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래전략실 해체…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때와 차이
2008년 이건희 책임지고 회장사퇴
차명계좌 실명전환 등 쇄신안 포함
2017년엔 이재용 뺀 핵심임원 사임
자율경영 강조뿐 쇄신안 안보여
2008년 이건희 책임지고 회장사퇴
차명계좌 실명전환 등 쇄신안 포함
2017년엔 이재용 뺀 핵심임원 사임
자율경영 강조뿐 쇄신안 안보여
“국민 여러분께 많은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 저는 오늘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2008년 4월22일 대국민 사과문을 내면서 자신을 포함한 그룹 수뇌부의 동반 퇴진과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기획실(현 미래전략실)의 해체를 포함한 10개 항의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삼성 특검이 이 회장과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 등 그룹 수뇌부를 경영권 불법승계, 차명계좌 운용 등과 관련된 배임·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한 직후였다. 9년 뒤인 2017년 2월28일 삼성은 다시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했다. 삼성 특검이 사실상 그룹 총수 역할을 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박근혜·최순실씨 등에 대한 뇌물공여와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한 직후다.
2008년과 2017년 삼성 발표의 공통점은 그룹 컨트롤타워의 해체 선언이다. 삼성 컨트롤타워는 창업자인 이병철 회장 시절인 1959년 설립된 회장비서실이 효시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20년 동안 외환위기, 삼성 특검, 이건희 회장 경영 퇴진과 복귀 등 굵직한 사건과 맞물려 간판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으로 세번이나 바뀔 정도로 영욕이 교차했다. 한시적으로 운용된 신사업추진단까지 포함하면 네번으로 늘어난다.
2008년에는 이 회장의 경영 퇴진과 함께 부인인 홍라희씨의 리움미술관장 퇴진, 아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 사임 등 총수 일가의 퇴진이 함께 단행됐다. 반면 2017년에는 구속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별도의 조처는 포함되지 않았다. 컨트롤타워 핵심 임원의 경우 2008년에는 불법행위에 깊숙이 관여한 전략기획실의 책임자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동반 퇴진했다. 2017년에도 뇌물공여 혐의에 연루된 미래전략실의 핵심 임원인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이 동반사임하고, 승마협회에 파견된 임원들도 사임 또는 원대복귀했다.
2008년에는 컨트롤타워 해체와 인적 책임 외에 차명계좌 실명전환과 사회환원, 은행업 진출 포기 선언 등 금융사업 투명화, 삼성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외이사 교체, 지주회사 전환 문제 검토, 사장단협의회 및 산하 업무지원실 신설 등의 쇄신안이 추가로 포함됐다. 이 중에서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차명계좌의 사회환원은 9년째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7년에는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 그룹 사장단회의 폐지, 대관업무 조직 해체 등이 포함됐다. 삼성 미래전략실의 한 임원은 “이 부회장의 재판이 아직 시작도 안 된 상태”라고 말해, 1심 재판이나 조기 대선 직후 재산 사회 환원을 포함한 추가 쇄신안이 나올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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