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해체
최지성·장충기 등 핵심임원 동반사임…정경유착 근절 의지
대관업무 폐지…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 강화
최지성·장충기 등 핵심임원 동반사임…정경유착 근절 의지
대관업무 폐지…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 강화
그래픽_김승미
그룹체제 유지-미전실 해체는 상호모순 지적도
경제개혁연대 “투명성 강화, 권한-책임 일치 노력 필요” 그동안 미전실 해체와 관련해 계열사 간 업무 조정, 경영 진단, 최고경영자(CEO) 인사 등 핵심 기능은 삼성전자·삼성생명·삼성물산 등 3대 주력사에 넘기고, 나머지 홍보, 기획 등은 각 계열사로 흡수통합시키되, 그룹 공통 사안에 대해서는 사장단회의체에서 협의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 미전실의 한 임원은 “삼성전자·생명·물산이 업무 관련성이 있는 다른 계열사들과 사안별로 협의를 할 필요성은 있을지 모르지만, 미전실 기능을 대체하는 일은 없다”며 “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 때와 같은 꼼수나 국민들에게 오해를 살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미전실이 맡아온 직원 채용과 연수, 홍보 등도 계열사로 이관돼 그룹 차원의 활동은 모두 사라지게 된다. 삼성 말대로라면 그룹 컨트롤타워 없이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재벌체제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삼성은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직후 발표한 경영쇄신안에 전략기획실 해체, 이건희 회장과 전략기획실 핵심임원 동반 퇴진 등을 담았다. 하지만 전략기획실은 간판만 내린 채 이전과 똑같은 활동을 했고, 전략기획실 책임자인 이학수 부회장도 계속 그룹의 2인자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눈 가리고 아웅’ 식 쇄신은 결국 9년 뒤 이재용 부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총수 일가로는 창업 79년 만에 처음으로 구속되는 참사로 이어지는 근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러나 삼성이 그룹 형태로 존재하는 한 컨트롤타워 기능은 필수불가결하다는 점에서 삼성이 그룹을 해체하지 않으면서 컨트롤타워를 해체한 것은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룹 경영을 할 경우 컨트롤타워의 핵심 기능은 장기 사업 방향 제시, 대규모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 계열사 최고경영자 인사 등이 꼽힌다. 지주회사인 ㈜엘지의 경우 경영관리(출자기업 포트폴리오 관리), 인사, 법무, 사회공헌(CSR), 재경, 정도경영(감사), 홍보 등 7개 팀 소속으로 100여명이 일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삼성이 현재의 미전실 기능을 일부 축소하고 부분적으로 분할해서 삼성전자·생명·물산 등 핵심 계열사 내부로 이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결국 2008년 형식상 전략기획실을 해체한 뒤에도 계속 기능을 유지한 것과 유사한 또 다른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쇄신을 위해서는 컨트롤타워 해체라는 외형적 변화보다, 투명성 강화와 책임-권한의 일치 같은 내용적 혁신을 이루는 게 올바른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미전실 문제는 법적 실체가 없기 때문에 권한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지지 않고, 그 결과 총수 일가 및 가신들의 사익을 위해 무리수 내지 불법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것”이라며 “컨트롤타워를 뒤로 숨기지 말고 투명하게 드러내고, 컨트롤타워의 판단을 각 계열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검토하고 수정하고 승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적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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