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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대우조선 사무직 405명 떠났다…‘이탈 가속’ 전에 묘책 나올까

등록 2022-12-08 16:54수정 2022-12-09 17:45

총 인력 3704명 가운데 405명 회사 떠나
한화 인수 발표한 뒤에도 140명 퇴사
“실무자 퇴사로 3∼5주 공정 지연 발생”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모습. 연합뉴스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설치된 대형 크레인 모습. 연합뉴스

“능력 있는 파트장까지 퇴사하면서 선박 건조에 필요한 정보의 품질이 하락해 작업이 지연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대우조선해양 50대 사무직 직원)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설계·연구개발·생산관리(이하 사무직)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무직은 조선소 경쟁력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한화그룹 인수 소식이 발표된 9월 이후에도 14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사무직 인력 이탈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지 않으면, 알맹이가 빠진 상태로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사무직 지회에 따르면, 올해 1∼11월 회사를 떠난 사무직 인력은 405명이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2018년 퇴사 규모(177명)의 두배가 넘는다. 전체 설계·사무직 인력 3704명(2021년 12월 기준)의 10%가 넘는 규모다. 특히 10~11월 퇴사자만도 140명에 이른다. 한화그룹이 지난 9월 말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겠다고 발표 이후 인력 이탈이 더 가속화한 모양이다.

업계에선 대우조선 퇴사자의 70∼80%가 경쟁사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한 것으로 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과 9월에 경력사원을 대규모로 뽑았는데, 대우조선 퇴사자가 5월(91명)과 11월(117명)에 급증했다. 채용 과정이 두 달 가량 걸리는 것을 고려할 때 해당 월에 퇴사한 인력 대부분이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일부는 조선업이 아닌 다른 산업군이나 조선 관련 연구기관으로 옮겼다. 조선업 연구기관 고위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연구원 채용 서류를 받아보면, 응시자 가운데 대우조선 직원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사무직 지회 제공
금속노조 대우조선해양 사무직 지회 제공

퇴사 이유로는 동종 업계 대비 낮은 임금과 회사 비전의 부재 등이 꼽힌다. 한화그룹이 회사 비전과 직원 처우 개선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생산직 중심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와는 소통했지만, 사무직 지회는 만나지 않았다. 노현범 대우조선 사무직 지회장은 “현대중공업으로의 이직은 불확실성이 적지만, 한화그룹 아래의 대우조선에 남는 결정은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크다. 퇴사한 직원들은 현대중공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더 나은 선택지로 여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설계·사무직 직원 이탈로 건조 공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50대 사무직 ㄱ씨는 “생산 계획·관리 조직을 이끌어가는 공정 담당자들의 집단 퇴사로 초기 공정부터 3∼5주의 지연이 발생하고 있으며, 도미노처럼 후공정도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40대 사무직 ㄴ씨는 “알게 모르게 몸에 익었던 직원들의 노하우가 사라지는 게 문제다. 10명이 하던 일이 15명, 20명이 필요할 때가 올 것이다. 대비 못하면 선박 인도 시기를 못 맞추거나 인도 후 문제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화그룹이 떠난 직원들을 다시 불러올 수 있도록 서둘러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청한 조선업 전문가는 “한화가 대우조선 전체를 인수한다고 했으니, 방산뿐만 아니라 상선 사업에도 진심을 갖고 있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해줘야 직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 떠난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향후 상선 경쟁력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설계·사무직 처우 개선 등에 대한 <한겨레>의 질의에 “상황을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현재는 답변이 곤란하다. 인수 후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보겠다”고 말했다. 한화그룹은 12월 중순께 대우조선 인수 최종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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