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깃발.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고 사실상 공식화해 논란이 예상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보유 의사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상당액은 유배당 보험 가입자의 돈으로 매입한 것이어서 매각 차익의 일부는 이들의 몫인데도 계속 보유하겠다고 밝혀, 가입자 배당을 회피하고 삼성그룹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금융감독원과 국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0일 민간기구인 한국회계기준원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내년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서 해당 지분을 자본으로 분류해도 되는지 문의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 가치는 약 31조원(10일 종가 6만400원 기준)이며, 이 가운데 약 6조원은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몫으로 분류된다. 그동안 삼성생명은 이 부분을 부채로 인식했는데, 새 회계기준에서 계속 보유 의사를 밝히며 이를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구분해도 되는지를 회계기준원에 문의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에도 지난 10월 “보유자산 매각은 820만 전체 고객과 주주의 이익, 회사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판단할 사안”이라며 “현재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구체적인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1992년까지 기본수익률 외에 초과수익 발생시 가입자에게 배당하는 유배당 보험 상품을 판매했다. 이 상품에 가입한 보험자가 낸 돈의 일부는 삼성전자 지분 매입에 쓰였는데도, 삼성생명은 이번에 삼성전자 지분 계속 보유 의사를 밝혀 향후 배당을 할 매각 차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음을 공식화한 셈이다.
이런 삼성생명의 움직임은 보험료를 보험가입자의 이익이 아닌 삼성그룹 지배구조 유지에 이용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분(5.5%)보다 삼성생명 보유분이 더 많아서, 이를 매각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재용 회장은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때도 삼성생명 지분(20.8%)을 다른 계열사 지분과 달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보다 훨씬 많은, 절반(10.4%)을 물려받았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도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것은 유배당 보험 계약자의 돈으로 해당 지분을 매수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좇는 것”이라며 “고객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금융기관으로서의 기본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삼성생명은 새 회계기준 적용 때 삼성전자 지분 처리 계획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업계에서 나온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삼성생명은 유배당 보험 가입자 등 고객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 처리 계획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전자 지분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어 삼성전자 주가 변화에 따라 위험도가 크게 바뀐다. 삼성생명이 이를 어떻게 완화할지 계획을 못 세운다면 금감원이 건전성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삼성전자 주가가 높던 2020년 말에는 353%였지만, 올 6월에는 249%로 낮아졌다.
삼성생명은 이에 대해 “삼성전자 주식을 투자 목적으로 가지고 있고, 만일 매각한다면 유배당 계약자에게 배당할 계획”이라면서도 “삼성전자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투자처가 뚜렷이 있지 않아 현재 매각할 계획이 없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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