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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산업·재계

모빌리티는 대세, 메타버스는 ‘한방’ 아쉽네…‘CES 2023’ 폐막

등록 2023-01-09 16:58수정 2023-01-10 14:06

‘CES 2023’ 4일 일정 마무리
전기차 충전 인프라·빅 블러 가속화
가전은 혁신 대신 연결·편의성 강조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이에스(CES) 2023’ 전시장 모습. 연합뉴스
지난 5~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시이에스(CES) 2023’ 전시장 모습.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3천여개 기업이 참가해 새 기술과 신제품을 뽐내던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3’이 지난 5일 개막해 8일 폐막했다. 첨단 기술과 산업이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곧 닥쳐올 경기 하락을 헤쳐나갈 뽀족한 해법을 제시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전시회엔 174개 나라에서 3100개 기업이 참여했고, 11만 명이 찾아와 기술과 제품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확대되는 모빌리티 전동화·전장화

자동차 쪽에선 전기차 및 전장 시장 확대 흐름을 반영하듯 관련 신기술 및 제품 혁신 시도가 쏟아졌다. 무엇보다 전기차 구매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술이 주목을 받았다. 에스케이(SK)시그넷·대영채비 등 주요 충전 회사들이 스마트 충전 인프라를, 미국 트럭 제조사 램(RAM)은 무선 충전 설비를 선보였다. 에스케이(SK)온은 18분만에 급속충전이 가능한 배터리, 배터리 노화도 등을 알려주는 진단 서비스 등을 내놨다.

미국 트럭 제조사 램의 무선 충전기 모습. 차량을 주차하면 벽에 붙어있던 충전기기가 스스로 충전 위치로 이동한다. 안태호 기자
미국 트럭 제조사 램의 무선 충전기 모습. 차량을 주차하면 벽에 붙어있던 충전기기가 스스로 충전 위치로 이동한다. 안태호 기자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 현상도 가속화됐다. 소니는 혼다와 손잡고 만든 전기자동차 ‘아필라’ 시제품을 공개했다. 빅 테크 기업 구글과 아마존은 볼보·루시드 등 완성차 회사와 함께 개발한 차량 소프트웨어 기술을 뽐냈다. 운전석에 앉아 음성명령을 내려 실내 가전을 제어하는 모습을 직접 시연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이에스 2023 현장을 살펴보니 모빌리티 쪽이 많이 발전한 게 눈에 띄었다”며 “경기 하락이 예상되지만 전기차, 모빌리티 시장은 인프라가 확대되며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와우~’ 없었던 전자

시이에스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전 쪽에선 깜짝 놀랄만한 기술과 기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가 네오 큐엘이디(QLED) 티브이(TV) 신제품을 선보였지만 기존 제품을 개선한 수준이었고, 엘지(LG)전자의 현존 최대 크기인 97형(인치) 올레드 티브이(TV)는 작년에 이미 공개했던 제품이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선보인 360도 회전 가능 ‘플렉스 인앤아웃’ 같은 새로운 화면이 향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의 변신을 기대하게 했다.

전자 회사들은 전자제품 본체의 혁신보다 주변 기기와의 연결성이나 편의성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도 부지불식 간에 연결돼 사용 편의성을 높여주는 기능을 앞세웠다. 엘지전자는 자사 운영체제 ‘웹오에스(WebOS)’를 통해 시청자에게 맞춤 광고를 제공하며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현지에서 ‘삼성 퍼스트룩 2023’ 행사를 열어 티브이 신제품 ‘98형 Neo QLED 8K’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3일 현지에서 ‘삼성 퍼스트룩 2023’ 행사를 열어 티브이 신제품 ‘98형 Neo QLED 8K’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하락 해법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 대거 참여했던 중국 업체들은 이번 행사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드론을 비롯해 티브이와 가전 등 각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뛰어넘거나 턱 밑까지 쫓아왔음을 보여줬지만, 이번에는 이런 사례를 보기 힘들었다. 티시엘이 올레드 티브이와 폴더폰을 선보였지만, 한국 기업 제품을 베낀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인텔·퀄컴과 월풀 등이 불참하거나 전시관을 축소 운영한 것도 주목됐다.

경기 하락 전망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투자 의지를 공개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주목을 받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시설 투자를 줄이겠다는 발표가 없었고,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다”, 조주완 엘지전자 사장은 “특별하게 투자를 줄일 계획은 없다”고 각각 기자간담회를 통해 밝혔다. 한 부회장은 “언제부터 좋아진다고 정확하게 짚을 수는 없다”고 말하는 등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도 이렇게 밝혔다.

‘시이에스(CES) 2023’ 롯데정보통신·캘리버스 공동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3차원 가상공간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체험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시이에스(CES) 2023’ 롯데정보통신·캘리버스 공동 전시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3차원 가상공간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체험하고 있다. 이정훈 기자

기대를 모았던 메타버스 역시 ‘한방’은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소니·캐논·구글 등이 메타버스용 헤드셋이나 소프트웨어를, 피아트·로레알 같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메타버스 상업화 모델을 선보였으나, 소니 메타버스용 헤드셋 ‘플레이스테이션 브이아르(VR) 2’ 가격이 80만원에 이르는 등 문턱은 여전했다. 새로운 먹거리로 자리잡기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노근창 센터장은 “메타버스가 가야 할 방향이긴 하지만, 여전히 무거운 헤드셋을 써야 하는데다 가격도 비싸 경기가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시장이 커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안태호 기자 eco@hani.co.kr,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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