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각) ‘시이에스(CES) 2023’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에이치디(HD)현대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정기선 에이치디현대 사장이 그룹 비전인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소개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인류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새 영토를 찾을 필요가 있다. 우주는 장기적으로 보면 무척 흥미로운 영역이지만, 현 세대를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바다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기선 에이치디(HD)현대(옛 현대중공업그룹) 사장이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개막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각) 미국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법으로 살아왔고, 결과적으로 지구가 감당하기에 벅찬 부담을 안겨 주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바다에서 찾아내겠다는 발언이다.
정 사장은 ‘오션 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을 강조했다. 에이치디현대의 조선·해양 기술력을 활용해 해양 영토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지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바다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이다. 바다가 지니고 있는 광활한 잠재력을 재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의 큰 축은 ‘오션와이즈’(OceanWise)다. 선박·항만·기상 등 해양 관련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는 개념이다. 그는 “글로벌 해양 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석 정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면 글로벌 교역에 드는 경제적 비용과 함께 탄소 배출도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 위치·상태·도착 시각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운항 비용을 자동으로 계산해주고, 도착지 항만 상황에 따라 경로와 속도를 조정해 연료 비용과 탄소 배출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회사 쪽은 오션와이즈를 유조선과 벌크선 등 전체 운송선박 약 5%에만 적용해도 연간 수백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바다 위에서 만들어낸 에너지를 육상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하는 것도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의 한 축이다. 바다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보고로 불린다. 해상풍력이 대표적이다. 현재 해상풍력 발전량은 135TWh로 세계 에너지 생산의 0.5%에 불과하지만, 2050년까지 전체의 7%에 해당하는 5천TWh로 성장할 전망이다. 정 사장은 “가장 보수적인 추산치만 보더라도 바다 자원만으로 전 세계 에너지 총 수요의 수 배에 달하는 양을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이치디현대는 부유식 해상풍력 하부 구조물과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소로 전환해 육상까지 운반하는 수소 운반선에 집중하고 있다.
정 사장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원은 대륙의 신규 에너지원과 다르게 여러 규제로부터 훨씬 자유롭다”며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자원까지 포함한다면 바다의 잠재력은 24조달러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안태호 기자
ec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