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래먹거리를 찾기 위해 ‘미래사업기획단’에 이어 각 사업부에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기존 사업만으로 성장동력을 유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전사 차원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조직 개편으로 풀이된다.
11일 삼성전자 설명 등을 종합하면, 올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 각 사업부 신사업을 총괄하는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만들었다. 디바이스경험 부문에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가 있다. 비즈니스 개발 그룹장은 기존 신사업티에프(TF)장을 맡고 있던 백종수 부사장이 맡는다.
비즈니스 개발 그룹이 사업부의 신사업을 발굴한다면, 최근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은 10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에서 기존 사업과 연장선에 있지 않은 전혀 새로운 사업을 찾는 역할을 한다. 그룹 내 전자 계열의 전체 사업을 아울러야 하는 특성 때문에 반도체부터 배터리 사업까지 두루 경험이 있는 ‘기술통’ 전영현 부회장을 단장직에 앉혔다. 이와 함께 맥킨지 출신의 정성택 부사장과 반도체 전문가인 이원용 상무도 미래사업기획단에 합류했다.
신사업 개발 조직이 구축되면서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사업지원티에프의 역할이 다소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업지원티에프는 미래전략실 해체 뒤 그룹 내 미래 전략과 인사 전반을 총괄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왔다. 이번 조직 개편으로 전자 계열사의 미래 사업은 미래사업기획단과 비즈니스 개발 그룹이, 일반적인 계열사 간 사업 조정 및 관리는 사업지원티에프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권한이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선대회장들이 궤도에 올린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사업 등 주력 사업에서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조직 개편이 ‘이재용표 신사업’ 등장에 기여할지도 주목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회장에 부임하면서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오는 14일부터 사흘간 내년도 경영 계획 수립을 위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 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이 각각 주관하는 이번 회의에선 사업별·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도 복합 위기 타개책 등을 모색할 계획이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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