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수소비전 2040’을 내놓으며 수소연료전지차(수소차)의 상용화·대중화 계획을 밝혔던 현대차의 ‘수소 드라이브’가 주춤한 모양새다. 2018년 나온 수소차 ‘넥쏘’의 신규 모델 공개가 늦어지고, 수소차 개발 등을 담당했던 임원들이 지난해말 인사 때 일괄 교체됐다. 상대적으로 ‘수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현대차가 수소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리고 있는 북미 최대 ‘청정 운송수단 박람회’에서 1회 충전으로 720㎞ 주행 가능한 ‘엑시언트 수소 전기트럭 트랙터’의 양산 모델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상업용 차량뿐 아니라, 해양 선박, 항공 모빌리티까지 연료전지 기술을 광범위하게 적용하며 수소 모빌리티를 혁신하고, 수소생산부터 저장, 운송에 이르는 통합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현대차는 에스케이(SK)이엔에스, 환경부 등과 함께 수소통근버스 보급을 확대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 등 7개 기업의 통근버스 2천대 이상을 수소버스로 전환한다는 게 뼈대다. 앞서 현대차는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위원회’를 출범시킨 다음해인 2021년 9월 ‘2040 수소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에 수소전지를 적용하고, 2030년께 수소차 가격을 낮춰 대중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수소연료전지 개발 역량·사업 강화를 위해 조직도 강화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과 달리 현대차가 수소차 드라이브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있는 듯한 모습도 감지된다. 현대차에서 수소차 경쟁력 강화를 맡았던 김세훈 부사장(당시 수소연료전지개발센터장)과 임태원 부사장(당시 수소연료전지사업부장)은 지난해말 임원 인사를 통해 물러났다. 수소차 넥쏘 부분 변경 모델 출시 일정도 줄곧 미뤄지고 있다.
이를 놓고 예상보다 성장 속도가 느린 수소차 시장을 염두에 둔 전략 변화라는 해석이 있다. 수소차 시장보다 무서운 속도로 불어나고 있는 전기차 분야에 자원을 좀더 집중 투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이티(IT)·자동차 칼럼니스트인 강정수 미디어스피어 이사는 “전기차 배터리의 기술 개발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세계 상용차 시장은 전기차로 향하고 있다”며 “수소 충전소의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도시에서는 저항이 클 수 있다. 외국에서는 수소연료전지는 비행기나 기차, 잠수함과 같은 특별한 용도의 이동수단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변화와 함께 정부 정책의 무게추가 움직이고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수소경제를 연구하고 있는 한 연구원은 “문재인 정부때와 윤석열 정부의 목표는 동일하다. 다만 어떻게 청정수소를 확보할 수 있을지 구체화가 부족했던 지난 정부와 비교해 이번 정부에서는 그 방법을 찾아가는 중이라 (수소차) 공급과 수요에 대한 우선 순위를 논의하는 단계”라며 “경제성있는 수소 에너지 상용화는 아직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는 트럭 등 상용차 부문에는 계속 수소 투자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목표로 했던 일정들이 지연된 것이지만 수소 상용차 시장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럭과 버스를 전기차로 할 경우 배터리가 커져야 하고 차 무게도 무거워진다. 도심항공교통(UAM)도 배터리로 운행할 경우 무거워지는 단점이 있어 수소전지도 계속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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