤(BHP Billiton)뿐 아니라 석유 기업인 영국의 비피(BP), 네덜란드 로열더치셸, 미국 엑손모빌과 셰브런,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 프랑스의 토탈에너지(Total), 이탈리아의 애니(ENI), 캐나다의 선코르(Suncor), 독일의 에르베에(RWE), 오스트레일리아 오엠브이(OMV), 스페인의 렙솔(Repsole),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Sasol), 스위스 글렌코어(Glencore) 등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이들 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1.4%에 대한 책임이 있다. 이들은 늦어도 (기후변화의 영향이 과학계와 국제사회에 보고된) 1965년부터 자사 제품이 환경과 기후 시스템에 미치는 악영향을 알고 있었다”며 “이 회사들은 주로 투기 목적의 석유 탐사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데 대해 주주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탄소 배출 기업들은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고 개선할 책임이 있다. 필리핀에서 관련 사업을 하면서 문제를 시정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지울 수 있다”고 짚었다. 국제 인권단체 ‘기업과 인권 자원센터’(BHRRC)는 이에 대해 “필리핀에서 태풍 피해를 부른 데에는 석탄·석유·광산, 시멘트 회사 47곳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필리핀 인권위의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그린피스 제공
필리핀 인권위의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 영상 갈무리. 그린피스 제공

국제환경법 전문가들은 이번 보고서가 다른 나라에서의 기후 소송에 영향을 미치고 전세계 정책 입안자나 기후운동가뿐 아니라 기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판단은 2020년 말 수해 농민 등 41명이 진정해 현재 한국 국가인권위가 조사 중인 기후위기로 인한 인권 침해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한 조사는 진행됐고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박시원 강원대 교수(법학)는 “당시 필리핀 태풍 피해가 엄청났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이 문제를 무시하기 어려웠다”며 “필리핀의 국제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해도, 태풍 피해가 기업활동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기업들은 이 판단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중 재산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찾는 움직임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기업과 정부의 인권 침해 여부를 묻는 쪽으로 옮겨지는 추세”라며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세계적 기준에서 볼 때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크기 때문에 해외에서 비난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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