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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롯데케미칼 1조1천억 유상증자, 롯데 유동성 우려 잠재울까

등록 2022-11-21 17:26수정 2022-11-21 23:53

롯데건설 진원지 유동성 우려 확산
건설에 5천억원 빌려준 케미칼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도 필요
유상증자로 건설 유동성 위기 확산 차단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모습. 롯데케미칼 제공
롯데건설의 잇단 계열사 자금 차입과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유상증자 등을 계기로 롯데그룹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투자설명회(컨퍼런스콜)를 열어 “롯데컨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고 판단한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들은 롯데 계열사들의 신용도를 줄줄이 낮추는 등 시장에선 롯데그룹의 유동성 우려 전망이 오히려 증폭되는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초 850만주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1조1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지난 18일 공시했다. 이 업체는 21일 컨퍼런스콜에서 “1조1천억원 가운데 6천억원은 지난달 인수를 결정한 국내 1위 동박 생산업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53.3%) 취득 대금의 일부로 쓰고, 나머지 5천억원은 나프타 매입 등 운영 자금에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강종원 재무회계부문장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대금 2조7천억원은 내부자금 1조원, 외부차입 1조7천억원을 예상한다. (외부차입은) 연말까지 금융기관들의 답을 받을 계획이며, 롯데건설 대여금 만기(2023년 1월18일) 연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위축과 금리 인상 등으로 돈줄이 막힌 롯데건설에 5천억원을 3개월 만기로 빌려주고, 롯데건설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87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1대 주주이다. 하이투자증권은 롯데케미칼의 대규모 유상증자 배경에 대해 “본업에서의 이익 창출력 악화, 대규모 인수합병, 계열사 자금 지원 등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 데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롯데건설 자금 상황이 쉽게 좋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더욱이 건설 경지마저 좋지 않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달 21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이 내년까지 갚아야 하는 우발 채무가 6조7491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조3790억원은 이번 달, 3472억원은 다음 달이 만기이고, 내년 1분기에도 1조8696억원을 갚아야 한다. 이에 롯데케미칼 뿐만 아니라 롯데정밀화학(3천억원)과 롯데홈쇼핑(1천억원) 등 다른 계열사에도 손을 내밀고 있다. 결국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롯데지주를 담당하는 나이스신용평가의 전명훈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3실장은 “지주회사 쪽에서 보면 계열사 유동성 문제는 최대 현안”이라며 “(강원도 레고랜드발 사태로) 자금 조달과 운용에서 긴급·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특수 상황이 발생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가 중요한데, 주택 시장을 전망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이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도를 앞다퉈 낮추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6일 롯데케미칼, 롯데지주, 롯데렌탈, 롯데캐피탈,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0일 롯데지주, 롯데케미칼, 롯데쇼핑의 장기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지금 상황은 롯데케미칼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 다른 계열사들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는 것을 일시적으로나마 가로막은 모양새란 해석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롯데지주의 주가 추이는 롯데케미칼의 실적에 달렸다”며 “롯데지주는 최근 3년동안 배당 수익의 37~40%를 롯데케미칼에서 충당했다. 또 최근 롯데지주의 주가를 움직였던 롯데건설 유동성 이슈의 전이를 막을 수 있는 것도 롯데건설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이었다. 롯데케미칼의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조달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잠정 발표된 롯데케미칼의 연결기준 3분기 실적은 수요 감소와 나프타 원료 가격 급등 영향으로 42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날 컨콜에서 롯데케미칼은 “3분기 실적 부진은 원재료 래깅 효과(투입 판매 시차로 발생한 효과)와 재고 손실로 인한 것으로, 3분기를 저점으로 4분기에는 흑자전환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롯데캐미칼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에 빌려준 자금의) 만기 연장 가능성이 없다고 했지만,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내년 2월로 예정된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 납입을 포함해 현재 회사 안팎으로 자금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건설에 빌려준 자금의) 만기 연장 여부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잔금 조달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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