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 네이버, 신세계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래픽 진보람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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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반, 비비고만두, 비비고김치….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대표 상품들인데요. 지난해 연말부터 소비자들은 이 제품들을 쿠팡의 로켓배송으로는 살 수가 없다고 합니다. 쿠팡과 CJ가 2023년 납품 조건에 관한 협상을 벌이다 사이가 틀어서 거래가 끊겼다는데요.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있는 ‘햇반대첩’의 원인, 누구에게 있을까요? 이들의 힘겨루기가 소비자와는 상관없는 일일까요? 햇반대첩이 끝나면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시장에 평화가 찾아올까요? 옥기원 경제산업부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쿠팡과 CJ가 서로에게 ‘갑질’을 당했다며 싸우고 있는데요. 어쩌다 거래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가게 된 건가요?
옥기원 기자: 두 기업은 매년 11~12월에 1년 단위 공급계약을 새로 맺어왔습니다. 그때마다 쿠팡은 납품가를 더 깎으려 하고 CJ는 거기에 저항하면서 갈등이 계속 이어져 왔죠.
쿠팡은 ‘우리보다 CJ가 더 큰 기업’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 쿠팡이 항상 유리했어요. CJ 상품이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얼마든지 대체재가 있잖아요. 그런데 쿠팡에서 판매를 못 하면 제조업체의 매출은 그만큼 줄어들죠. 그러니 본질적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는 갑이 되고, 제조업체는 을이 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CJ도 쿠팡의 요구 조건을 맞춰주곤 했었는데, 올해도 센 압박이 이어지다 보니까 저항한 걸로 보여요. 그 뒤 쿠팡이 상품 발주를 중단한 거고요.
[The 2] 쿠팡이 CJ 상품을 싸게 사 와서 최저가로 팔면 소비자에겐 좋은 일 아닌가요?
옥기원 기자: 잠깐은요. 그런데 장기적으로도 그럴까요? 식품회사들이 팔면 팔수록 마진은 거의 안 남고 손해만 본다면, 새로운 상품 개발도 못 하고 신제품 출시도 못 할 거예요. 유통 생태계도 발전을 못 하겠죠. 저렴한 가격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장담할 수 없어요. 저렴한 상품을 팔아 성장한 플랫폼이 점유율이 올라가면서 가격을 올리는 경험, 많이 했잖아요. 지금도 쿠팡 상품이 예전만큼 싸지 않다는 의견도 많아요.
다양한 플랫폼이 균형 있게 성장하며 경쟁하는 게 소비자에게도 이득입니다.
[The 3] 코로나19로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커졌는데, 플랫폼들 사정도 좋아지지 않았나요?
옥기원 기자: 쿠팡 같은 종합몰 말고도 식품 새벽배송 플랫폼인 마켓컬리·오아시스가 있어요. 의류는 무신사, 인테리어는 ‘오늘의 집’처럼 버티컬 플랫폼(전문몰)들도 포진해 있고요. 그런데 이들이 막 잘 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영업이익을 내고 성장하는 기업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쿠팡도 로켓배송 출시 8년 동안 수조 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분기 기준으로 흑자를 냈거든요.
덩치 큰 쿠팡이 빠른 배송에 가격도 최저가에 맞추다 보니까 모든 기업이 최저가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러지 않으면 이제 소비자가 안 오잖아요. 그 페이스에 말리면 적자는 커지고 기업 건전성은 연약해지는 거죠.
[The 4] 네이버가 얼마 전 CJ대한통운과 손잡고 쿠팡의 로켓배송을 겨냥한 ‘도착 보장’ 서비스를 내놨잖아요. 결국 누가 이길까요?
옥기원 기자: 지금 시장 점유율에선 네이버쇼핑이 쿠팡을 조금 앞서는 걸로 추정되는데요. 쿠팡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긴 하거든요. 몇 년간 연평균 100% 이상 성장해왔으니까요.
아직은 누구도 ‘점유율 30%’를 넘진 못했지만 업계는 결국 이 시장이
두 기업의 2파전 구도로 재편될 거라 전망합니다. 왜냐면 둘의 사업 모델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인데요. 쿠팡은 물류시스템에 투자해 상품 판매와 배송을 전부 다 하지만, 네이버쇼핑은 기존 플랫폼에 사람들이 자유롭게 거래하는 공간과 시스템을 열어뒀을 뿐이거든요. 중개수수료만 받고요.
둘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으니까 공존도 가능할 걸로 보입니다.
[The 5] 이럴 때 소비자가 슬기로운 온라인쇼핑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옥기원 기자: 분명한 건 한 기업의 점유율이 너무 높아지면,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은 줄어들고 좀 더 비싼 가격에 상품을 살 수도 있단 겁니다. 그러니까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했으면 좋겠어요. 요즘 싼 것도 좋지만 도덕적인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자들도 많잖아요. 이런 착한 소비자들이 늘어나면 플랫폼도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The 5]에 다 담지 못한 햇반대첩의 전말과 e커머스 시장의 전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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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