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부터), 구광모 엘지(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끝난 뒤 박수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122명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다. 이번 국빈 방문엔 삼성, 엘지(LG), 현대차, 에스케이(SK) 등 4대 그룹 총수가 포함되면서 한미 간 반도체·에너지·모빌리티 산업 관련 논의가 구체화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9일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으로 대기업 19개, 중소·중견기업 85개, 경제단체 및 협·단체 14개, 공기업 4개 등 122개사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명단을 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엘지 회장 등 그룹 총수와 김병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최진식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이 포함됐다. 전경련은 “국빈방문을 지원하기 위해 2003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4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장이 모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4대 그룹의 경우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두거나 계획하고 있어 민감한 현안들이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는 미국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신청할 경우 민감한 경영 정보 등을 미국 정부에 보고해야해 곤란한 입장에 처해있다.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보조금 차별을 받게 돼 전기차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엘지도 대규모 이차전지 생산공장 신설을 계획하고 있어,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번 방미에 동행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의 지난 3월 일본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에도 포스코가 제외되며 현 정권과 ‘불화설’이 지속됐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최정우 회장이 세계철강협회 회장으로서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세계철강협회 정기총회를 주관하는 일정에 따라 참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중소·중견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혁신 스타트업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전체 사절단 중 약 70%를 이들 기업으로 꾸렸다”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박태훈 왓챠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운영사) 대표 등도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사절단의 테마가 첨단산업인 만큼 반도체·항공우주·방위산업·에너지·바이오·모빌리티 분야의 기업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금속 및 방위산업 분야에선 류진 풍산그룹 회장, 바이오 분야에선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경련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이어 이번 방미 경제사절단 준비 작업을 주도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존폐 위기에 몰린 전경련의 위상이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경련은 “모집 공고를 통해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을 대상으로 주요 경제단체 대표 및 전문가 등이 2차례 심의를 거쳐 명단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옥기원
ok@hani.co.kr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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