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선양 조감도. 백화점과 극장은 문을 열었고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테마파크 공사를 진행해왔으나 중국 소방당국이 안전 문제를 제기하면서 지난해 말 공사를 중단시켰다. 롯데그룹 제공
중국 당국의 옥죄기 강도가 높아지면서 중국 사업을 두고 롯데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은 중국 선양에서 진행중인 ‘롯데월드 선양’ 조성 공사에 대해 중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중단 조처를 내렸다고 8일 밝혔다. 12월 초 중국에 진출한 롯데 전 계열사 매장과 공장에서 시행한 세무조사 및 소방안전 점검 결과로 내려진 조처다. 중국 당국이 조사에 들어갔을 당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롯데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제공하기로 하자 중국이 가한 압박성 보복 조처로 풀이됐다. 대형 공사까지 중단되자 중국 사업 전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롯데그룹 임원은 “소방안전 사항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선양은 혹한기에 사실상 공사가 중단되기 때문에 이번 조처로 실질적 타격을 받지는 않았고, 문제점을 시정해 조만간 공사를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안전점검이라는 건 사실상 ‘걸면 걸리는’ 문제”라며 “아직 겨울이라 당장의 큰 타격은 없겠지만 일정상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선양’은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추진하는 사업 가운데 가장 큰 프로젝트다. 계열사 7곳이 참여해 연면적 145만㎡에 쇼핑몰·테마파크·호텔·아파트를 아우르는 초대형 복합단지를 만드는 것으로, 롯데는 3조원 넘게 투자했다. 2014년 롯데백화점과 롯데시네마가 먼저 문을 열었으며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테마파크 등 나머지 부분에 대한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롯데는 잠실 롯데타운보다 훨씬 큰 선양 롯데타운을 롯데 브랜드의 랜드마크로 활용할 예정이었으나 사드의 암초에 걸려버린 것이다. 최근에는 베이징에서 운영 중인 롯데슈퍼 3곳도 3월 중 폐점을 결정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폐점 논의를 한다는 것으로, 결정이 된 건 아니다”라고 했지만, 연일 터지는 사드 악재와의 연관성을 배제하기 힘들어 보인다.
롯데는 1994년 롯데제과 현지법인을 세우면서 중국시장 공략을 시작해 현재 22개 계열사가 진출, 2만여명의 현지 임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2012년부터 중국 본사를 설립하면서 중국 사업을 가속화해 지금까지 10조원 이상 투자해 왔다. 2007년 네덜란드계 대형마트 체인인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중국 진출을 시작한 롯데마트는 베이징과 상하이를 중심으로 115개 점포(슈퍼 포함)를 운영하고 있으며, 백화점은 선양·웨이하이·청두·톈진 등에 5개 매장을 가지고 있다. 또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케미칼·롯데알미늄 등은 각각 1~4개의 중국 내 생산기지를 운영한다. 롯데월드 선양에 이어 청두에도 2019년 개점을 목표로 복합단지 프로젝트를 가동중이다.
롯데로서는 외교적 문제에 뾰족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정부 결정에 대해 언급 자체를 꺼리는 롯데 쪽은 일단 부지 제공 최종 승인을 두고 시간 벌기에 나선 모양새다. 성주골프장을 소유한 롯데상사는 지난 3일 골프장 땅과 국방부 경기 남양주 부지 교환을 안건으로 이사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사업 타당성에 대한 좀 더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롯데그룹은 조만간 이사회를 속개하겠다고 밝혔지만 날짜는 아직 잡지 못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여건이 당분간 악화하더라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사업 축소나 철수 등의 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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