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프리미엄 가전 시장 확대와 텔레비전 교체주기 도래로 올해 가전 및 디스플레이 부문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사진은 현존하는 최대 크기인 97형 엘지(LG) 시그니처 올레드 엠(M). 엘지전자 제공
경기 침체 여파로 판매가 둔화한 전세계 텔레비전 시장이 올해 하반기 반등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런 낙관론은 신흥 시장인 중동에서의 수요 확대와 6~7년 주기의 텔레비전 교체 시기가 맞물린 점을 배경으로 한다. 전세계 1위를 다투는 삼성과 엘지(LG)의 가전 및 디스플레이 부분 실적 개선 여부도 주목된다.
19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 조사를 보면, 올해 전세계 텔레비전 출하량은 2억552만대로 전년보다 약 230만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큰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출하량이 100만대가량 줄어드는 데 반해 중동과 아시아에서 약 300만대가 늘어날 것으로 옴디아는 내다봤다.
국내 가전 기업들은 중동 지역의 프리미엄 텔레비전 시장 성장세에 주목한다. 5억명에 육박하는 중동 시장은 ‘오일머니’로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층이 형성돼 있다. 엘지전자는 지난해 아프리카를 포함한 중동에서 모두 3조36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중국 매출(2조64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중국 시장에서 저렴한 액정표시장치(LCD·엘시디) 텔레비전을 앞세운 현지 가전 업체에 빼앗긴 매출을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만회하는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삼성과 엘지는 중국을 대체할 중동 시장에 부쩍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4월 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최신 텔레비전 및 가전을 전시하는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엘지전자도 지난 3월 두바이에서 지역에 특화한 신제품 발표행사를 4년 만에 개최했다. 업계에선 2030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의 가전 시장 연평균 성장률이 1% 안팎인데 반해 중동에선 15%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판매 단가도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오엘이디) 시장도 한해 10%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현재 전세계 엘시디와 오엘이디 텔레비전의 판매 비중은 각각 88%와 12%다.
가전과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엘지디스플레이의 경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에만 2조86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4분기 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 사업에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600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가운데 6~7년 주기의 텔레비전 교체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분석도 업계의 실적 개선 기대감을 키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텔레비전 교체 사이클과 플랫폼 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올해 말부터 텔레비전 (교체) 사이클이 전개돼 55인치 이상 대화면 수요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텔레비전용 디스플레이 출하가 정점이던 2018~2019년에 32~55인치 엘시디 패널이 4억5천만대 출하된 점을 고려하면, 2023~2024년 교체 사이클이 도래해 55인치 이상 대화면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엘지의 ‘디스플레이 협력’은 실적 개선의 긍정적인 신호다. 삼성전자는 엘지디스플레이로부터 대형 오엘이디 패널을 공급받아 올해 하반기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엘지디스플레이 입장에선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고, 삼성은 노트북 및 스마트폰의 중소형 패널 생산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중동시장 성장과 오엘이디 텔레비전 판매 증가, 디스플레이 고객사 확대 모두 전자·디스플레이 업계엔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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