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퇴직 예정인 김아무개(59)씨는 은퇴 뒤 장거리 국외 여행을 계획 중이다. 그동안 국외 출장을 다니며 쌓아둔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오는 4월부터 마일리지 제도가 바뀐다고 하니 계산이 복잡해졌다. 김씨는 “마일리지 좌석을 문의하니 1년 뒤 것도 없다고 해 화가 났었는데, 마일리지 차감 폭을 늘린다고 하니 뭔가 빼앗기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오는 4월로 예정된 대한항공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앞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좌석이 없어 마일리지를 쓰지 못하고 소멸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상황에 더해 마일리지 차감 폭을 키우겠다고 하니 분통을 터트리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역대급 실적을 낸 대한항공이 고객은 뒷전”이라고 꼬집고 나섰다. 마일리지란 항공사들이 고객을 붙들어두는 수단으로 항공권 구입액 일부를 적립해주는 것을 말한다.
원희룡 장관은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과 관련해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역대급 실적을 내고도 고객은 뒷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항공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개편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마일리지 소지자를 위한 특별기라도 띄우고 싶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또 “국민들에게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소위 ‘빛 좋은 개살구’다. 코로나로 지난 3년간 쓸 엄두조차 못 냈다”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고,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짚었다.
16일 대한항공 누리집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제도를 4월부터 개편한다. 승객이 마일리지로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하거나 좌석 등급을 올릴 때, 지금까지는 국내선 1개와 국제선 4개 지역(동북아, 동남아, 서남아, 미주·구주·대양주)으로 나눠 지역별로 마일리지를 차등 공제했는데, 개편안에서는 운항거리에 따라 국내선 1개와 국제선 10개로 차등 공제 기준을 세분화했다.
개편안대로라면, 장거리 여행객은 같은 항공권 구입 시를 기준으로 이전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가 차감된다. 예를 들어,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 3월까지 발권하면 이코노미석은 3만5천마일, 프레스티지석은 6만2500마일, 일등석은 8만마일이 각각 차감된다. 하지만 4월부터는 각각 4만5천마일, 9만마일, 13만5천마일이 차감된다. 대한항공은 2019년 말 이용약관을 이렇게 개정해 2020년 4월1일부터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늘길이 막히자 적용일을 3년 미뤘다.
앞서 대한항공 마일리지 소지자 1800여명은 2020년 1월 대한항공 약관 내용의 불공정 여부를 심사해 달라고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들은 개정 전 약관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했는데, 약관을 바꿔 소비자들이 예기치 않게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지금까지는 이데 대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동일 공정위 소비자정책국장은 이날 <한겨레>에 “아직 검토 중이다. (심사 결과 발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엔데믹으로 국외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마일리지 개편안에 대한 논란이 일자, 대한항공은 “2019년 말 보도자료까지 내서 고객들에게 알린 내용”이라며 “현행 마일리지 공제 기준으로 중장거리 국제선 왕복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는 양의 마일리지를 보유한 회원은 10명 중 한 명 수준이다. 2019년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한 회원의 24%만이 장거리 노선을 이용했다. 중단거리 공제 마일리지 차감 폭은 줄어드는 이번 제도 개편이 적용되면, 대다수의 회원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우리
ecowoori@hani.co.kr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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